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하녀의 시퀄, 참 맛이 없는 돈의 맛

by 박평 2012. 5. 18.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이 개봉했다. 파격적인 예고편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 작품은 개봉하자 마자 어벤저스를 밀어내며 흥행 청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하녀'를 끄집어 내야 한다.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을 두고 하녀를 끄집어 내지 않았음 하는 눈치지만 영화 전반에 깔려 있는 '하녀'의 모습들을 지워버릴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감독은 '하녀'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 모두가 결국 하녀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지만, 관객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돈의 맛'에서는 우리는 모두 '월급쟁이에요'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안에서 '월급쟁이'는 무척 중요한 상징이 되어준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찬가지다. 하녀와 월급쟁이는 같다는 것. 현재 사회에서 우리는 그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하녀 혹은 월급쟁이'로 상징되어지는 모습, 딱 그 모습대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하녀'는 결국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살면서 품고 있는 욕망을 그린 걸 수도 있고,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지배하는 힘을 그린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결론적으로 우리는 '하녀'에 공감하기 이전에 부유한 그들의 모습에 환호를 먼저 했다. 부러움과 질시 그리고 더러움에 대한 경멸까지를 포함한 매우 혼란 스러운 환호를.


'돈의 맛'도 정확하게 그 지점에 있다. 똑같다. 더욱 노골적으로 '돈'에 집중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똑같이 사회의 욕망과 시대를 그리고 있다. 그래서 우린 '돈의 맛'을 보며 큰 충격을 느끼지 못한다. '돈의 맛'에 나오는 여러 모습들이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것, 그리고 파격적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것은 우리가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장자연 사건에 대한 이야기 용산 참사에 대한 이야기들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이지 않는가? 그래서 백윤식의 순정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힘든 설정일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은 더욱 냉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녀를 본 사람들이라면 마지막 장면에서 '불타는 하녀'를 본 아이의 눈망울이 쉽게 잊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돈의 맛'에서는 그때 그 아이가 '김효진'이라고 말해준다. 그때 그 아이의 얼굴이 기억난다면 그 큰 눈망울이 김효진의 것과 매우 일치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돈의 맛'을 '하녀'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감독은 둘을 잇지 말라고 할까? 그것은 어쩌면 '돈의 맛'이 '하녀'의 후속편이 아닌 '하녀'를 다른 방식으로 다시 찍은 버전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하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과 '돈의 맛'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큰 차이가 없다. 더 큰 파격도 없었고, 더 큰 사건도 없었다. 오히려 '하녀'에 비하면 잔잔해졌다. 파격적이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하녀'로서의 자각을 조금 더 쉽게 해주기 위한 배려였을까? 


'하녀'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그럼 '월급쟁이' 요건 좀 받아 들이지 그래?


그래서 그나마 제 정신 박힌 것으로 보이는 '김효진'의 캐릭터도 기분좋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좋게 해석하면 과거에 불에 타죽은 하녀를 봤던 아이가 그래도 좀 제정신 박힌 모습으로 자라서 다행이고, 돈의 중독에서 빠져나온 주인공과 그래도 뉘우치면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갈지도 모른다는 '희망'의 모습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꾸 이 희망의 상징은 그저 관객을 위한 가벼운 서비스 처럼 느껴질 뿐이다.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는 완충제 말이다. 


'주인공을 봐. 월급쟁이인데 돈도 포기하고, 정신 차린 재벌집여자랑 뉘우치는 행위도 하잖아. 그치? 그러니 너 월급쟁이인거 인정하자. 응?'


그래서 이 영화 사실 입에 달지가 않다. 물론 영화가 재미없다는 것은 아니다. 영화는 지루할 수도 있지만 재밌없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끝나고 나면 허망하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이야기들이 충분히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현실을 조금 감하여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끝은 허무할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고 나면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맹맹함'을, 영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사람은에게는 '허무함'만을 남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돈의 맛'은 영화로서는 꽤 맛이 넘친다. 좋은 재료가 있다면 특별한 양념이나 조리가 필요 없는 것 처럼 배우들의 연기는 가장 최고급의 재료처럼 완벽하며, 이를 먹기 좋게 연출해내는 감독의 미장센은 탁월하다. 하긴 임상수감독이고 백윤식 윤여정이었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임상수 감독의 파격적인 영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이 영화는 맹탕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보는 재미는 있다. 창고에 쌓여 있는 돈뭉치는 다른 호화스러운 모든 모습들보다도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게 된다. 일부는 그 돈들을 보며 설렜을 지도 모른다. 일부는 그 돈을 보며 부러웠을 수 도 있다. 어쩌면 이 영화 최고의 장면이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 바로 '돈더미' 그 자체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돈에 설레는', '돈 생각나게 하는', '돈의 맛'을 보여주는 영화 임에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명확하게 '돈의 시대'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