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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시크릿가든, 길라임의 뇌사 설정이 진짜 흠일까?

by 박평 2011. 1. 9.

시크릿가든이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웃음으로 시작해서 달달함으로 갔다가 종반이 다가오자 아주 대단한 최루성 눈물폭탄을 안겨준다. 이런 구성만으로도 시크릿 가든의 작가가 얼마나 짜임새 있게 극을 구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길라임이 뇌사 상태에 빠지고 김주원이 산소마스크를 띄어내서 데리고 갔다는 것이 극의 옥의티가 되었다는 둥, 설정이 나빴다는 둥, 작가가 좀더 신경써야 한다는 둥 말이 많은 것을 보았다. 이럴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참 안타깝다.

한 베플은 시크릿 가든의 뇌사설정을 까는 기사의 밑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자 그럼 이제 영혼바뀌는걸의학적으로 설명해봐'

이 베플이야말로 정말 핵심을 꿰뚫은 것이라고 보인다.

시크릿가든은 '환타지'를 다루고 있다. 영혼이 바뀐다는 설정 자체가 의학적으로 과학적으로 말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 환상을 바탕으로 한 작품에 완벽한 고증과 설정을 바라는 것 부터가 억지일 수 있다. 우리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지(게다가 환타지장르인) 다큐를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일부는 그래도 개연성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설정을 욕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뇌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되며 뇌사 상태에 빠진 사람이 호흡기가 없어도 되는지 혹은 있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되겠는가? 따라서 일반 시청자의 경우 그 개연성을 알 방도도 없다.

이 일이 문제가 된건, 역시 일부 기자들이 아주 일부의 의견을 기사로 작성했기 때문일 뿐이다. 그 일부까지 모두 만족시킬수 있는 작품이라면 좋겠지만, 어떤 작품이던지 호불호는 갈리게 마련이라서 애당초 모두를 만족시킬순 없는거 아닐까?

오히려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그 철저한 구성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고 느끼는 것이 수십번이다. 그 적절한 대사며, 암시등은 이 작품이 시나리오 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 말해준다. 유아영의 꿈얘기가 17회에 영향을 미치고, 신데렐라의 대사 또한 17회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한다. 돌아가신 스턴트맨으로 실제 고인이되신 스턴트맨을 추모하고, '주원이가요' 에서는 말의 중의성을 이용해 감동을 안긴다.

이런 부분만으로도 이 작품의 설정과 시나리오가 얼마나 세부적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 수 있다. 뇌사설정은 극을 끌고 가기위한 하나의 장치일 뿐이고, 그 안에서 마치 의학 드라마와 같은 고증은 필요하다고 보여지지 않는다.

인터넷기사가 판치면서 몇몇 소수의 의견이 마치 다수의 의견인양 다뤄지고 있고, 그것이 소수의 목소리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반면에 그 소수의 의견이 다수의 의견인것 처럼 꾸며진다는 점에서는 폐혜가 너무 크다.

왜 무한도전은 버라이어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모든 부분을 살피지 않으면 안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며(과소비조장), 어째서 시크릿가든은 욕먹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시크릿가든은 정말 훌륭하다. 연기도 훌륭하지만 연출도 훌륭하지만 진짜 훌륭한건 대본이다. 이 정도의 구성능력을 이 정도의 디테일로 꾸밀 수 있는 작가는 드물다. 이미 작가의 머리속에는 극의 전부가 머리속에 빽빽히 그려져 있다는 느낌이다.

이제 우리가 즐겨야 하는 것은 자잘한 문제거리는 아니다. 과연 이 극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작가는 뻔히 예측 가능한 것을 자잘하게 변주시켜 왔다. 따라서 뻔히 예측된 영혼교체이면서도 큰 울림을 준 것이다. 3회가 남은 시점에서 작가가 준비한 것은 무엇일지, 우리 그것에 집중하면서 제발 작품을 좀 즐기자.

우리는 쓸데없이 말이 너무 많은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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