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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 한석규가 돌아왔다.

by 박평 2011. 10. 14.


한석규라는 배우에 대해서 말할때면 항상 가슴이 떨린다. 그도 그럴것이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의 달에서 홍식으로 분하며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어낸다. 그는 전형적인 남자배우의 얼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아주 선굵은 연기를 하는 배우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연기는 연기같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한석규는 영화판에서 흔히 말하는 대박을 친다. 바로 '닥터봉'이었다. 어쩌면 로맨틱 코미디가 수많은 관객을 불러 들인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한석규는 김혜수와 함께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며 약 38만명(서울관객)의 관객을 끌어모은다. 이 38만명의 관객수를 비웃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때 당시 이건 기록적인 흥행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은행나무침대는 서울관객 45만명을 동원하며 흥행 성공을 이뤄낸다. 바로 이 작품에서 강제균이라는 걸출한 흥행감독도 탄생하게 된다. 

서울의달과 닥터봉은 현대적이고 가벼운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었고, 은행나무침대는 사극이자 멜로로서 짙은 연기가 필요한 작품이었다. 이렇듯 판이한 작품에서 한석규는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충무로 최고의 히트 제조기로 발돋음 한다. 그리고 한석규인생에 가장 중요한 작품인 초록물고기를 이듬해 1997년에 만나게 된다. 초록물고기에서 막둥이로 분한 그는 연기력의 끝을 보여주며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여겨지고 있는 차 앞유리씬을 만들어낸다. 비록 흥행은 중간정도였지만 이창동이라는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한석규'를 최고의 스타로 올려놓는다. 그 이후로 NO.3에서 건달로 '접속'에서는 전도연과 함께 멜로 연기로, 허진호 감독, 심은하와 함께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죽어가는 시한부 인생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계속 흥행성공을 거둔다.

더 대단한 것은 이렇게 90년 그가 촬영한 모든 작품들이 한국 영화 역사에 중요한 작품들로 다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99년 대한민국 최초의 블록버스터라 할수 있는 쉬리를 통해 무려 620만명의 관객수를 기록한다. 이때가 한석규 영화인생의 최고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이후 한석규는 점차 작가주의 영화 위주로 촬영을 하게 되는데 주홍글씨나 그때 그사람들, 구타유발자들이 그렇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같은 작품 사이사이에 미스터 주부퀴즈왕, 음란서생, 이층의 악당과 같은 조금은 가벼울 수 있는 작품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비록 1990년대의 엄청난 흥행은 아니지만 그는 꾸준히 작품을 해오며 예의 그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어왔다. 2000년대 들어서 비 대중적인 작품들에서 주로 활동하고 이렇다할 흥행을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연기활동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그는 지속적으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1995년 호텔이후로 무려 15년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가 등장하자마자 그의 연기는 온갖 찬사를 받고 있다. 90년대를 겪지 않은, 혹은 90년대 이후로 그를 잊고 있었던 많은 이들에게 그의 진면목을 보여줄 기회가 다시 한번 나타난 것이다.

한석규 연기의 최고 장점은 스펙트럼에 있다. 그는 코미디에서 부터 멜로, 사극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차분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강하게 티나기 보다는 작품안에 잘 묻어 나오며 함께 한 배역들과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즉, 합이 중요한 배우고, 자신을 최대한 감추는 연기를 하는 연기자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그의 연기는 보통 작품을 살린다. 

또한 그의 목소리는 그가 하는 모든 대사의 신뢰성을 올려준다. 성우출신 연기자 답게 정확한 발음은 시청자들이 배우의 연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제 발음이 뭉게져 무슨 대사를 하는지 잘 들리지도 않는 연기자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을 보면 한석규의 대사가 왜 귀에 쏙쏙들어오는지 왜 그가 좋은 연기자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에는 중저음이 적당하게 실려있다. 그래서 듣는이들은 이 같은 목소리에 설득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한석규의 하는 대사에 신뢰감이 구축되는 이유이다.

더불어 그는 아주 다양한 얼굴표정을 사용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그의 어찌보면 평범한 얼굴은 때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하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도 자연스럽고 상황에 딱맞다. 강렬한 이미지, 좀 모자른 이미지, 그리고 허당이미지까지 다 표현하는 것이 그의 표정이다. 이는 그가 다양한 작품들을 두루 겪어온 그의 필모그래피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런 그의 연기를 브라운관을 통해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축복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그의 연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다. 또 하나 대한민국에 이런 연기자가 있다는 것 또한 축복이 아닐까 싶다.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1990년대를 구축한 대표배우이자, 지금은 거장이 된 다양한 신임감독들과 작업을 해온 배우이고, 막둥이 시나리오 공모전 개최하고 이를 통해 '그림자 살인'과 같은 작품이 영화화 될 수 있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한석규는 어쩌면 잘 인식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국민배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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