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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나쁜 놈들 전성시대, 바로 지금이다.

by 박평 2012. 2. 14.
80년대 '범죄와의 전쟁'이 있었던 바로 그 시절, 부산의 뒷거리를 담은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가 지속적인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분명히 80년대를 그리고 있는 이 영화, 그러나 이 영화에서 우리는 향수보다 공감을 얻는다. 그것이 사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반전이 아닐까?  - 스포일러 있음 - 

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는 '반달', '건달이기도 하면서 건달도 아닌', 반 건달 최익현이 있다. 공무원에서 일하면서 뒷돈을 챙기던 그가 어떻게 건달세계로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 남는지, 그리고 그 끝은 무엇인지를 통해 윤종빈 감독은 그 시절 우리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부에서는 사회상을 그리기 보다는 너무 캐릭터에 집중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사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모든 내용에 이미 사회는 강하게 묻어있다. 최익현이 성장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이 인맥이었다는 점, 그리고 힘을 가진 사람들 특히 공직자나 검사와 같은 사람들과의 유대였다는 점을 보면, 결국 그 시절에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영화는 최익현을 통해 시대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두 축은 인맥과 유대로 만들어지는 힘과 주먹과 힘으로 만들어 지는 힘이다. 이 두 힘의 상징인 최익현(최민식), 최형배(하정우)인 것이다. 둘은 함께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어떤 힘이 더 쌘지를 경쟁하고 다툰다. 어떤 힘이 더 강한 힘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려는 두 힘 간의 힘겨루기,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긴장감이 바로 영화를 끝까지 이어가는 핵심이기도 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힘 중 하나의 힘이 승리했을 때, 그 힘을 가진 자가, 나쁜 놈들 위에 더 나쁜 놈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현 시대를 비춘다. 그렇게 80년대를 다루던 영화는 그 때 힘의 경쟁에서 이긴 힘이 현재에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보여준다. 안타까운 건 어쨌든 그 승리한 힘 조차도 '나쁜 놈'이었다는 것. 결국 우리는 그때 그 시절 승리했던 나쁜 놈들이 살고 있는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인맥으로 무장했던 최익현의 아들이 검사가 되는 순간이 영화의 마지막이 되었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깊다. 그 나쁜 놈은 이제 사회의 지도층으로서 전성시대를 누리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 비록 이미 늙어 버렸지만 자신의 아들이 사회에서 인정 받는 사회 중심축에 들어 갔다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전성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부재인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80년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을 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80년대, 그 시절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 보다는 공감을 한다. 뒷돈을 챙기는 공무원을 보면서도 공감하고, 인맥을 동원해서 감옥에서 쉽게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에도 공감한다. 수사를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는 검사의 모습을 보면서도 공감한다. 그것이 현실의 모습과 흡사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즉, 이 영화는 80년대를 가져 왔을 뿐, 사실은 지금 현재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익현'에게 공감 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자식 제대로 키우고 싶고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나쁜 놈인 걸 알면서도 공감하게 되는 것은 사실 우리 안에 일단 나쁜 짓을 해서라도 잘 살면 괜찮다는 우리 자신 안의 생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현재를 적나라하게 비춘다. 물론 그 이후는 없다. 이 영화는 그저 담담하게 현실을 반영할 뿐이다. 이후에 어떤 시절이 올지, 어떤 힘이 다시 주도권을 행사 할지, 이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담론은 없다. 그러나 그저 우리의 시대를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 언제나 바라보는 것이 제일 힘들기 때문이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지금은 '나쁜 놈들 전성시대'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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