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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성공분석 2 - 조연의 힘

by 박평 2012. 3. 10.

'해를 품은 달'에서 슬픈 장면을 더 슬프게 하고 기쁜 장면을 더 기쁘게 만들어 준 연기자가 있다. 바로 '정은표'씨이다. 극중 을 보좌하는 내시 형선으로 등장하여 훤이 울때는 같이 눈물을 흘려 그 슬픔을 배가 시키고 훤이 웃을 때는 같이 미소를 지어 분위기를 더 훈훈하게 만들어 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진지하게 훤에게 충고를 하여 무게감을 주기도 하고, 재미가 필요할 때는 특유의 귀여운 표정과 함께 웃음을 안겨주고 있다. 극중에서 이렇게 다양하게 소비되는 배역은 누가 뭐래도 형선이 뿐이다.

아마 다들 동의 하겠지만 '해를 품은 달'은 매우 단순한 스토리 라인을 가지고 있다. 권력을 위한 궁중암투도 매우 단선적이고 주변의 인물들도 단선적이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것도 결국은 '한 여자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잘나가는 남자' 그리고 '그 여자를 짝사랑하는 또 한명의 완전 잘난 남자' 라는 매우 뻔한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을 사랑했던 잘난 남자 현빈과 하지원을 짝사랑하는 이필립도 따지고 보면 이 구도다. 사실 이런 구도는 정말 넘친다. 이런 구도가 너무 뻔하다 보니 다양한 소재로 접근 하는 것인데 시크릿 가든은 '몸이 바뀌'는 설정을 사용 한 것이고, '최고의 사랑'은 '연예인'이라는 설정을 한 것이고 '해를 품은 달'은 '궁중과 무속신앙'을 사용한 것일 뿐이다.

즉, 이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주려면 결국 필요한 것은 '조연'이다. 조연이 얼마나 잘 받춰 주는가에 사실 극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인다. 시크릿 가든은 김성오, 유인나, 박준금 등의 조연 연기가 있었고, 최고의 사랑에서도 유인나, 정준하 그리고 아직도 이쁜 띵똥 양한열등이 있었다.

그리고 '해를 품은 달'에도 이런 훌륭한 조연들이 있기 때문에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다.


위에서 말한 '정은표'씨는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가 있었기에 훤의 모든 연기는 증폭됐다. 김수현은 물론 매우 훌륭한 연기자이지만 '형선'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지금의 감동을 오롯이 전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형선'이 있었기에 김수현의 표정과 몸짓과 느낌이 살아났다. 특히 오열하고 절규하는 장면 보다는 가장 어렵다는 평상시의 미묘한 연기들에서 '정은표'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사실 베테랑 연기자는 원래 맞춰주는게 기가 막힌다. 


더불어 전미선도 있다. 도무녀로 등장하는 전미선이 있었기 때문에, 극에는 무게가 실렸다. 사실 중간에 사라질 배역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연기의 힘이다. 특히 김영애씨와 한판 붙을 때는 시청자들이 찌릿찌릿함을 느낄 정도로 그 기의 충돌이 대단했다. 전미선이 신딸로 키우고 있던 한가인에게 존대를 하는 순간, 한가인이 얼마나 높은 위치에 있는 여성인지 바로 각인하게 되는 것만 봐도 전미선의 연기는 해를 품은 달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언급되어야 하는 분이 있다. 바로 김영애씨다. 감히 김영애씨에 대해서 연기를 평하기 조차 두려울 정도 이미 연기자로서 최고의 실력과 경륜을 갖추고 계신 분이므로 일단은 예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애'씨는 최고다. (절대로 무서워서 이러는 것이 아니다.)


사실 가만보면 '훤'은 왕이다. 그런데 왕이 쩔쩔매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왕은 완전 쌔다. 왕은 우주에서 제일 쌔다. 그런 왕이 쩔쩔매는 모습을 본다면 이 왕이 '병신'이라는 생각만 들 것이다. 그것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왕'조차도 떨게 만들 만한 그런 존재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했다. 그리고 바로 그 대척점에서 중심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김영애'였다.

'김영애'씨가 공손한 단어를 사용해 가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꺼지라고 하면 꺼지기도 전에 지릴 것만 같은 그 카리스마와 힘은 '훤'의 마음을 더욱 애틋하게 만들어 주었다. '훤'의 고뇌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단선적인 드라마가 이 정도로 감정의 폭을 넓힌 것은 바로 '김영애'라는 연기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 말고도 감탄해 마지않을 조연들은 많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 작품 안에서 이 세분은 주연들을 넘어 극 자체의 외연을 아주 넓게 만들어 주었다. 만약 단순히 훤과 연우의 사랑이야기만 있었다면 이 작품이 이렇게 제 세대의 사랑을 받을 순 없었을 것이다.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중심이 되었고, 조연들의 연기가 외연을 넓혀 주었기 때문에 '해를 품은 달'이 전 세대의 사랑을 받는 국민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다시 한번 이 멋진 조연들에게 박수와 찬사를 보낸다. 이 분들이 있기에 해를 품은 달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이 분들이 있기에 시청자들은 더욱 농도 짙은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최고의 연기자라는 수식이 전혀 아깝지 않은 분들이다. 이 분들에게 연말에 꼭 좋은 소식이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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