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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여자의 꿈을 담은, 기막힌 변주곡 '시크릿가든'

by 박평 2011. 1. 10.

시크릿가든이 마침내 한주 분량만을 남겨 놓고 있습니다. 본래 작품이 끝나고 나서 한 작품을 뒤돌아 보는 것이 맞지만, 시크릿가든에 대한 이야기는 오히려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작가는 분명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결말을 준비하고 있을테니까요. 지금껏 시크릿가든이 그래 왔듯이 말이죠.

 너무나 기막힌 변주곡 - 여성의 wants 를 꿰뚫다.

시크릿가든은 정말 흔하디 흔한 설정으로 짜여져 있습니다. 

재벌남자와 평범한 어쩌면 평범이하의 여자와의 로맨스 (신데렐라)
남녀의 영혼체인지
기억상실증
운명적으로 엮인 사랑 (아버지가 구해준 사람이 장래의 연인)

이렇듯 각각의 설정만 보면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진부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진부한 설정을 약간씩 변주 함으로서 매우 독특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냈습니다.


- 신데렐라 컴플렉스
아시다시피 많은 여성들이 신데렐라가 되기를 꿈꿉니다. 누군가가 나타나 자기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줬으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그러면서도 마치 자신의 인생이 한 남자에게 전부 의존되어 버리는 그런 상황을 바라지는 않습니다. 자의식을 잃고 싶지는 않은 것이죠. 그러므로 누군가 왕자님이 나타났으면 좋겠긴 한데, 그렇다고 왕자님의 모든것을 덥썩 물어 버려서 마치 자신이 속물처럼 비춰지는 것에 두려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작가는  이 부분을 간파해 냅니다. 그리고 비틉니다.

"거품처럼 그렇게 사라져 달라고"

"내가 인어공주 하겠다고." "거품처럼 사라져 주겠다고"

김주원은 처음에 길라임에게 당당히 인어공주가 될 것을 주문합니다. 여자들은 이 대사에 반응하죠. 지금 나보고 신데렐라가 되라는 소리가 아니구나. 여기에서 여자들은 자신이 '속'되지 않았다는 보호막을 한번 치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에 김주원이 자신이 인어공주 하겠다고 했을 때, 여자들은 마침내 자신이 '죄책감 혹은 비난의 두려움없는' 신데렐라가 된다는 것을 느낍니다. 신데렐라는 인어공주에 의해서 완벽하게 감춰지죠.

결국 길라임은 신데렐라 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교묘하게 잘 감춤으로서 여성들의 자의식이 강해짐으로 인해서 생겨난 시선, 자존감등을 보호해 줍니다.



- 영혼체인지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은 극 중반을 넘으면서 '새드엔딩'과 결합했고, 사람들은 쉽게 길라임이 스턴트를 하는 도중 목숨을 잃을 상황에 처하고 김주원이 그때 영혼을 바꿈으로서 길라임을 살리고 대신 죽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드엔딩'과 '영혼체인지'를 합치면 나올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이고 긴박한 장면입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특히 중간중간 깔아놓은 복선들은 그것에 더욱 신뢰를 높혔죠. 그러나 작가는 이것을 '뇌사'라는 설정으로 비틀었습니다.

여기서 '뇌사'라는 설정은 매우 특별합니다. 극의 긴장과 몰입을 높히기 위해서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 김주원이 대신 죽는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엔딩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뇌사를 설정함으로서 작가는 '김주원'이 정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오히려 시간을 끌면서 '김주원'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증폭시킵니다.

작품 자체의 긴장감은 좀 떨어질 지언정 둘의 사랑의 크기를 확실히 주입시키겠다는 작가의 의도는 이미 '시크릿가든'에 빠져버린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에 확실하게 사랑을 심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 기억상실증
김주원이 께어나면서 역시 작품은 쉽게 아름다운 결말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작가는 기억상실증이라는 또 다시 진부한 소재를 꺼냅니다. 역시 이 마저도 변주를 하지요.

대부분의 여성들은 '연애초기의 설레임'을 기억합니다. 한번 잡은 물고기에 떡밥 안준다는 말처럼, 연애를 하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소홀해지는 그리고 약간은 매정해지는 연인을 경험해본 여성들은 더 하겠지요.

또 하나는 자기 연인이 아직 어렸을때 그때의 모습에 묘한 설레임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모성애'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자기 남자의 과거를 알고 싶어하고 그 과거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또한 여자입니다.

기억상실증은 이런 여성의 마음을 정확하게 드러냅니다.

여성들은 아직은 덜 다듬어진 김주원에게 더욱 큰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는거죠. 그러면서 동시에 연애 초기의 그 설레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작가는 천재임에 분명합니다.


- 운명적으로 엮인 사랑 (아버지가 구해준 사람이 장래의 연인)


그런점에서 보면 이제 이 진부한 설정이 어떻게 변화될지를 보는 것이 우리의 남은 즐거움을 될 것 같습니다. 아직 김주원의 사고가 무엇이었는지, 그 사고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는 밝혀진것이 없습니다. 다음 2화는 그 일이 밝혀지고 관계가 정리되면서 끝나게 될 것이 분명하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나가게 될까요?

그냥 아버지가 구해준걸 알고 더욱 열심히 지키고 사는 것으로 끝일가요? 아님 무언가 다른 변주가 또 들어갈까요?

제가 이 시점에서 이 글을 쓰는게 맞다고 본 것은 바로 이것때문입니다. 다음주에 이 변주가 어떤 것인지 발견되기 전에 생각해보고 고민해 보는 것이 굉장히 큰 재미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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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시간이 많이 없어서 드라마를 잘 못 보고 있는데, 작년 추노 이후로 너무나 좋은 대본의 작품을 만나게 되서 무척이나 기쁘군요. 비록 김주원 같은 고귀한 분들때문에 저와 같은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한 이웃이 더욱 추운 겨울을 맞이 하고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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