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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김태호와 유재석, 두 남자가 만드는 환상의 앙상블 무한도전

by 박평 2012. 10. 19.

무한도전이 300회를 맞이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300회 동안 진행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무한도전이라면 더욱 대단하게 여겨질 수 밖에 없다. 무한도전은 특별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은 매우 독특한 방식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따로 포멧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매 회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처음 무한도전의 포멧이 지금 처럼 변경되었을 때, 이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 변화무쌍한 포멧때문이다. 


보는 입장에서는 매회가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쉽게 적응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익숙한 형태는 시청자를 편안하게 만들며, 더욱 쉽게 프로그램에 빠져 들 수 있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개그콘서트를 보면, 재밌는 부분을 기다리게 되고, 1박2일을 보면 복불복을 기다리고 몰입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그런게 없다. 볼 때마다 새롭다는 장점은 있지만, 매번 과도한 집중과 몰입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무한도전에 쉽게 빠져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만드는 입장에서는 더욱 끔찍하다. 매번 다른 형태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상황에서 작품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매 회마다의 격차가 크다면, 이는 상당히 불안한 요소로 작용될 것이고,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작진에게도 노하우라는 것이 있다. 정글의 법칙 팀은 이제 정글에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덕분에 '정글의 법칙'은 날이 갈 수록 발전하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버리면 안되겠지만, 그 전에는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제작진의 실력과 노하우의 향상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 무한도전은 제작진이 매번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하기에, 제작진에게는 어쩌면 가장 끔찍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이런 악조건에도 무한도전은 300회를 맞이 했으며, 대한민국의 수많은 예능들의 뿌리로서 존재하고 있다. 300회의 의미가 더욱 특별한 이유이다. 그리고 이렇게 3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위치에 김태호와 유재석이라는 당대 최고의 두 장인이 있었다.


김태호PD의 역할은 이미 제 7의 맴버라고 할만큼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제 7의 맴버라고 하기 보다는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라고 봐야할 것이다. 이 수많은 방식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프로그램마다의 편차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은 그가 아니면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필요에 따라 로고와 색을 바꿔 쓰고 적절한 자막을 넣는 등, 그는 출연진들이 만들어낸 것들을 잘 다듬고 포장해서 최대한 균일화 시키고 있다. 천재적인 감각이 아닐 수 있다. 게다가 무한상사, 가요제, 추격전 등, 완전히 다른 형태들 안에서도 일정하게 장르를 구축함으로서 제작진의 부담감을 줄이고, 프로그램의 형식 대신에 '출연진'에 집중한 편집을 함으로서 무한도전의 장르를 '캐릭터'에 맞춘 것 또한 그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무한도전 같이 매번 바뀌는 컨셉을 지니고 있는 프로그램은 '몰입'이 방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바로 프로그램 형식이 아닌 출연진을 고정화 시키고 이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형식이 나와도 '출연진'이 그대로라면 통일성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시청자들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김태호는 이런 방법들을 통해 무한도전이 장수 할 수 있도록 큰 틀을 짰다.


김태호가 큰 틀을 짰다면, 유재석은 프로그램 안에서의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어떤 에피소드가 나와도, 그는 내부적으로 적절히 수준을 맞춘다. 동료 출연진들의 행동, 발언등을 적절히 통제하거나 이끌어 냄으로서 프로그램의 형식에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의 재미를 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의 구축이 가장 중요한 무한도전에서 그는 끈임없이 동료 출연진들에게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무한도전을 작품 형식이 주가 되는 방식이 아닌 캐릭터 즉, 출연진이 중심이 되는 작품으로 만들어 간 것이다. 그의 동물적인 재능, 그리고 특유의 균형감각은 무한도전내에서 스스로 돋보이지 않더라도 그 바닥을 적절하게 받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스스로 가장 바른 사람, 착한 사람으로서 살면서, 다른 출연진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이를 막아주는 역할까지도 겸하고 있다. 캐릭터가 가장 중요한 무한도전에서 한명의 캐릭터가 나가고 들어오는 것은 다른 프로그램의 맴버 한명이 교체되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중요하고 위험한 일이다. 그렇기에 무한도전은 가급적 맴버교체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유재석이라는 인물 덕분에 비록 무한도전이 조금 문제가 있더라도, 출연진 중의 한명이 논란을 일으켜도, 잘 정리가 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그는 출연진과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만들어 냈고, 이는 무한도전 300회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큰 이유였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두 남자, 김태호와 유재석의 환상적인 앙상블이 만들어 낸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둘을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제작진과 박명수, 정준호, 정형돈, 하하, 노홍철, 길과 출연진들이 합심하였기에 대한민국 예능의 근간이 되는 이 프로그램이 여전히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한도전이 300회를 맞이 했다. 아마 김태호와 유재석이 지금 처럼만 한다면, 어떤 흔들림에도 굴하지 않고 무한도전은 300회를 넘어 500회, 1000회까지도 갈 수 있을 것이다. 이 둘이라면 무한도전은 무한히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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