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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조인성 - 원석 드디어 다듬어지다. (2006년 글)

by 박평 2009. 2. 13.

 

 

조인성이라는 배우가 있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로 데뷔때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그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가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는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시트콤'에서 그의 연기가 매우 강하게 인식되었기 때문이었을 거다. 

 

'뉴논스톱'은 우리나라 시트콤 계에서 손에 꼽는 명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자기 이름을 걸고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고, 연기는 자연스럽기 보다는 자기들의 생활, 혹은 성격을 최대한 많이 들어내는 스타일이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 자체가 굉장히 좋은 연기력을 요구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실정상 그정도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섭외하기는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을 해결한 방법이 바로 배우의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트콤 자체가 날것 처럼 보이고, 그래서 더 쉽게 감정 동화가 일어나기도 하는 등의 작용이 일어날 수 있었다.  

 

배우의 캐릭터를 그대로 쓴 이후에는, 시트콤안에서 알아서 그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사건이 많아 지면 많아 질 수록 그들의 캐릭터가 풍성해 지는 것이다. 그렇게 뉴 논스톱은 시트콤계를 평정한 명작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극 안에서 캐릭터들이 성장을 했던 말건, 어쨋든 시트콤안에서의 연기는 '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니까 연기가 아니라 그냥 배우의 모습 그대로를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인성은 가장 어색했다. 

 

즉, 자기 자신의 캐릭터 조차 구현하는데 상당히 불안정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예 극안에서 놀아버렸던 '박경림'이나 평상시에도 자연스러운(혹은 그만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정평이 나있는 양동근에 당연히 밀려 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잘생긴 모습(?)과 어색함이 극안에 나중에 무기로 사용되긴 했지만, 그 작품에서 그는 역시 부족했다. 

 

그런 인식이 우리에게 깔려 있었다. 별로 라는.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많이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 피아노이다. 

 

안타깝게 나는 그때 당시 외국에 있어서 피아노라는 작품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난리난 드라마 였다는 것은 알고 있다. 흥행성 없기로 유명한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를 60만 관객이 들게 한 것은 피아노에서 이어온 조재현의 인기 때문이었다. 매우 괜찮은 작품 이었다고 들었다. 게다가 같이 등장했던 고수, 조인성들도 잘 했다고 들었다. 

 

그 이후에 찍었던 영화가 마들렌인데 망했다. 안타깝다. 그 이후에 '화장실 어디에요?'라는 작품이 있었지만 아주 잠깐 개봉하고 말았음으로 넘어가자.  

 

그러다가 출연한 것이 내가 '조인성'을 가능성이 있는 녀석으로 찍게끔 만든 작품 '별을 쏘다'였다. 여기서 그의 연기를 보고 내가 느낀 것이 있다.  

 

'참 열심히 하는구나.', '전도연이라는 대 선배 앞에서 깐죽거릴 깡은 있구나.' 

 

이 두가지를 보고 나는 조인성이 괜찮은 연기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때 쯤 뉴 논스톱 출연을 했었다.  

 

많은 인기를 얻은 조인성의 다음 작품은 '남남북녀'이다. 누가 뭐래도 난 이작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 '정초신'감독의 작품이니까. 이 사람이 한때 꽤 잘나갔다. 어이없이 괜찮았던 영화 '자카르타', '몽정기' 다 이 사람 작품이었기 때문에 '남남북녀'도 살짝 기대했지만 망했다. 쫄딱. 

 

물론 영화 자체가 안 좋았었겠지만, 또한가지 생각도 했다. 조인성의 그 약간은 어색한 연기, 나름대로 놀려고는 하나 깐죽거리는 수준인 연기가 'TV'에서는 통해도 스크린에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 거대한 화면에서 자기의 얼굴을 가지고 호흡을 끌고 가기에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가는 TV드라마의 경우, 어떤 연기를 하더라도 상대가 맞춰주고 따라가주고 분위기 맞춰주면 어색한것들이 무마 될 수 있지만, 영화는 그렇지가 못하다. 2시간 안에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특성상 항상 스토리는 중심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왜인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처음부터 주연급이 되어버린 '조인성'은 그렇다면 TV에서만 통하는 배우가 될 수 있었다. 

