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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사생활, 무엇이 문제일까?

by 박평 2012. 2. 3.
크리스의 사생활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여러명의 여성들과 관계를 가진 것이 논란의 이유이다. 그런데 이 논란 그냥 욕하고 넘기기에는 고민해볼 여지가 있다.

- 크리스의 문화, 한국의 문화.

크리스는 외국 사람이다. 그러니 자신의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 언론에서 취재한 것을 봤을 때, 크리스는 그랬다. 상대에게 공식적인 관계로 갈 것인지를 묻고 그것을 위해서는 집에 머물다 가라고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다 알 것이다. 그와 관계를 맺은 여성들 모두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는지 확인해 볼 수는 없지만, 그가 스스로 당당하게 강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비슷한 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는 전혀 강요하지 않았고 선택을 여성에게 맡겼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그냥 그렇게 했을 뿐이다.

이 말을 들은 여자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크리스의 집에서 머무르다 가는 것이 '공식적인 관계'의 시작일 것이라고. 그러나 크리스의 입장에서 집에서 머무르다 가는 것은 '공식적인 관계가 될'수도 있는 가능성일 뿐이었다. 즉 이 부분에서 서로의 인식 차이가 일어 났을 것이고, 이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에게도 같은 짓을 한 크리스의 이야기를 들고선 분노 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건 문화의 차이다.

크리스는 자기 나라의 문화에 입각하여 행동했고, 여자들은 한국의 문화에 입각하여 행동했다. 그 뿐이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때문에 크리스는 잘못 했다. 한국은 한국이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에 따르라는 말 처럼, 한국에서는 분명히 한국의 문화가 있고, 그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그는 (그의 말처럼 강제성이 전혀 없었다는 가정하에) 법적으로 처벌 받을 만한 아무런 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지언정, 여성들에게서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비난은 문화차이를 무시한 댓가다. 그러므로 그 여성들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 갈 순 없다. 또한 이 사건을 접한 한국의 대중들이 그를 꺼려한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는 그렇고, 그는 그것을 받아드려야 한다. 


- 여성들의 실수

그러나 여성들도 실수는 했다. 사실 한국에도 크리스와 같은 사고를 가진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성들은 조심한다. 선수에게 걸리지 말자고 조심하고, 관계를 갖는 것도 조심한다. (물론 여성 중에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런 분들이라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성들은 크리스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을 못했던 것이다. 사실 이거 크리스가 유명인이고 백인이라 이슈가 되는 거지 정말 많이 일어나는 사건 중에 하나이다. 어디서 이상한 바람둥이에게 걸려서 상처 받은 여자들 한 두명이 아니니까. 그러니까 사실 이 문제는 '크리스'라서 일어난 것이기 보다는 상대를 제대로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여성들이 크리스가 유명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를 조금 쉽게 믿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백인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이유로 크리스의 집에 조금 더 쉽게 갔을 거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크리스가 백인이라는 이유로 여성들의 행동을 더 비하하거나 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크리스'가 외국인이고 외국인들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이 우리와 다를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에서 그 부분을 더 조심하지 않았던 것은 실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일은 다른 국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접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오해해서 비롯된 문화충돌의 현장이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로 말을 하고 생각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도 간극은 존재하는데,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이성 사이에서 발생되는 간극은 당연히 더 클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서로 동상이몽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해외의 수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문제이고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단지 드러내서 문제 삼지 못했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과의 교류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들은 더 많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다른 문화, 다른 생각을 지닌 외국인들을 어떻게 대할 것이고, 또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그 문화적 충돌에서 오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제는 단순한 성추문 사건이라기 보다는 문화충돌의 문제, 즉 우리가 꼭 집어 나가야할 중요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의의가 있는 사건일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담론을 하지 않는다면 그저 하나의 가십거리로 끝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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