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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의 품격, 남자의 우정이여 영원하라.

by 박평 2012. 8. 13.

대한민국의 드라마는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장르이다. 그렇기에 사랑이 중심이 된 모든 드라마에는 '여성'을 위한 판타지가 존재하고 있다. 자기만을 사랑해주는 멋진 남자와 그리고 또 자기를 사랑 해주는 반항적인 남자.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언제나 대한민국 사랑 드라마의 공식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신사의 품격은 당당하게 '남자'를 위한 드라마를 표방했다. 그것도 사극이나 느와르 같은 장르가 아닌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로 말이다. 그렇기에 처음 이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남자'를 위한 드라마를 표방한 '여성'을 위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하물며 작가가 여성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채워주는 것으로 유명한 '김은숙'작가였으니 이런 의구심은 당연했다.


그런데 신사의 품격에는 한 여자를 사랑해 죽으려 하는 잘난 남자나 반항적인 기질을 지닌 남자는 없었고, 남자 덕분에 인생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신데렐라도 없었다. 오히려 한 남자를 사랑했던 여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들은 '세침하고 내숭도 있지만 자기 남자에게는 살짝 적극 적인 선생님'과 '시원시원하고 화려한 스포츠 선수', '한 남자만을 애타게 바라보는 친구의 여동생', 그리고 '매력이 넘치는 그러면서도 부유한 여성'처럼 남자들의 판타지에 있을 법한 여자들이었다. 일부 사람들이 '저런 남자 없어'라고 말하며, 이 드라마가 여성의 눈을 높게 만든다고 했지만, 역으로 남자들에게도 '저런 여자 없어'라고 말할 만큼 남성의 눈도 높게 만들었다. 벌써 주변에 '민숙이 누나'가 이상형이라고 꼽는 남자들이 많아 지고 있으니까.


신사의 품격은 이렇게 '남자의 사랑'을 위한 설정을 만들어 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랑이야기 보다는 '우정'을 전면에 세웠다. 그것이 바로 '남자'의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랑'보다는 '우정'이 중요한, 그러면서도 '사랑'의 소중함을 절대 잊지 않는 남자야 말로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남자의 모습임에는 분명하다. 이 4명의 남자들은 함께하며 '우정'을 쌓아갔고, '사랑'을 통해 소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겨우 '신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들은 사랑을 통해 '신사의 자격'을 얻었지만, '우정'을 통해 이미 '신사의 품격'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신사의 품격은 '사랑'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우정'을 키워낸다. 처음 부터 끝까지. 이 네 남자의 우정을 부러워 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렇기에 신사의 품격은 남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남자의 이야기를 해준 고마운'드라마가 되었다. 여지껏 '남자'의 사랑과 '남자'의 우정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 드라마는 없었다. 


또한 일에 찌들어 있고, 세상에 치여 있는, 피곤에 쩔은 40대 만을 보여주었던 기존의 드라마와 다르게, 비록 현실성이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인생을 멋있게 살고, 우정을 지켜나가는 그런 40대의 모습을 보여준 것도 신사의 품격의 미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신사의 품격에 나온 것 처럼 고급 술집에서 모이는 것이나, 취미생활을 편히 하고, 돈을 마구 쓰는 일들은 현실상에서 쉽지 않다. 그러나 평범한 40대들도 가끔 근처 포장마차에 모여서 서로 한잔 기울일 수 있고, 1달에 한번 정도는 모여서 농구라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삶에 치여서 쉽지 않았던 것인데, 이 드라마를 통해 그런 것에 대한 소중함, 우정에 대한 갈망이 조금이라도 솟아 났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확실히 가치있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벌써부터 나도 친구들과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남자에 대한, 남자를 위한, 남자에 의한 드라마 신사의 품격이 남긴 여운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으로서의 남자가 아닌, 남자, 그 자체로서의 삶에 대한 갈망이 우리네 남자들에게는 분명히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에는 그동안 못봤던 친구들과 만나서 한잔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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