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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정진영 - 영화계의 큰 형님 (2006년 글)

by 박평 2009. 2. 13.

 

이 배우 이야기좀 해야 되겠다. 어느 순간에 우리에겐 너무 친숙한 배우로서 다가온 이 인물. 지적인 이미지로, 훌륭한 연기로 신뢰감을 팍팍 주는 배우. 강한 눈빛과 안면 연기, 강한 호흡, 그리고 참 좋은 목소리까지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배우. 정진영이다.

 

왕의 남자를 보면서 '이준기'에 대한 얘기를 해야 겠다고 결심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준기 편에서 말했다시피 난 새싹들을 좋아하니까. 그렇지만 도저히 이 남자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 극을 지배한 기둥이 바로 이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끝내 줬으니까.

 

솔직히 원래 내 계획대로 라면은 '왕의 남자'스페셜로 감우성까지 쫙~ 봐줘야 맞는 이야긴데 그럴수는 없을 것 같다. 100일 휴가는 정말 참으로 정신없다. 짧다고 느껴지기 보다는 시간이 없다고 느껴진달까? (참고로 월요일날 휴가 나와서 집에 들어간건 월요일 뿐이었다. 화요일부터 지금까지 집에 한번도 -_- 들어가지 않았다.)

 

하여간 이런 상황에서 '감우성'편까지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정진영! 이라고 생각을 했다. 너무 쓰고 싶으니까. 실제 이거 쓰고 시간이 남는다! 내일 시간의 여유가 좀더 있다! 그러면 '감우성'을 쓸까? 했으나 아마 '권상우'편을 쓰지 않을까 싶다. '청춘만화'를 봐서 할말이 좀 있으니까. 뭐 그건 내일 되어 봐야 알 것 같다.

 

사족이 길었다. 결론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정진영에 대한 얘기는 꼭 하고 싶었다는 거다. 왜냐면 어느새 영화안에서 영화를 좌지 우지 하는, 영화의 기둥이 되는, 파워를 지닌 배우가 되었는데 언급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이상하니까. 게다가 왕의 남자에서 호연은 끝내 줬으니까.

 

정진영의 데뷔작은 무엇으로 봐야할까? 1995년의 테러리스트에 출연했었고, 1997년 초록 물고기에 출연했었다고 하지만 그 두편을 모두 본 나의 머리속에 그의 모습은 기억되지 않고 있다. 아마 저 두영화를 봤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그것은 영화가 오래 되서 이기도 하고 기억에 남을 만큼의 비중이나 혹은 분량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진영이 대중에게 자기 이름 석자를 확실히 주입시킨건 바로 약속때 부터이다. 나는 약속이란 영화를 극장에서만 5번을 봤을 정도로 나름 매니아 였는데, 그 영화에서 박신양과 전도연의 연기도 좋았지만 역시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던 것은 정진영이었다.

 

공상두(박신양)의 오른팔이면서 동시에 형제애를 나눈 부하로 나온 그는 영화안에서 자칫 '깡패'라는 집단의 특성에 따라 약해 질 수 있는 '인간적'인 모습을 두각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즉, 그의 역할은 '공상두'를 깡패 보다는 하나의 인간으로서 느껴지게 하는 작용을 해 주었다. 이런 것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를 칼로 찔러서 죽여버린 '공상두'에게도 관객이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이 영화가 성공한 이유중에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약속은 멜러 영화니까.

 

약속에서 정진영이 깍듯이 모시던 박신양에게 '상두야!'라고 외치면서 말할때의 목소리 톤, 눈빛은 지금까지도 그의 강력한 무기이자 힘이 되고 있다. 약속의 가장 중요한 장면은 내가 봤을 땐, 성당씬이 아니라 바로 '상두야!'씬이었다.

