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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아이돌->가수->뮤지션으로 진화하는 아이유

by 박평 2011. 12. 12.


아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사실 걱정이 좀 된다. 워낙 강력한 삼촌 팬들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아이유에 대해서는 비판할 만한 내용이 아직은 적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테러를 당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아이유는 굉장히 독특한 가수이다. 일단 데뷔하자 마자 망했고, 부나 마시멜로우등으로 살짝 인기를 얻었고, 이때 까지만 해도 아이유는 그냥 어린 아이돌 비스무리한 가수에 지나지 않았다. 단지 그녀가 조금 더 주목을 받은 것은 자신이 직접 여러 노래들을 편곡해서 UCC로 제작해 올린 것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녀는 노래를 꽤 잘하는 가수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이때 당시만 해도 그녀는 '아이돌'이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고 '노래 잘하는 가수'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냥 어정쩡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예능 프로에서의 활약으로 계속 인기가 상승하였고, 결국 '좋은날'로 대박을 친다. 아이유가 대세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 그녀는 '노래 잘하는 아이돌'로 입지를 굳힌다. 그러니까 '아이돌'의 이미지는 확실해 진 것이다. 사실 이 정도의 대 히트라면 다음에도 비슷한 유형의 노래를 가지고 나오는 것이 맞다. 비슷한 유형 안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이 것은 매우 당연하고 일반적인 전략이다. 예를 들어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는 '미스터심플'까지 이어지며, 슈퍼주니어의 색깔을 명확히 했다. 이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언제 들어도 이건 '슈퍼주니어'의 노래라고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성공전략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아이유는 냉큼 '나만 몰랐던 이야기'라는 '윤상'의 곡으로 다음을 장식한다. 

사실 아이유는 한번 더 '좋은날' 같은 노래를 발표 했어도 전혀 상관없었다. 아이돌 아이유의 세력과 영향력과 인기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선택함으로서 그녀는 '가수'로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덕분에 '아이돌+가수'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훌륭한 아이돌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가수이긴 사실 어렵다. 이미지의 상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유는 그 지점에 안착했다.

그리고 나서 발표한 'last fantasy'앨범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너랑 나'는 '좋은날'의 진화버전이고, 이적, 김광진, 윤상, 김현철, 윤종신 등과의 작업은 '나만 몰랐던 이야기'의 진화였다. 여기에 그녀는 그녀 만의 색깔이 담긴 자작곡을 심어놓는다. 11번 트랙에 있는 '길 잃은 강아지'이다. 

이번 앨범 구성을 들어보면 처음에는 신나는 아이돌 아이유에서 뒤로 갈 수록 노래하는 가수 아이유로 그리고 후반부로 가면 뮤지션 아이유로 진화한다. 뮤지션 아이유는 자기의 색깔을 드러내며 마이너 감성을 가득 풀어 놓는다. 사실 이 앨범은 각각의 노래보다는 앨범의 트랙이 완주 될 때 그 가치가 더한다. 메이저에서 마이너로, 화려함에서 쓸쓸함으로, 밝음에서 어둠으로 그렇게 아이유는 뮤지션으로서의 자신을 서서히 그려넣는다.

그런 점에서 아이유는 독특하다. 아이돌 이면서 노래 잘하는 가수며, 거기에 곡을 쓰는 뮤지션의 면모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동시에 이뤄내고 있다는 점이 자뭇 흥미롭다. 2집 13곡 중에 직접 작사한 곡이 6곡이라는 점 까지 생각하면 오래 지나지 않아 그녀의 노래로만 채워진 앨범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긴다. 아이돌이 전곡 작사 작곡한 앨범을 낸다? 이 정도면 팬들을 설레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쨌든, 이번 앨범의 백미는 후반부다. 11번 부터 시작되는 '길 잃은 강아지', '4AM', '라망'에 아이유의 진짜가 들어있다. 아이유에게 가수로서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곡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곡들을 통해 뮤지션 아이유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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