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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한도전과 길, 바다를 살리다.

by 박평 2011. 7. 5.

과거에 여자아이돌 최고의 보컬을 뽑는 인터넷 설문조사가 행해진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는 SES와 핑클을 필두로 해서 베이비복스,티티마, O-24, 클레오등의 여자 아이돌이 활동하던 여자 아이돌 1세대 시절이었다. 그리고 그때 여자아이돌 최고의 보컬로 뽑힌 것이 바다였고, 그 다음이 옥주현이었다.

그 설문조사의 댓글에서 옥주현과 바다는 둘다 가창력으로는 아이돌중 최고라는 평을 받았지만 바다의 시원하고 청아한 음색을 한국인들이 더욱 선호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의견에 고개를 끄덕였던 경험이 있다.


- 바다같은 바다의 음색

가수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창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음색'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노래하는데 있어서 가장 핵심은 얼마나 독특한 혹은 매력적인 음색을 가지고 있는지라고 하는 이야기 또한 공공연히 퍼져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점에서 바다의 음색은 탁월하다. 듣는이에게 바다의 싱그러움을 안겨줄 수 있는 그녀의 보컬은 왜 SES가 전설로 남았으며, 그녀들의 음악이 지금들어도 다른 아이돌의 음악과 명확하게 구분되는지를 알려준다.

SES의 'dreams come true' 나 'Oh my love', '너를 사랑해' 같은 노래들을 통해 SES가 명실공히 요정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의 중심에는 분명히 바다가 있었다.

물론 바다는 음색만 훌륭한 것이 아니다. 가창력 또한 훌륭하다. 음색과 가창력이 조화되어서 그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넘어서 최고의 가창력과 음색을 지닌 훌륭한 여성 보컬로 인정받는 데 하등의 무리가 없다.


- 안타까운 솔로앨범

SES가 해체하고 나온 그녀의 앨범과 음악들은 분명히 좋은 것이었다. 1집의 music이나 3집의 VIP 싱글 Queen 4집의 Mad 까지 그녀의 시원하고 깨끗한 보컬이 경쾌한 리듬과 함께 어우러져 듣는이가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해주었던 곡들은 분명히 성공작들이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곡들이 거의 다 댄스곡이었다는 점이다. 시원한 그녀의 보컬과 댄스는 분명 잘 맞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녀가 지니고 있는 풍부한 감성과 그녀의 싱그러운 음색을 다 표현해 내기에는 분명 댄스보다는 조금 느린 곡이 더 나았을 것이다. 

그녀의 노래들이 나름의 성공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이런 부분을 살짝 놓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길의 선택.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댄스버젼과 발라드버젼이 있었다. 그리고 서해안고속도록 가요제와 여름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분명히 댄스버젼이 더욱 반응이 좋을 것이라는 사실을 길은 알았을 것이다. 또한 댄스버젼을 하게 되면 길이 참여할 여지도 더 많아진다. 비록 예능에서는 살짝 지적을 당하더라도 뮤지션 길은 어느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것 처럼, 그가 곡에 더욱 많이 참여해서 그의 특유의 보컬과 랩을 쏟아낸다면 그는 그동안 쏟아졌던 비난들을 좋은 방향으로 돌리기에 더욱 유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바다의 느낌이 가장 잘 살아나는 것이 바로 발라드 버젼이라고 판단했고, 그는 발라드 버젼을 무대에 올렸다. 그가 곡에 보컬로 참여한 부분은 자신의 중저음의 허스키한 보컬을 아주 양념처럼 살짝 바닥에 깔아 바다의 보컬이 더욱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딱 그부분만이었다. 자기 부분의 불륨을 최소한으로 줄인 듯한 모습까지 보여졌다. 어쩌면 그는 뮤지션으로서 최고의 곡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실 당연한 것이다. 그게 뮤지션이니까.


- 바다의 보컬에 다시 빠지다.

서해안 고속도로가요제에서 주목받지 않은 팀은 없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바다가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는 것은 너무나 고무적이고 즐거운 일이다. 그녀가 단지 매에에에에에에!!!! 만 외치는 가수가 아니라, 웃기고 재밌는 무한도전 공식 여가수가 아니라 그 누구보다 깊은 감정선을 가지고 있는 가창력 뛰어난 가수라는 것을 무대위에서 오랜만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요정을 넘어 싱그러움을 간직한 여신으로 그녀는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가수로서의 매력을 심어주었다.

재미와 함게 음악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무한도전과 뮤지션으로서 자기보다 곡을 그리고 자신의 곡을 받는 가수를 가장 우선에 뒀던 길과 그리고 마음을 열고 누구보다 진실하게 음악을 대하려 했던 바다가 함께 모여서 만들어낸 가장 사랑스러운 하모니가 바로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인 것이다.

앞으로 가수로서 그녀가 더욱 많은 노래를 가지고 우리에게 찾아 오기를 바란다.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 단지 그 실력이 펼쳐질 타이밍이 언제 오는지가 애매모호할 뿐이다. 이제 그녀에게 그 타이밍이 왔다. 그러므로 그녀의 노래가 다시 한번 전국민의 귀를 촉촉히 적셔주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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