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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올 겨울 휘성은 대단했다.

by 박평 2014. 2. 4.



작년 3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다시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때, 나는 광분했다. 노래의 수명이 극단적으로 짧아진 상황에서 특별한 홍보 없이, 특정한 방송에 삽입되는 것 없이 1년이 지난 노래가 차트 1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 자체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단한 사건이었고, 충격적인 일이었다. 만약 올해도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아마 또 한 번 엄청난 찬사를 늘어놓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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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명곡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방송'이다. 방송에 삽입되거나, 방송 안에서 리메이크됐을 때, 과거의 명곡은 다시 힘을 얻고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된다. 버스커버스커가 특별했던 이유는 이런 도움 없이 차트 1위로 올라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송'으로 인해 차트의 상위권에 올라간 옛 노래들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방송'의 도움이 있었지만, 결국 '명곡'이 아니라면 방송에 나올 리도, 다시 대중의 귀를 휘어잡을 수 있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작년 히든싱어 휘성 편을 통해 휘성의 명곡들이 다시 대중의 귀를 휘어잡았다. 2011년에 발매된 '가슴 시린 이야기'와 2010년에 발매된 '결혼까지 생각했어'가 특히 더 큰 사랑을 받았다. 공개된지 이제 3~4년이 지난 곡들이었다. 


이 노래들이 다시 대중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과거처럼 방송에 나온 노래들이 크게 사랑을 받는 일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휘성의 곡은 대중의 입맛에 딱 맞는 곡이었고, 지금 들어도 매우 훌륭한 명곡들이었기에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휘성이 대단한 것은 과거의 노래가 방송을 계기로 다시 차트의 상위권에 안착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이 아주 질기게도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히든싱어2 휘성편이 방송된 것은 2013년 12월 7일이다. 그리고 지금 2014년 2월에도 휘성의 이 두 곡은 여전히 차트의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 멜론차트 기준으로 가슴 시린 이야기는 16위에 결혼까지 생각했어는 24위에 위치한다. 방송을 통해 순식간에 대중의 귀를 다시 사로잡은 노래가 2개월 넘게 계속 대중의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특별한 활동도 없이 말이다. 음악의 생존주기가 계속 짧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지 수년 지난 노래들이 다시 한 번 주목받고 그 생명력을 끈질기게 이어가고 있는 것은 역시 새로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차트 1위를 하지 않더라도 그를 대단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현상을 보면 대중이 음악을 듣는 방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좋은 노래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듣고,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자 하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8~90년대처럼 좋은 음악 그 자체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뻔한 음악, 보여주기에 급급한 음악이 차트에서 빠르게 사라지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추세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휘성은 이 같은 대중의 음악 소비 취향의 변화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가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3~4년 전 곡으로 차트에서 끈질기게 대중의 귀를 끌어들이고 있으니까. 그러니 올겨울 휘성은 대단했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좋은 노래가 지닌 힘이 무엇인지, 대중이 지니고 있는 좋은 노래에 대한 욕구가 어떠한지를 가장 잘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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