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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뿌리깊은 나무, 성공의 비밀!

by 박평 2011. 12. 9.



사실 한 작품이 성공하는 데 있어서 대단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딱 3가지 요소만 갖추고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 3가지 요소는 바로 '대본, 연출, 연기'다. 이 3가지 요소가 잘 조화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은 바로 이 3가지 요소의 조화에 있다.


- 완벽한 대본
뿌리깊은 나무의 대본은 그 소재가 '한글'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치부하기에는 대본의 수준이 너무 높다. 똘복이의 복수기로 시작해서 탐정 추리물이 되었다가. 멜로가 되고 후에는 정치 드라마까지 진행해 나가는 이 숨막힐 듯한 전개는 매회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뿐 만이 아니다. 한글이라는 소재의 매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작가의 역량과 관계를 묶고 현재의 사회를 비판하는 작가의 농익은 솜씨를 보자면, 이 작품을 준비하는데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하긴 김영현-박상연 작가 콤비가 해온 작품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 퀼리트는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선덕여왕과 로열패밀리의 작가라고 하면 말은 다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뿌리깊은 나무'에서 더 진보한 것이 확실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짜여진 것 같은 그들의 시나리오는 모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 넣으며 '뿌리깊은 나무'를 완벽한 드라마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 디테일한 연출
무휼이 개파이의 손에 끼워진 꽃반지를 눈치채고 몸을 날려 개파이에게 칼을 겨누고, 개파이 역시 칼을 꺼내 맞선다. 그리고 마침내 세종대왕과 정기준이 만난다. 이 때 느낀 긴장감을 생각한다면 감독의 연출이 얼마나 디테일 한지를 알 수 있다. 아주 작은 표정과 동작을 클로즈업함으로 인해서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긴장감을 살리는 것은 뿌리깊은 나무 연출의 백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적절한 슬로우모션과 패스트모션을 섞고, 두 인물의 독백이 마치 대화인 것처럼 연출하여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독백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정기준과 세종대왕의 독백이 서로를 향해 외치는 듯이 연출되었을 때, 그 때의 긴장감은 분명히 연출의 힘이다. 

쩐의 전쟁과 바람의 화원을 연출했던 장태유 PD와 연개소문과 나는 전설이다를 연출했던 신경수PD의 협업은 합격은 넘어 장원급제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사극에서 보기 힘든 세련된 연출을 적절하게 사용하므로서 질리지 않는 화면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사극의 무게 또한 잃지 않았다.

특히 CG를 통해 한글을 설명하는 장면은 극의 몰입도를 배가 시킴으로서 한글에 대한 신비함을 더욱 강조하였고, 슬로우모션과 패스트모션 그리고 클로즈업을 통해서 만들어낸 액션신은 규모에 비해 더욱 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면서 물량 없이도 몰입도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 냈다.

이런 디테일한 연출들은 완벽한 대본이 어떻게 완벽하게 화면에 구성될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표본이라고 볼 수 있다.


- 완벽한 연기
대본과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판에서 연기자가 제대로 못 놀면 그때 작품은 가장 강력한 힘을 잃는다. 물론 뿌리깊은 나무는 해당사항이 없다. 도대체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말할 정도로 다들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당연하다. 모든 배역들이 다 연기파 배우들로 캐스팅 되었기 때문이다. 한석규야 말할 것도 없고, 장혁, 윤제문, 조진웅, 안석환등 당대에 연기로는 알아 주었던 인물들이 대거 포진 되었었다. 초반에 나왔던 백윤식은 단 몇회만으로 왜 백윤식이 위대한가를 보여주었다. 가장 우려가 되었던 '송중기'는 완벽한 연기로 찬사를, 신세경 또한 대 선배들 밑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연들 조차도 도대체 연기를 못하는 이들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이 작품의 연기 수준은 100점 만점에 100점이다. 사실 이러다 연말에 연기대상을 모두 뿌리깊은 나무가 가져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연기대상은 한석규의 낙점이고 게다가 최우수 연기상, 조연상, 신인상 뭐 다 가져가도 될 정도이다.

특히 한석규의 연기는 디테일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성우 출신 연기자답게 순간 순간 어투를 바꾸고 억양을 달리하는 그의 대사 연기는 세종대왕의 헌신이라 해도 믿을 정도이고, 특히 유명했던 안면연기는 전혀 죽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얼굴표정에서 두려움과 설레임, 불안함과 강함이 동시에 드러나는 연기는 '말없이' 하는 연기의 궁극을 보여준다.


이렇듯, 이 작품은 버릴게 없고 부족함이 없다. 비록 끝이 좋아야 모든 것이 좋다는 말처럼 어떤 멋진 엔딩을 보여줄지 정도가 의문으로 남아 있지만 그 것을 떠나서 일단 '뿌리깊은 나무'는 올해 가장 완벽했던 드라마로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2011년 현재의 대한민국을 정확하게 관통하고 있는 이 뿌리깊은 나무가 어떻게 마무리를 지어가 명작으로 남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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