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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국은 언제 이렇게 컸나? 서인국의 영화 <노브레싱>

by 박평 2013. 10. 31.




잘생긴 남정네들이 웃통을 벗고 수영을 한다는 설정만으로도 뭇여성을 설레게 만든 영화가 있다. <노브레싱>이다. 청춘 스타들의 웃통을 벗겼다는 자신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오빠들 체위 100%! 진짜 입었다 벗은 수영복 쏜다!'는 멘트로 배너 광고를 할 만큼 노리는 타겟이 분명한 영화이고, 타켓의 대상 된 상큼이들의 팬들은 꽤 만족할 만한 영화임에도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든 영화냐고 묻는 다면 크게 할말이 없다. 전형적인 설정과 전형적인 진행은 이해하겠지만, 그 전형성 안에서의 만듦새가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튀고 에피소드는 깊지 않다. 비슷하게 운동을 소재로 했던, 심지어는 쫄쫄이 의상도 비슷했던 '국가대표'가 보여주는 쫀득한 구성을 <노브레싱>은 갖지 못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청춘영화'라는 탈을 쓴 그 순간부터 이런 결과는 예고되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단,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브레싱>이 가지고 있는 미덕은 있다. 단순하다는 것.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고, 에피소드도 복잡하지 않고, 캐릭터도 복잡하지 않다. 이 단순성은 영화를 보러 온 이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고 갈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아주 손쉽게 오빠들, 혹은 상큼이들의 몸을 감상할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딱 이것으로 족하다. 그러나 '서인국'에 대한 이야기라면 다르다. <노브레싱>이 위와 같은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쫀쫀함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노브레싱>이 그래도 볼만한 상업영화로서의 힘을 갖추게 된 것은 바로 '서인국'의 공이기 때문이다.


<노브레싱>은 이종석과 서인국이라는 두 명의 주인공을 내새운 영화다. 하지만 시나리오 상에서 진짜 주인공은 '서인국'일 수밖에 없다.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는 최고'와 '최고의 재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 꽃피우지 못한 망나니'의 조합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거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전통적인 클리셰인데, 이 경우 항상 주인공은 '망나니'였다. 그 망나니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는 순간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하일라이트'가 되기 때문이다. <노브레싱>도 정확하게 이 공식을 따른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애초에 '서인국'의 영화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서인국'은 아직 발현되지 않은 천재 '조원일'을 연기 하는데, <노브레싱>에 출연한 모든 배우중에서 가장 풍성한 연기를 쏟아낸다. 웃기고, 어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가슴 졸이는 이 모든 연기를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펼쳐낸다. <노브레싱>은 전체적으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튀는 경향이 있는데, 이 튀는 연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어색하지 않게 해낸 것이 바로 서인국과 박철민이었다. 그 만큼 서인국은 자신의 배역을 충실히 수행해 냈고, 제대로 감정을 표현해 냈다. 덕분에 영화는 서인국이 나올 때와 안 나올때, 영화가 주는 풍성함 그 자체가 차이난다. 서인국이 나올 때 영화는 더욱 다채로워지고 감정이 풍부해지고 그가 나오지 않을 때는 조금 밋밋해진다. '응답하라 1997'에서 이미 연기자로서의 실력을 보여준 서인국이지만, <노브레싱>에서는 서인국이 주연급 연기자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기에 <노브레싱>의 최대 수확은 '서인국'이다.


'서인국'과 라이벌로 나온 '이종석'도 좋은 연기를 펼쳤다. 전체적으로 튀는 이 영화에서 원래 튀는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박철민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자신의 톤을 끌고간 배우다. 그것이 이종석 스타일인지 아니면 그의 연기에 한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안정되게 서인국을 받쳐 준 것은 사실이다. 단지, 조금만 더 강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권유리 또한 크게 어색하지 않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약간 튀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미 방송을 통해 '권유리'를 접했던 소녀시대팬의 한명으로서 '권유리'의 평상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이미지 캐스팅 대로 잘 했다고 평가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박철민은 박철민의 연기를 했고, 박정철은 조금 오버한 것이 아쉽지만 영화 전체의 톤이려니 생각하면 나쁘진 않았다. 결론적으로 <노브레싱>의 전체적인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여긴다. 오히려 조금 과장 된 방식으로 연출하는 것이 좋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을 뿐이다.


그러나 서인국은 '나쁘지 않았다'를 넘어 '괜찮았다'를 넘어 '훌륭했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연기로 영화 자체의 농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니까. 그래서 바라는 것은 이 배우가 어서 빨리 다른 작품을 찍었으면 하는 것이다. 세밀한 연기가 필요한 그런 작품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그런 작품이라면 '서인국'이라는 배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그의 다양한 얼굴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분위기를 만나보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한 배우의 다른 연기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한 걸 보면, <노브레싱>은 서인국을 보기 위해서라도 극장에 찾아갈 가치는 있는 영화다. 아, 물론 상큼이들의 몸을 보는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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