 

이후 발리에서 생긴 일로 TV 안에서의 포스를 한껏 보인 조인성은 '봄날'까지 잘 마무리 함으로서 TV 드라마에서 확실한 흥행 카드로 발 돋음 한다. 그의 연기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어색함은 계속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좀 튄다는 느낌은 역시 드라마 안에서 계속 존재 했다. 

 

그런 조인성이 '유하' 감독과 '비열한 거리'를 찍는 다고 했을 때, 나는 빙고! 했다.  

 

 

 

이번 영화로 조인성은 달라진다. 배우 소리 들을 것이다. 라고 나는 분명히 예측 했고, 현재 평은 '조인성이란 배우의 발견'수준의 내용이다. 

 

나는 왜 확신할 수 있었나? 바로 유하 감독 때문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는 지금까지 늘 한결 같은 자세를 견지한다. 유하 감독은 사람 사는 모습을 담담한 눈으로 보여준다. 그게 끝이다. 유하 감독의 영화에는 판타지도 활극도 없다. 그저 사람 사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유하 감독은 사람 사는 모습에 딱 한가지의 주제를 추가 시켜서 담담하게 스크린이 비춘다. 그 주제는 항상 자극 적이었다. 하지만 묘사는 그렇지 않다.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 오묘한 조화가 유하 감독의 장기이자 특기이며 힘이다. 

 

성적사랑(혹은 그냥 사랑)이라는 주제가 들어갔던 '결혼은, 미친짓이다.'와 '학교'의 '말죽거리 잔혹사'그리고 '조폭'인 '비열한 거리' 모두 마치 너무나 자극 적일 것 같지만, 그저 담담하다. 유하 감독은 그저 담담하게 생활을 비출 뿐이다. 

 

그래서 유하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매우 일상적인 연기를 한다. 크게 모나지 않은 그냥 사는 것 같은 편안한 연기들을 주로 하게 된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에서 '감우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내가 '이준기'편에서 말했다 시피 '감우성'은 자연스러운 연기의 대가이다. 물흐르는 듯한 연기말이다. 그가 '유하'를 만났으니 안 좋았을 리가 없다. 권상우를 봐도 동갑내기 과외하기 의 그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의 그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그 이후 권상우의 눈에서는 힘이 빠졌다.  

 

조인성도 마찬가지가 될 거라고 확신했다. 조인성 연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색함'과 '깐죽'이다. 그러니까 연기 자체가 튀는 것이 문제 였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라면 그의 그런 모습들을 까부셔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담아 줄 것이 확실했다. 그래서 나는 조인성의 연기가 좋을 거라고 장담했다. 

 

보고 난 이후의 감정은 내 생각 이상으로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안에서 자연스러웠고,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튀는'연기를 아예 제거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매우 훌륭하게도 자연스러운 연기 안에서 자신의 '튀는'연기를 적절히 양념처럼 뿌려 준것이다. 이게 유하감독의 역량인지 그의 역량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조인성은 스스로는 분명히 언급했다. 유하 감독을 통해 생활연기를 배웠다고. 그리고 과거의 자기 작품을 보면 미칠듯이 부끄럽다고.  

 

내 생각에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그는 인식 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그가 가지고 있던 튀는 연기는 분명히 비열한 거리 안에서 양념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캐릭터의 느낌을 조금 더 살려 줬다는 것이다. 

  

하여간 덕분에 또 한편의 좋은 영화가 나왔으니, 고마울 뿐이다. 

 

조인성 그는 어쩌면 TV에서 만큼 영화에서는 기대 받지 못했던 연기자였다. 그의 연기는 필름 위에서 펼쳐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유하감독과 만난 지금, 그는 원탑으로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끌어 갈 수 있는 주연급 배우로 분명히 성장했다. 

 

앞으로 그가 어떤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감히 상상은 안되지만, 확실한 것 한가지는 얼마 안있어 그가 'TV'에서 만큼 '영화'에서는 충분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저 가능성 있는 '연기자'정도였던 그가 당당한 '연기자'에 발을 들여 놓은 것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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