 

이 작품으로 정진영은 대종상 남우조연상과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탔는데, 탈만했다고 본다. 훌륭했으니까. 이런 내공은 아마 이 전부터 그가 연극무대에서 꾸준히 활동해온 덕분이 아닐까 싶다. (네이버에 따르면 데뷔가 88년 연극무대이다.)

 

그는 이준기 편에서 밝혔다 시피 굉장히 '연극적'인 연기를 한다. 굵은 선, 두드러지는 안면연기, 폭이 큰 호흡조절, 강약조절등 연극에서 느낄 수 있는 연기의 힘을 그는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다.

 

이런 경우에 연극 배우들은 영화안에서 좀 따로 노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정진영은 희한하게도 영화안에서 잘 소화된다. 분명 강하고 자기 노선이 진한데도 불구하고 남과 따로 놀지 않는 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이다.

 

물론 이러한 장점은 여러모로 좋은 환경에서 나왔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좋은 환경이 뭐냐면, 그와 같이 공연한 감독들과 배우들이다.

 

약속, 달마야 놀자의 박신양, 와일드 카드에서 양동근, 킬러들의 수다의 장진감독.

 

박신양의 연기는 나는 딱히 뭐라 평하기 난감한 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훌륭한 연기인데, 특히 안면 연기쪽에서는 박신양이 정말 끝내주는 수준이라고 알고 있다. 정진영과 대립해주기에 충분한 배우이다. 그리고 양동근 또한 그렇다. 그의 연기는 광적이면서 뚜렷하다. 그러니까 양동근의 연기는 그저 양동근표 연기다. 그를 TV에서 보건 영화에서 보건 연극에서 보건 다 양동근표 연기를 볼 수도 있다. 역시 정진영의 힘을 받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리고 킬러들의 수다에서 장진 감독은 연극 연출자 답게 영화안에서 연극 색깔이 많이 보인다.

 

이런 좋은 환경 때문에 정진영의 연기는 강하지만 서도 잘 스며들어갈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시 환경보다는 배우의 힘을 얘기 하고 싶은 것이, 그 외의 작품에서도 그는 항상 훌륭하고 멋진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약간 사시끼가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 각도에 따라서는 사시의 느낌이 확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배우에게는 치명타일 수도 있는데, 이상하게 정진영의 경우에는 그런 사시끼 마저도 연기안에 잘 묻어 나 버린다. 참 이유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마도 정진영이 연기를 할때 뿜는 기운에 이미 흡수 당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사시끼가 있는 배우는 '최지우'가 있는데, 최지우는 그래서 카메라에 따라 정말 이상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최지우는 아직 정진영 같은 포스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확 티가 나는 경향이 있다. 그녀가 지우 히메~ 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는 '윤석호PD(겨울연가연출)'가 자리를 잘 잡아서 찍어 준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어쨋든 정진영은 그래서 마치 배우에게 흠이 될 수 있는 것조차 자기의 기운안에 묻어 버리고 극안에서 연기를 해나간다. 특히 또하나 정진영의 특기라면 바로 입 연기다.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입 모양을 주목해본다면 그것을 통해 연기의 퀄리티가 얼마나 증가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왕의 남자에서 그는 광기에 빠진 연산군을 연기하면서 감우성과 상당한 대립을 보인다. 감우성의 자연스러운 부드러운 연기와 정진영의 강하고 호흡이 큰 연기는 양 축을 이루고 치열하게 공방을 펼친다. (여기에서 우리는 감우성의 연기내공 또한 짐작할 수 있다.)

 


 

그의 광기어린 연기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만들어 내는 큰 심적 울림은 아마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영화를 지배하는 힘을 가진 배우이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진행하면서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얼굴을 알린 그가 다음에는 어떤 작품의 무슨 배역으로 나올지 기대된다. 그 특유의 선굵은 연기를 통해 가슴을 또한번 울려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인기있는 배우는 많다. 실력있는 배우도 많다. 하지만 신뢰를 주는 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정진영이 그 많지 않은 배우 중에 하나임에는 누구도 반론의 여지가 없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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