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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나는 가수다, 무한도전의 불편한 진실

by 박평 2011. 7. 9.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의 열풍이 거세다. 음원차트의 모든 순위를 휩쓸 정도이며 앨범은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앨범에 등극하게 될지도 모를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예능으로서도 음악으로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지금은 좀 주춤한 듯 보이지만 나는 가수다의 인기도 꾸준하다. 사실 논란이 줄어들고 프로그램이 안정되어서 주춤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오히려 시청률은 증가하고 있다. 음원의 인기는 조금 사그라 들었을지 몰라도 역시 꾸준히 음원 시장의 수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 두 프로그램의 성공에는 '좋은 노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존재하고 있었음은 분명하다. 무한도전은 다양한 장르 다양한 스타일의 가수들과 음악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그 성취물 또한 값진 것이었다. 나는 가수다도 진정으로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의 궁극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방송의 뒤에는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이 깔려져 있다. 그것은 언제부터인가 모든 음악들이 예능을 통하지 않으면 인기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시작은 컨츄리꼬꼬 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들의 1집 '오!해피'는 발매된 이후에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들의 음반이 사랑받고 그들의 노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거의 마지막 활동으로 나왔던 '좋은친구들'이라는 예능 프로에서 정말 제대로 웃겼기 때문이었다. 방송이 빵 터지자 음반이 동시에 사랑받았다. 그때부터 음악성공=예능 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김태원씨가 예능에 나오게 된 이유가 자기의 '곡'들이 죽어가는 것, 그냥 사장되는 것이 안타까워서라고 한 것은 이런 추세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능에 출연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2AM의 조권이 없었더라면 시크릿의 한선화가 청춘불패에서 인기를 끌지 않았다면 이들 팀의 성공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점점 가수의 성공조건이 '노래'가 아니라 '예능'이 되어가고 있고, 음악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예능에서 어떻게 캐릭터를 잡고 어떻게 웃음을 줄 것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한도전과 나는 가수다가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예능이지만 가수들을 오롯이 가수로서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이 있는 이들을 무대로 내새웠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이 비슷한 포멧에도 불구하고 왜 큰 이슈를 보이지 못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무한도전과 나는 가수다는 비록 축복에 가까운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런 점에서 보면 뒤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결국 진정으로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극히 드무며, 대다수의 뮤지션들이 이런 예능에 출연할 기회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러니 음악과는 상관없는 예능에 나와 어떻게든 웃겨야 하고 어떻게든 존재감을 부각시켜야 된다. 가수가 자기의 음악을 알릴 기회를 음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야만 한다는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한 일이다.

예능을 거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없는 척박한 환경, 게다가 음악을 위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극히 드문 환경에서 가수들은 음악이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마주한다면 앞으로 방송사에서 음악을 중심으로한 방송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조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악여행 라라라 나 김정은의 초콜릿 같은 프로그램이 늘어나야 더욱 다양한 음악과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늘어날 것이다. 

대중 또한 좋은 노래를 손수 찾아 듣는 수고를 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노래가 흔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내고 라디오 앞에서 녹음 버튼을 누르기 위해 대기하곤 했다. 인터넷 상에서 클릭만 하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앨범을 사기위해 앨범이 파는 곳까지 가야 했고, 줄을 서야 했다. 매진되면 다른 곳을 향해 다시 이동해야 했다. 예약했고 기다렸다. 무대를 보기 위해서 무대가 있는 곳을 찾아 다녀야 했다.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서 그런 노력들이 다시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현재 아이돌로 시작된 한류열풍이 계속 되기 위해서는 가수들의 능력이 필수다. 만약 가수들이 음악보다는 예능을 더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다면, 아이돌은 곧 사라져 갈 것이고, 한류도 곧 사라질지 모른다. 무엇보다 대중이 식상해 할 것이다. 비슷한 음악, 비슷한 유행이 판치고 그중에서 운좋게 예능에서 뜬 가수나 그 가수가 속한 그룹만이 성공한다면, 가수들은 결국 소모품으로만 전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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