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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매채물, 비스트가 울다.

by 박평 2011. 7. 18.

비스트의 노래 '비가 오는 날엔'이 유해매체 판정을 받았다. 판정 사유는 가사 중 '취했나봐 그만 마셔야 될 것 같아'부분이 술을 연상시켜 청소년들에게 음주를 권고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이런 판단은 분명히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물론 청소년유해매체물 선정이라는 작업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만약 유해한 매체가 있다면 그것들을 제한하는 것은 건전한 사회를 위해서 충분히 필요한 일이다. 물론 이런 일종의 검열행위가 창작행위를 상당히 저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서태지의 팬들덕분에 사전 검열은 이미 없어진 상태다. 발매 이후 검열이라는 점에서 과다하게 적용되는 것은 분명히 반대하지만 그래도 아예 가치 없는 일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인는 것은 청소년 유해매체물 선정에 일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일예로 술을 소재로한 노래는 너무나 많이 나와 있음에도 그중 일부의 노래에만 유해매체 판정이 붙었다. 임창정의 소주 한잔 이라던가 바이브의 술이야 같은 노래들은 술이 전면적으로 부각됐음에도 불구하고 유해매체로 판단되어져 있지 않다. 특히 바이브의 '술이야'라는 노래는 '난 늘 술이야, 맨날 술이야'라는 가사를 통해 매일 술에 찌들어 있는 듯한 직접적인 이미지를 투사하는 데도 불구하고 유해매체로 선정되어 있지 않다. 

즉, 여성가족부의 유해매체 선정은 상당부분 자의적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술이 들어가도 어떤 노래는 유해매체가 아니고 어떤 노래는 유해매체라면 창작자들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운이 좋으면 안걸리고 운 나쁘면 걸리는 재수 없는 일이 될것이다. 이 자의적 판단에 의한 선정은 상당부분 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10cm의 '그게아니고'라는 노래는 '술'때문에 유해매체에 선정되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후에는 다시 '감기약'이 약물을 연상시켜서 유해매체로 선정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둘중 어느것이 진실이더라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다.

이처럼 일관성없는 주관적 판단에 의한 유해매체 선정이 계속 된다면 앞으로 남은 것은 여성가족부의 눈치를 보던가 혹은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혹은 뒤로 로비를 하는 식의 뒷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무엇이 심의에 걸릴지 모르니 여성가족부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심의라는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서 'TV드라마에서는 담배피는 장면은 방송불가'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가이드 라인이 있다면 창작자들은 차라리 이 가이드 라인을 창작자의 재치로 혹은 아이디어로  뛰어넘어 더 나은 창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는 것 보다는 아예 이건 다 같이 안된다고 고정하는 것이 더 나은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유해매체물 선정 자체를 의미없는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엄격한 기준 없는 자의적인 선정은 선정된 창작자에게 그리고 그 창작자의 작품을 즐기는 이들에게 모두 상처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가족부에서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창작자들은 그 가이드라인을 참조하여 창작행위를 할 것이고, 그 안에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려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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