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양 - 안면 연기의 대가 (2006년 글)

방금까지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박신양편을 열심히...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 창이 다 닫히면서 글이 날아갔습니다. 1시간 10분을 쓴 글이.... 거의 다 쓴 글이.... 그래서 다시씁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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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이 성공리에 종영을 했다. 이 작품은 그 특이한 소재인 '사채'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성공을 만든 것은 주연 '금나라'를 연기한 박신양이다. 그의 연기는 초반엔 호평을 받았고, 끝날 때는 너무 '오버'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쨌거나 그의 연기가 이 드라마를 살렸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박신양의 커리어를 얘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파리의 연인'을 그 시작으로 본다. 그러니까 그 전에는 그냥 괜찮은 영화배우 정도였다가 '파리의 연인'을 시작으로 대중적인 큰 인기를 얻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최고 영화배우의 반열에 오른적이 있으며 단지 깊은 슬럼프에 몇 번 빠졌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그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그럴 수 있는 힘은 그의 연기력에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 보며 그의 연기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 보자.

 

그가 영화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유리'라는 작품이었다. 여기서 수도승으로 분한 박신양은 영화자체가 충격적인 관계로 매우 충격적이며 깊은 인상을 주는 연기를 펼쳤는데, 안타깝게 영화는 그 난해함으로 인해 망하게 되었다. 그러나 박신양이라는 배우의 열연은 충무로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으며, 그는 연기 잘하는 배우로서 인정받게 된다. 주연을 맡은 첫번째 영화에서 말이다. 그 이후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안타깝게도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그를 흥행배우의 반열에 올려준 탁월한 작품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편지' 였다.

 

 

죽어가는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비디오 테이프 안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내는 절규와도 같은 슬픈 독백.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최진실, 오열하는 최진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같이 오열하는 여성 관객들.

 

이렇게 전국을 슬픔으로 빠트리는데 성공한 박신양은 이 영화로 확실하게 흥행 배우로 발돋음 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영화인 약속으로 홈런을 날리게 된다.

 

접속으로 성공리에 충무로에 안착한 전도연을 '흥행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이자, 박신양을 한석규와 동급의 연기력과 흥행력을 두루 겸비한 충무로 대표 배우로 만들어준 작품인 약속을 통해 그의 인기는 말그대로 폭발하게 된다.

 

특히 성당안에서 전도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여자를 사랑하고!'라면서 절규하는 장면은 그 당시에는 엄청나게 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대상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화자되고 있다. 그리고 이 장면은 전도연의 가슴 뿐만아니라 영화를 보던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에도 큰 두근거림을 만들어 주었다.

 

편지와 약속의 흥행은 그를 충무로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 주었고, 앞으로 그의 영화인생은 탄탄대로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최고의 전성기에 그는 인생 최악의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전 지 현'이다.

 

 

박신양의 다음 작품인 '화이트 발렌타인'은 전지현의 데뷔작이다. 최고 흥행 배우 박신양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된 전지현에게는 축복받은 작품일지 몰라도, 박신양, 제작사, 기획사, 배급사, 그리고 관객들에게는 저주받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말그대로 흥행 참패 했다. 쫄딱 망했다. 그 이후에 찍은 '킬리만자로'는 영화는 괜찮았지만 너무나 쌨던 영화였기 때문에 역시 흥행 실패 하였다. 그 다음인 '인디안 썸머'는 그래도 약간 관객이 들긴 했으나 성공이라고 보기에는 한참 모자랐다.

 

전지현과 함께 시작된 그의 슬럼프는 자칫 길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매우 훌륭한 우군과 함께 슬럼프를 벗어나게 된다. 약속에서 박신양의 오른팔로 나와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정진영과 함께 손 잡은 달마야 놀자가 대 히트를 기록한 것이다.

