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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갈아엎자, 노래심의!

by 박평 2011. 8. 26.

여성가족부 인터넷 게시판이 수많은 조롱글로 가득찼다. 그들이 선정한 유해매체와 그 이유에 대해 많은 대중들이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여성가족부는 심의기준을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대중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형국이다. 특히 SM 측에서 여성가족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청소년 유해매채물 결정통보 및 고시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리하면서 여성가족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 졌다.

일부에서는 아얘 심의자체를 없애자고 말을 하고 있지만 심의자체가 없어진다면 너무 노골적인 가사와 적나라한 표현들이 아무런 제한조치 없이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사후 심의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부적절하다. 그렇다면 결국 방법은 심의제도를 개선하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심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 할까?


1. 심의기관의 이동

많은 이들이 도대체 여성가족부는 무슨 권한으로 청소년 유해매채를 선정하냐고 말을 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 여성가족부는 문화를 담당하는 기관이라고 보기 힘들다. 청소년을 보호하여 더욱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가정폭력이나, 여성 그리고 청소년의 실질적인 위험을 제거하고 보호하는 것에 그 본질적 역할이 있는 것이지 문화를 심의하는 데 까지 범위를 확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심의주체를 여성가족부에서 다른 기관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이 경우에 바로 떠오르는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이다. 문화를 총괄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심의기관일 것이다. 만약 심의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하게되면 문화적인 관점에서 조금 더 합리적인 심의를 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아진다. 혹은 영상물심의의원회에 음악심의를 추가하여 음악영상물심의의원회로 조직을 확대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곳이 심의 주체가 되던지 간에 확실한 것은 조금 더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기관이 그 권리를 지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2. 공통된 심의 규정의 사용

영화같은 경우 한번 등급이 결정되면 특정 부분을 편집하여 방송하지 않는 이상 모든 매체에서 똑같은 등급으로 방송이 된다. 그런데 대중가요의 경우 한 방송사에서는 심의에 통과하지 못하고, 다른 방송사에서는 심의에 통과하는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방송사마다 나름의 규정을 지니는 것이 더 좋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사마다 심의 규정이 다르다면 한 방송사에서는 열심히 나오는 노래가 타 방송사에서는 아얘 등장조차 하지 않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리쌍의 신곡 '나란 놈은 답은 너다'는 SBS, MBC 의 심의는 통과한 반면에 KBS의 심의는 통과하지 못하였다. 이유는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송국 각자의 심의 규정이 있는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사의 힘이 절대적으로 강해진다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한 방송국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수의 곡은 쉽게 심의를 통과하고 그렇지 못한 가수의 곡은 심의에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가수쪽에서는 방송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이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럴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렇게 방송사마다 심의가 다르다면 여성가족부의 심의자체도 유명무실할 수 밖에 없다. 여성가족부의 심의를 통과했더라도 방송사에서 다시 심의 통과를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적 창의성을 옭아 먹는 행위이며 동시에 매우 비생산적인 일이다. 따라서 일단 한 심의기구에서 심의가 내려지면 그것이 모든 방송사에 일괄 적용될 필요가 있다.


3. 금지단어 및 관심단어 선정

대중가요에서 허용되는 수준을 넘어가는 단어들은 정확하게 지정하여 그 단어가 등장하는 모든 곡을 유해매채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노골적으로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들, '섹스'처럼 직접적인 성행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나 노골적인 욕설들은 금지단어로 선정해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금지단어를 선정하고 그 단어는 무조건 금지함으로서 어떤 곡은 발매 후에 한참 후에 금지가 되고 어떤 곡은 발매 후에 바로 금지가 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창작자들에게 적절한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절대적으로 금지되진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하는 단어를 선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단어들이 등장한 가사는 그 가사를 심도있게 관찰하고 문맥을 파악하여 금지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정하는 방식으로 심의를 하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면 개인 혹은 특정 집단의 가치관만 반영한 심의가 아니라 적어도 모두가 일정부분 납득할 수 있는 심의를 할 수 있을 개연성이 높다. 기준이 있고, 기준을 넘어서는 부분에 대한 대처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금지단어 및 관심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해로울만한 노래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보를 받아 심의를 해왔다고 밝힌 여성가족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런 노래들은 제보를 통해서 충분히 심의의 대상으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제안들이 실현될 경우 현재 발생하고 있는 심의에 대한 논란은 상당부분 해소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그저 또 주먹구구식으로 현재의 비난만을 피하려 한다면 이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건 전체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그것을 적용시키는 것이지, 현재의 논란을 잠재우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다. 특히 심의 부분은 대한민국 문화의 발전과 아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자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문화체육관광부가 할 일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이번의 심의 논란을 통해 조금 더 신중한 그리고 더 신뢰할 수 있는 심의제도가 탄생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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