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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무도, 유재석의 리더십, 맴버들의 팔로우십

by 박평 2011. 7. 24.

하나의 팀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십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목표를 잡고 그 목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팀의 방향키를 잡는 것 바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리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나 리더십 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그 리더십에 발맞추어 나아갈 수 있는 팔로우십이 함께 해야 비로소 하나의 팀은 자기들이 원하는 목표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한도전은 비록 최고의 성과는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최선의 성과를 꾸준히 내는 이유를 이 리더십과 팔로우십의 조화를 통해 그려낸다.


- 유재석의 리더십.

리더십은 다양하다. 자신이 앞장서서 끌고 나가는 독재자형도 있고, 뒤따라 오는 이들과 대화하고 이해하고 배려해서 이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자극하는 리더십도 있다. 독재자형이 더 좋은지, 뒤에서 뒷받침 해주는 조력형이 더 좋은지는 상황에 따라 언제나 달라지긴 한다. 하지만 최고의 리더라면 저 두가지 형태의 리더십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유재석은 탁월한 리더이다. 유재석은 보통 배려형MC라고 여겨진다. 강호동이 이끌어나가는 타입이라면 유재석은 자신이 한발짝 물러나서 같이 나오는 맴버들을 배려하고 중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의 진행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재석을 잘 살펴보면 자신이 앞장설 필요가 없을 때는 뒤로 물러나 맴버들을 뒷받침 해주는 조력형이되었다가 필요할 때는 자신이 전면으로 나서는 독재자형을 구분해서 사용한다. 특히 자신의 팀원들이 부족한 부분에서는 자기가 솔선 수범하여 나서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은 따르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너무나 감사한 것이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잘 살려주고, 자신이 부족한 것은 리더가 앞장서서 메꿔주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 주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채찍질과 조언을 아끼지 않아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비록 잘 못하는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게 하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하게 만들어준다. 이건 타고난 리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다.

무한도전맴버들에게 있어서 가장 약한 것은 실제로는 체력적인 일들이다. 몸에 관련된 것들. 봅슬레이, 레슬링, 조정경기들이 그랬다. 이때 유재석은 탁월한 체력을 가지고 자신이 주인공이 된다. 다들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더욱 힘을 쓴다면 나머지 맴버들은 더욱 이를 악물지 않을 수 없다. 조정 2000m 연습후에 녹초가 되서 고개를 숙이고 손이 아팠는지 손을 꼭 쥐어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리더 유재석의 모습과 물을 마시거나 혹은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은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런 이유다. 물론 어느 누구도 농땡이 부리지도 않았고, 어느 누구도 대충하지 않았다. 분명히 체력적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제대로 조정을 해 낼 수 없었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보다 더 많은 것을 쏟아 부은 리더의 모습을 봤을 때, 맴버들은 더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재석은 작은 목표를 만들어 낸다.

'져도 상관없지만 경합하는 패배' 

유재석은 도달 가능한 목표를 제시한다. 터무니 없지 않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은 목표. 맴버들은 이런 리더십에 저항할 수 없고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스스로 솔선수범하며 도달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나머지 맴버들이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것, 이는 왜 유재석이 대한민국 최고의 MC이며 대한민국의 전설로 남을 예능 프로그램의 수장으로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맴버들의 팔로우십

그러나 이런 유재석의 리더십도 제대로 된 팔로우십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일 것이다. 물론 이 팔로우 십을 만들어 내는 것도 유재석의 리더십이 가진 힘이다. 그는 맴버들이 그를 믿고 따라올 수 밖에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그 안에서 자신의 리더를 믿고 어떻게든 가보려 하는 팔로우십 또한 빛이 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한도전 맴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재석의 리더십에 보조를 잘 맞춘다는 것이다. 유재석이 자신을 넘을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맴버들은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판단해 유재석을 넘어선다. 리더에게 굴욕을 주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지를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유재석이 자신을 따라오라 할때는 또 따라간다. 그러나 그냥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은 대립도 하고 약간은 울컥도 하고 그러면서도 이내 그 길이 맞다고 생각하고 따라가는 것이다.

만약 무한도전이 예능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훌륭한 리더를 넘는 것도, 훌륭한 리더의 가르침에 살짝 대립해보는 것도 당연히 쓸데 없는 에너지 소모일 뿐이다.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최고의 리더 밑에서는 그냥 그대로 리더가 시키는대로만 가면 된다. 그러나 예능이라면 다르다. 대립도 하고 울컥도 하고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갈등이 바로 드라마가 되고 이야기가 되고 감동이 되는 것이다. 

두려움에 떨던 길이에게 '너 왜이렇게 형을 못믿니!'라고 말하던 유재석의 말에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길이라는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모습이 오히려 현실의 적나라한 모습임에 틀림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유재석에 더 감동 받았던 것이다.

무한도전이 현실과 살짝 다른 것은 현실에서는 저런 대립을 통해서 비난과 미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등이 생기고 반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한도전에서는 어느 누구도 유재석에게 그런 마음을 품지 않는다. 유재석이 자신의 이익이나 개인의 영달을 위해 맴버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조언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리더의 말을 들으면 손해 볼 것 없다는 뿌리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울컥해도 결국은 유재석의 말을 철썩같이 따르려 애쓴다. 이것이 무한도전 맴버들의 팔로십이다.


무한도전은 팀이다. 그리고 그 팀의 도전은 한동안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비록 그들의 도전이 언제나 성공으로 끝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최선의 모습을 보여줄 거라 확신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있는 유재석의 리더십과 맴버들의 팔로우십이 그 자체로 훌륭한 것을 넘어서 그 기반에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신뢰가 없다면 이 리더십과 팔로우십은 도저히 만들어 질 수가 없다. 이 팀의 신뢰가 공고하고 강한 만큼, 누군가가 힘들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고 보듬어 주고 잘 되면 함께 기뻐하는 순간이 멈추지 않을 그 순간까지 무한도전의 역사는 영원히, 도전은 무한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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