 

 

이 영화의 히트는 다시한번 박신양이 '흥행성'이 있는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다. 그리고 박신양은 다시한번 전성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됐었다. 그가 출연하기로 한 다음작품 또한 그 예측을 뒷받침 하고 있었다. 작품 개봉전에는 다들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그렇다. 그는 다음 작품에서 전지현을 만난것이다. 이 영화 참패했다. 그 때 당시 박신양은 '달마야 놀자'로 완벽 부활에 성공했고, 전지현은 '엽기적인 그녀'의 대 흥행으로 최고의 여자배우로 등극했던 시점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둘이 만났으니 당연히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는 참패했다. 포스터를 보면 박신양이 째려 보고 전지현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미 그들은 촬영할 때부터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전지현은 박신양에게 있어서 최악의 파트너이다.

 

원래 슬럼프에서 빠져나왔다가 얼마 안되서 다시 빠지게 되면 그 슬럼프를 극복하기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그래서 박신양은 죽는 줄 알았다. 그러나 박신양은 쉽게 죽지 않았다. 다음 작품 '범죄의 재구성'으로 다시 한 번 흥행을 이뤄낸 것이다.

 

내가 알기로 이때 박신양이 기획사를 사이더스로 옮겼고 그 덕에 범죄의 재구성에 출연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의 박신양 배역이 원래 박신양이 아닌 다른 배우에게 (기억으론 정준호)에게 가는 거였는데, 거절되고 나서 박신양에게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거나 그는 이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으며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 내었다. '씁씁 후후'라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말이다. 하지만 박신양에게 예전같은 스포트 라이트는 없었다. 이영화의 주인공은 '최동훈 감독'이었다. 그리고 '백윤식'이었다. 워낙 쟁쟁한 인물들 때문에 그에게 돌아갈 스포트 라이트는 나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가 다시 한번 예전에 명성을 찾게 된 계기는 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다.

 

수많은 유행어와 화제를 만들면서 그는 '영화배우'라는 틀을 깨 버리고 그저 '배우'로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된다. 수많은 CF를 찍게 되었고 그의 이미지는 팔려 나가기 시작했다. '신용카드', '수트'광고들이 그의 이미지를 원했고 바램대로 박신양은 소비되어졌다.

 

그 이후 상당히 긴 휴지기를 갖는데 아무래도 작품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달마야 놀자'로 겨우 살아났다가 '4인용 식탁'으로 바로 늪으로 빠졌던 기억을 지울수 없었으리라 본다.

 

그러다 '눈부신 날에'라는 영화로 얼굴을 비추며 동시에 '쩐의 전쟁'에 캐스팅이 되면서 박신양은 휴지기에서 벗어날 준비를 한다.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의 동시진행은 사이더스에서 특히 좋아하는 방법으로 많은 배우들이 영화의 선 개봉 후 드라마 촬영의 코스를 따르고 있고, 이 전략은 꽤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정은 처럼 망한 경우도 있도. 사랑니 -> 루루공주)

 

영화 '눈부신 날에'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쩐의 전쟁'은 대 성공 함으로서 그리고 영화 '쩐의 전쟁'에 박신양이 출연을 공언 함으로서 박신양의 위치는 한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다음 작품에 '전지현'만 나오지 않는 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박신양이 이런 수많은 위기에도 불구하고 즉 '흥행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전지현'과는 왜 이렇게 맞지 않을까? 에 대한 생각을 해볼까 한다.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바로 '연기력'이다. 그의 연기력은 여러 작품에서 이미 인정받은 것이다. 그는 러시아에서 연기를 익히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 졌는데, 러시아에서 외교관의 부인과 바람을 펴서 쫓겨났다는 루머만 유명해졌을 뿐, 정작 그가 익히 연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바람 얘기는 루머다 루머. 사실확인 전혀 안됐다. 진짠지 가짠지 알게 뭐야.)

 

그가 러시아에서 배워온 연기는 '얼굴 연기'라고 생각된다. 말이 안통해서 '얼굴 연기'만 배워가지고 왔는지, 아니면 러시아에서 '얼굴 연기'를 매우 중요시 생각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가진 연기의 모든 힘은 얼굴에서 나온다.

 

예전 한 잡지에서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안면연기를 하는 배우로 박신양을 뽑았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그의 얼굴 연기는 출중하다. 이 얘기는 곧 감정표현에 있어서 다른 배우들보다 월등하다는 말과 일치한다.

