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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레이디 가가 공연반대, 창피한 일이 아니다.

by 박평 2012. 4. 24.

레이디 가가의 한국 공연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디바 중의 한명의 공연이라는 점에서, 21세기 최고 아이콘의 무대라는 점에서 기대를 아끼지 않는 이들도 있는 반면, 그녀의 공연을 못 마땅해하고 반대하는 집단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부 종교 단체에서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언론은 '한국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조직적인 반대 움직임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비판을 하고 있다. 레이디 가가는 미국의 주류 연예인이고 그녀의 공연에 대한 반대는 국제적인 망신일 수 있다는 의견부터, 공연을 반대하는 이유인 '동성애 조장'같은 것이 근거 없는 것이라며 공연 반대는 이미 잘못된 근거를 가지고 이뤄지는 것으로서 가치가 없다는 비판도 있다.


사실 이에 대해서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이는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은 레이디 가가라는 주류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논쟁일 뿐이다. 미니스커트가 논란이 됐던 것과 마찬가지 일일 뿐이고, 이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는 것도 당연하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논리 자체의 빈약성이 있기 때문에, 이 반대의 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치의 문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며, 이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곧 사회의 건정성을 보여주는 것과 같기 때문에, 이를 창피하게 여기거나 부끄러운 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이미 여론을 보면, 우리가 이정도는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성숙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해프닝에 그칠 것이다.


그런데 이 해프닝에는 진정으로 창피한 것이 숨겨져 있다. 가치의 문제가 아닌 옳고 그름의 문제에서 이상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가치의 문제는 논란을 거치는 것이 맞다. 적법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동거는 자연스럽지만 한국에서 동거는 아직 비난의 여지가 있는 행위이다. 그렇다고 동거를 법적 판단의 대상으로 여기진 않는다.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동거란 비난 받거나 손가락질 받을 수는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로 죄가 되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가치의 충돌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가치 기준이 정해질 것이다. 이런 자연스런 과정을 생각해보면 레이디 가가의 공연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납득 가능한 것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치의 문제가 아닌 적법함의 문제에 있어서 우리는 너무 침묵을 지키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연예인보다 영향력이 훨씬 더 큰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문제에 대해서 말이다. 예를 들어, 성폭행을 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직적 반대나 대응이 없다. 위법이 아닌 막말에 대해서는 모든 단체가 일어나 항의하면서 위법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사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진정으로 창피해야할 모습일지도 모른다. 


레이디 가가에 대한 반대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막말에 대해서 비판을 하는 것도 다 똑같이 중요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판과 조직적 대응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판과 조직적 대응이 부족한 것은 사회 지도층에 대해서 직언을 하는 것이 너무나 무섭고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거나 혹은 그 사회 지도층으로 부터 무언가 떡고물을 기대하거나 떡고물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전자는 대한민국 지도층이 잘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후자는 대한민국 사회의 건정성이 훼손 되었다는 증거이다. 둘 중 어느 것이 원인이든 혹은 둘다 원인이든 간에 이것이 진정으로 부끄러워 해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대한민국의 수준이란 '레이디 가가'를 반대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회 지도층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에 더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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