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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끝나고 나면 기분이 더러워 지는 영화

by 박평 2012. 11. 29.


26년은 재밌는 영화다. 이것은 명확하다. 상업 영화로서의 미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 내용을 떠나서, 담고있는 의미를 떠나서 그냥 봐도 좋을 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 끝나고 나면 기분이 더럽다. 왜 그럴까?


- 5.18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뭔가 다 끝나지 않은 영화처럼 느껴질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갔지만 중간에 끊고 나온 기분이 들 것이다. 26년은 5.18에 대해 생각이 없는 이들에게도 재미를 주기에 충분하지만, 불켜진 극장에서 나올 때는 분명히 시원하지 않다.


- 5.18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현실을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기분이 더러워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영화로나마 해소하려 해도 해소가 되지 않는 그런 기분이 있다. 극장 안에 불이 켜지면 우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현실은 그렇게 우리를 억누른다. 현실은 그렇다.


결국 이 영화는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해 아는 바와 상관 없이 더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그 더러운 기분 만큼, 5.18에 대한 잔상은 머리 속에 깊이 남는다. 영화를 본 모두에게 있어서 '5.18'과 '그 사람'에 대한 잔상을 남긴다. 이것은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당신에게 5.18을 기억하게 해 준다는 것.


이 작품의 원작자인 강풀은 '그날의 광주'를 잊지 않게 하려고 이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그 정신은 영화에 그대로 옮겨졌다. 다행스럽게 5.18은 다시 한 번 잊혀질 위기를 넘겼고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기억될 것이다.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그 시절, 그 날의 광주에게 빚을 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피로 세워진 국가 위에 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 그 모두는 영웅이다. 단지,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의 영웅들이 존경받고, 추앙받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영웅들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그 영웅들을 학살 했던 범죄자는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러한 사실을 기억하게 만든다. '재미'를 얹어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 '눈물 짓지 못한 이'라면 그날의 이야기를 다시 찾아 보기를... 그리고 '눈물 흘리는 이'라면 현실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것이다. 


26년은 그런 영화이다. 처절하게 기억해달라고 외치는 영화. 그 날과 그 날의 고통과 그리고 그 날이 남긴 고통의 유산들을 제발 잊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영화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홍보 문구 였던 '그 사람을 단죄하라'는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5.18을 기억하라.'


이 외침이 과연 얼마 만큼의 사람들에게 전달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영화를 본 모두는 설력 기분이 더러워 지더라도 반드시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날의 광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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