 

우리가 헐리우드 영화를 볼때, 실제 외국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는 지 못하는지 잘 구분이 안될때가 많이 있다. 물론 정말 잘하는 배우들이야 티가 확확 나지만 그 외 배우들은 잘하는 것 같고, 정확하게는 연기를 '못한다'라고 생각되는 배우가 거의 없다. 그에 반해 한국 영화를 보다보면 '참 연기 못한다'라고 생각되는 배우가 꼭 있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 영어는 말을 하는데 안면 근육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게 된다. 본인도 과거 직업이 영어 강사였던 바, 학문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영어는 입의 굉장히 다양한 부분을 혀로 짚어 가면서 발음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입을 많이 벌려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얼굴의 다양한 근육들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국어에 비해 영어는 굉장히 다양한 제스쳐를 대화 중간 중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영어로 연기하는 외국영화에서 연기가 어색하다거나 못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이다. 카메라 앞에서 얼어있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박신양의 연기력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그의 연기를 보면 알겠지만 입을 굉장히 잘 사용한다. 절규를 할때도 남보다 입을 더 많이 벌리고, 입을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 보이고, 실제로 잘하는 것이다. 배우가 감정을 정확하고 과장되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관객이 좀더 쉽게 그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박신양의 연기에는 기억에 남는 대표적인 장면들이 많이 있다. 편지의 비디오씬과 약속의 성당 신, 달마야 놀자에서 정진영과의 부엌(?)씬, 범죄의 재구성에서 '씁씁 후후'씬, 파리의 연인에서 '왜 내 여자라고 말을 못해!'씬, 쩐의 전쟁의 여러 분노씬들이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 것이다. 왜냐? 얼굴을 통해 감정을 폭발시키니까. 그는 스토리상의 클라이막스가 아닌 연기의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내니까.

 

이런 연기력에 대한 믿음은 박신양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꾸준히 작품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전지현과 만나면 안되는 이유 또한 이 연기력 때문이다.

 

박신양의 연기는 한국적이지 않다. 굉장히 외국적이며 감정의 폭발이 자연스럽다. 이런 박신양을 받아주려면 여성 연기자 또한 어느정도 감정을 밖으로 표출해 낼 수 있는 얼굴 혹은 목소리 연기가 가능해야 한다. 편지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최진실이 오열하는 씬이었기 때문에 박신양을 받아 줄 수 있었고, 전도연은 워낙 뛰어난 관계로 당연히 받아 줄수 있었다. 정진영 또한 그럴 내공이 있고, 범죄의 재구성에서의 염정아, 백윤식 등은 말할 것도 없다.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 또한 박신양을 받아 넘겼는데, 김정은도 과장된 연기에는 일가견이 있는 관계로 훌륭히 받아 넘겼다.(가문의 위기를 보면 김정은의 진수가 펼쳐진다.) 쩐의 전쟁에서 박진희는 박신양을 혼자 받아 넘기기에 조금 모자르다고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출중했으며 역시 마동포 이원종이 딱 버티고! 박신양을 받아 주었기 때문에 성공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지현은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다. 박신양을 받아 줄수가 없었다. 물론 엽기적인 그녀 처럼 전지현이 놀수 있는 환경이 제공된 영화에서 박신양을 만났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박신양과 함께한 작품은 그런 작품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녀는 자신의 연기력이 매우 출중해야 할 수 있는 작품을(화이트 발렌타인은 데뷔작이니 그냥 넘어가고) 박신양과 너무 일찍 해 버렸다. (물론 박신양의 작품선택도 좋진 않았다.)

 

어쨌든 박신양의 기본은 훌륭한 안면연기다. 이것을 통해 박신양은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갈 것이다. 만약 헐리우드에서 영화를 찍어야 하는 배우가 있다면, 그리고 가장 잘 헐리우드 배우들과 섞여 나갈 배우가 있다면 그건 박신양이다.

 

박신양이 단순히 드라마 1~2개로 성공한 배우라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을 지우길 바란다. 그는 정말 많은 작품에서 항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온 대한민국의 훌륭한 연기파 배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하며 그럴 자격 또한 충분히 있다.

 

그가 부디 세계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배우가 되길 빈다. 그는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