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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시크릿 가든은 어떻게 시청자를 홀렸나?

by 박평 2011. 1. 16.

마침내 10주간 우리를 울리고 웃겼던 시크릿가든이 종영되었습니다. 간만에 보았던 무척 훌륭한 작품으로서 저의 애정도 각별한데요, 과연 어떻게 시크릿가든이 우리의 마음을 빼앗았는지 한번 살펴보려 합니다. 작품을 곱씹어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죠?


1. 대본의 힘.


이 작품의 가장 큰 힘이었다면 대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정말 세세한 디테일로 그려낸 작가의 능력은 두번 말해 입 아플 정도 입니다. 특히 작품 초반부터 여러 가지의 단서들을 던짐으로서 시청자에게는 걱정과 두려움과 불안과 기다림을 안겨주면서 다음 회를 보지 않으면 안되게 만든 그녀의 구성력은 치밀하다 못해 영악하기 까지 했습니다. 심지어는 19회때 아영이의 꿈으로 한회남은 작품에 대한 긴장감을 높여 버렸죠. 이 얼마나 대단합니까? 

특히 그녀의 촌철살인의 대사들은 수많은 패러디들을 양산해 냈습니다.

'내가 말이야 어?! 그러니까 어?!'
'이태리 장인이 한~땀 한~땀'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등등으로 이어지는 김주원 어록은 작가가 완전히 그 캐릭터에 몰두하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삼신할머니 랜덤덕에'

처럼 핵심을 찌르는 대사를 배치 함으로서 시청자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대사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김수현 작가 못지 않았다고 보는게 저 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치밀한 구성과 훌륭한 대사, 그리고 상상을 뛰어넘는 변주들은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연기의 힘

이 작품에서 연기를 가장 잘한 사람을 뽑으라면 누구일까요? 뭐 솔직히 이런 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연기를 못한 배우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꼭 한 사람을 뽑으라면 저는 '하지원'을 뽑습니다.


물론 여러분들, 특히 여자분들께서는 '현빈'을 먼너 떠올리셨을 겁니다. 하지만 전 역시 하지원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여지껏 그녀를 거처간 모든 남자들이 연기의 최고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이 그랬고, '황진이'에서 '장근석'이 그랬습니다. 그리고 '시크릿 가든'에서는 '현빈'이군요. 

저 3명의 배우 모두, 저 작품들 부터 연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3명 중에서 현빈은 이미 어느정도 연기를 하던 배우였습니다. 그러나 '와! 진짜 연기 잘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온건 '시크릿가든'이지요.

'하지원'은 제가 아는 여자 배우 중에서는 가장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며 동시에 가장 받춰주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 중에 하나입니다. 특히 앞에서 상대역이 대사를 쳐줄때 반응해주는 연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런 연기의 진수를 보고 싶으시다면 19화에서 기억을 되찾은 김주원이 길라임에게 가서 말하는 부분을 다시 봐 보시기 바랍니다. 하지원의 얼굴이 어떻게 변하면서 어떻게 감정을 만드는지. 그녀는 확실히 상대역의 궁극을 이끌어 낼 줄 압니다.

그렇다고 하지원만 말하기는 힘들겠지요. 현빈 또한 너무 연기를 잘했습니다. 솔직히 현빈의 연기는 예전부터 일정한 수준에 올라가 있긴 했습니다. 안정적이었죠. 그러나 이번 작품으로 인해서 연기를 괜찮게 하는 배우가 자기에게 맞는 배역을 입으면 어느정도의 시너지가 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그 훌륭한 대사들이 모두 지금과 같은 힘이 있지는 않았을 겁니다. 특히 그에게서 가장 뛰어난 점을 찾으라면 캐릭터를 잡은 것이었습니다.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긴 하지만 생명은 배우가 불어넣습니다. 만약 김주원을 장혁이 했다면 어땠을까요? 장혁의 연기도 훌륭하기 때문에 아주 괜찮은 김주원을 탄생시켰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다양한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창조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현빈의 이런 디테일은 '할아버지에게 이를거야'와 같은 대사에서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잘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런 대사를 칠때마다 대사톤이 살짝 올라갑니다. 이걸 의도한건지 혹은 자연스레 됐는지는 모르지만 하여간 대단한 연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외에도 오스카, 썬, 김비서등이 좋은 연기를 해 주었습니다. 썬을 제외하면 다 베테랑 들이었죠. 단지 제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김사랑과 유인나였는데 둘다 연기를 이렇게 잘 소화해 낼지는 몰랐네요. 

가장 연기가 어색했던건 임감독, 이필립인데... 실제로 이필립은 대사처리부터 시작해서 모든 연기가 아직은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것들이 하나의 캐릭터 처럼 잘 녹아 들어갔던거죠. 연출의 힘인지 운인지 아니면 배우가 의도한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작품에 등장한 모든이들이 다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덕분에 이 작품이 큰 빛을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3. 깨알같은 잔재미들

우선 조연들의 감초연기를 들 수 있습니다. '주원이형!'의 김비서도 훌륭했고, 액션스쿨 조연들의 역할도 훌륭했습니다. '체리'도 참 잘했죠. 그 외에도 다양한 조연들의 호연이 이 작품을 빛나게 했습니다. 참고로 어느 캐릭터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작가의 세심함도 참 좋은 재미를 주었죠. 마지막에 길라임을 미행하던 비서까지 캐릭터를 부여해준것은 작가의 능력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다양한 패러디들이 있었습니다. 백지영이 나와서 웃음을 줬고, 오스카 사과 리스트도 재미있었습니다. VVIP 목록도 훌륭했죠. 그러나 최고는 마지막화에서 나왔습니다. 길라임이 새로 찍게될 영화 '7광구'의 시나리오는 정말 작가가 이 배우를 사랑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습니다. (7광구는 개봉예정인 하지원 주연의 영화입니다.)



이 외에도 작품안에서 꾸준히 보여주었던 다양한 잔재미들은 이 작품이 왜 좋은 작품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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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은 간만에 보는 너무나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마지막화에서 편집이 너무 엉성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편집이 조금만 더 잘 됐다면 훨씬 더 몰입도 강한 그런 작품이 됐을 테지요. 그러나 이 작품이 사전 제작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또 다행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랬다면 '김비서와 아영'의 거품키스도 못봤을테고, 어쩌면 새드엔딩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그러니 편집이 조금 어색하다 해도 어떡하겠습니까? 고맙게 받아들여야죠.


특히 이작품의 대본은 아마 앞으로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모든이들이 꼭 한번 읽어봐야할 그런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의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고 비틀고 푸는 능력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게끔 만드니까요.

좋은 작품 하나를 이제 떠나 보내게 됩니다. 그동안 애청자로서 웃고 울고 설레일 수 있게 해줘서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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