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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임, 시간은 흐르지만 사랑은 남는다.

by 박평 2014. 1. 4.




워킹타이틀의 영화는 이상하게 한국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매우 능한 것처럼 보인다. 특별히 일부러 한국관객들을 노리고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닐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한국관객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워킹타이틀의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과 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사랑을 받은 지도 이미 오래된 일인데, 최근에 개봉한 <어바웃 타임>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한국관객의 워킹타이틀 영화에 대한 호감은 한결같은 것 같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워킹타이틀의 영화들이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독특한 설정'위에서 풀어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연예인과의 사랑이야기인 <노팅힐>도, 다양한 사랑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졌던 <러브 액츄얼리>도, 시간 여행자의 사랑까지 등장한 <어바웃 타임>도 모두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사랑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독특함과 현실의 묘한 조합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여기고, 일상적으로 느끼는 모든 사랑을 더욱 특별하게 꾸며내고, 관객은 이를 통해 삶의 재발견을 누릴 수 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는 그 뻔한 사랑이라는 것이 사실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어바웃 타임>도 그러한 영화다. 시간 여행이라는 아주 큰 능력을 알게 됐음에도, 고작 한다는 것이 사랑을 찾아가는 일이다. 영화는 이 지점을 코믹하게 그려낸다. 하지만 이내 그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관객은 함께 느끼고 공감한다. 이 중요한 사랑을 우리는 꽤 흔하게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것을 마치 공기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겠지만, 사실 어떤 특별한 상황에 부닥쳐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랑이라는 것임을 영화는 말한다. 


물론 이 사랑이 남녀 간의 사랑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러브 액츄얼리>에서 그려진 것처럼 남자와 남자의 우정을 말하는 사랑도 있었듯이, <어바웃 타임>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오빠와 동생의 사랑이 모두 그려진다. 그래서 <어바웃 타임>은 사실 <어바웃 러브>이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간이 결국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것임을 깨달을 때, 이 작품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시간 여행자라는 독특한 설정은 결국, 사랑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장치일 뿐이다. 기존 워킹타이틀의 영화가 그러했듯이, <어바웃 타임>은 가장 흔한 것을 가장 특별하게 그려낸 영화다. 


여전히 사랑하고 싶다면 <러브 액츄얼리> 한편쯤은 봐주는 것이 상도덕인 것처럼, 삶 속에서의 사랑의 진정한 무게를 느끼고 싶다면 <어바웃 타임>을 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는 그 무게를 가볍게, 그리고 아름답게, 때론 재치 있게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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