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싸이와 김장훈, 두 분이서 잘 푸셔요.

by 박평 2012. 10. 8.


내가 사랑하는 친구 철수와 영수가 있었다. 어느 날 이 둘이 싸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간에서 나만 난처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둘이 정확하게 어떻게 해서 싸웠는지 말은 안하고 있는 상황이고, 철수와 영수를 알고 있는 주변에서는 누가 잘못했네, 누가 잘했네 하면서 싸움을 더 부추기고 있다. 둘 다 사랑하는 나로서는 잘 잘못을 떠나서, 누가 잘했고 누가 잘 못했는지 판단도 애매하고, 더욱 무서운 건 자칫 한쪽 편을 들다가 오히려 둘의 사이가 더 잘 못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그냥 서로를 다 토닥이기만 하면서 둘이 알아서 잘 풀라고 말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서 둘은 화해했고, 우리는 다시 3명이서 잘 지낼 수 있었다.


이름은 다르지만, 이는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살면서 이런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괜히 한쪽 편을 들었다가 나까지 관계가 이상해 질 수도 있고, 내가 부추기는 바람에 오히려 둘이 사이가 더 나빠지기도 하는 그런 일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둘의 문제는 둘이 풀어'라고 말하며, 서로 풀 것을 종용하게 된다. 섣불리 한 쪽 편을 들거나 욕을 거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삶의 경험이 만들어 주는 대처법, 혹은 처세라고 할 수 있다.


김장훈과 싸이의 이야기로 연일 뜨겁다. 그런데 이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 건, 모두가, 심지어는 언론까지도 모두 부추기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는 것이다. 둘을, 혹은 둘 중 하나를 사랑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냥 부추기고, 둘 중 하나를 비난하는 것이 신나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는 정확하게 둘이 어떤 사정을 지니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몇 가지 신호를 가지고 추측하고 비난하고 반목시키는 중이다. 


누군가는 '김장훈을 돈을 안줘!'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돈 완전 잘 챙겨줬거든!'하고 말하고 있다. 누군가는 '김장훈의 최신 곡을 싸이가 줬어, 친해!'하다가도 '싸이가 배신자야!'하기도 한다. 둘 사이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둘이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 이상은 정확한 사태를 알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장훈은 이번 사태가 있기 전에 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사람에게 다쳤다는 것을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싸이만은 아니라고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일에서 핵심은 사건의 구성이 아니다. 오히려 그 보다는 둘 사이가 친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왜 그렇지 않나? 친한 사이에는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문제가 되고, 친하기 때문에 충돌이 나기도 하는 것을 우리 모두가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순대국 먹을지, 고기를 먹을지 가지고도 틀어지고 싸우는게 친한 사이다. 때로는 친하기 때문에 더욱 쉽게 싸우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상, 대중은 궁금해 할 수 있고, 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친한 사이였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 그냥 둘이 풀도록 놔두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지금 싸이와 김장훈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싸이는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스타로 성장했고, 김장훈은 그 누구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해 온 사람이다. 둘 다 소중하고, 둘 다 아끼고 싶으니 그냥 조용히 정리할 시간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약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문제가 너무 크게 부각되어 있는 것이 안타깝다. 누굴 비난하기 보다는, 조금 관심을 덜어주는 관용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