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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정웅인이 만들어 낸 민준국, 그 강렬한 존재감.

by 박평 2013. 7. 11.








드라마 '국희'에서의 정웅인을 기억하는 나는 언제나 '세친구', '두사부일체'의 웃기는 정웅인이 색다르게 보였다. '국희'에서 김혜수를 짝사랑하는 역으로 나와 정말 인상 깊은 정극 연기를 보여주었기에, '세친구'에서 오로지 직진 밖에 모르는 안문숙의 차에 타고 부산에 내려가는 그의 '맛간'얼굴이, 노래방에서 제대로 망가지는 '두사부일체'에서 그의 몸사위가 더 색다르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정웅인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김해숙과의 연기에 대한 칼럼을 통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어째서 정웅인은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 데도 불구하고 '코믹'한 이미지로 뇌리에 강하게 박혀야만 했을까?에 대해서는 이야기해보지 않은 것 같다. 


사실 정웅인은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탁월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정웅인 연기의 핵심은 눈의 주름과 입모양 그리고 목소리인데 이 3가지를 정말 자유 자재로 구사한다. '세친구'에서의 그 어리버리하면서 억울한 연기를 할때의 입모양, 그리고 '두사부일체'에서 매우 반듯한 것 같다가 갑자기 망가질 때의 그 순간적인 목소리 변화는 정웅인의 탁월한 연기의 밑바탕이다. 덕분에 그는 화면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잡을 때, 그 캐릭터를 굉장히 잘 살려내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코믹한 캐릭터는 대중들의 뇌리에 더욱 강하게 자리 박힌다. 빨간양말 '성동일'이 그랬다, 보고 싶어도 보고 싶은 '손현주'도 그랬다. 어떤 드라마에서도 코믹한 캐릭터들은 캐릭터의 구축이 잘 되고 선명한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과거는 현재 처럼 '코믹 캐릭터'가 아닌 배역에도 '캐릭터'를 잘 부여 하는 시기는 아니었다. 지금은 모든 캐릭터를 '극대화'시키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그런 부분이 조금 약했던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캐릭터를 확실하게 살리는 정웅인이 '코믹한 캐릭터'를 연기 했을 때, 그에 대한 파괴력이 컸던 것이다. 그리고 그 파괴력 덕분에 다른 연기를 해도 어색해 지는, 즉 '코믹한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바람에 오히려 연기력이 묻히고, 연기할 수 있는 배역의 폭이 적어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코믹한 연기를 제대로 살려내는 연기자들에게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지금 엄청나게 인정 받고 있는 성동일도 사실 빨간 양말 후에 한동안 힘든 시기를 겪었다가 다시 그 연기력을 인정받은 적이 있다. 결론적으로 정웅인은 캐릭터를 살려내는 그 능력 때문에 오히려 연기자로서의 어떤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딫혔던 것이다.


그런 정웅인에게 있어서 '민준국'이라는 배역은 그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캐릭터를 살려 낼 수 있는 동시에 '웃기지 않아도 되는' 최고의 배역이었다. 확실한 개성이 있는 캐릭터고, 그 캐릭터를 제대로 살려 내야 드라마 전체가 사는 매우 비중이 있는 역이었다. 그리고 전혀 웃기지 않아도 됐다.


정웅인은 그 특유의 안면연기를 통해서 '착한 민준국'와 '나쁜 민준국'사이를 넘어 다녔고, 그 연기의 자연스러움 때문에 '민준국'은 시청자들에게 소름을 줄 수 있는 배역이 되었다. 그가 만들어 낸 여러 대사들 '니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새우버거로 준비했다.', '얘기하지 말라고 했다, 얘기하면 죽일거야.'은 그 느낌이 너무 잘 살았고, 이제는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복도 조명이 꺼졌다 켜질 때 혹시 민준국이 나타날까봐, 밖에 비가 와 창문을 바라보는데 거기에 민준국이 서 있을 까봐 긴장했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그는 '악역'으로서 극에서 가장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 내내 '민준국'이 제대로 각을 세워 주지 않으면, 드라마 자체가 좀 시시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웃기는'이미지였던 정웅인을 과감히 캐스팅한 제작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이제 웃기는 배우보다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식 된 정웅인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고 싶다.


이렇게 꾸준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발견 되는 것은 참으로 흐믓한 일이다. 그리고 내가 과거에 좋아 했던 연기자가 다시 한 번 주목 받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다. '너목들' 보는 것을 가장 즐겁게 만들어 주는 것중의 하나는 확실히 '정웅인'이다.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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