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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놀러와 폐지, 놀러와는 다시 돌아와야 한다.

by 박평 2012. 12. 9.


MBC 와 관련된 분께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김재철이 놀러와를 없애려 한다.'


나는 어리석게도 그 말을 듣고도 설마 놀러와가 폐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우선 '놀러와'를 왜 없애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잘 안 섰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대체 왜 놀러와를 없애고자 했는지 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쨌든 '놀러와'는 폐지됐다.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이유라고 말한 '시청률'은 사실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MBC는 이미 파업으로 인해 정상적인 제작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시청률 하락은 단순히 '놀러와'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며, 따라서 시청률 하락에 대한 책임은 '놀러와'를 넘어서 '파업'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놀러와를 맡아 '세시봉' 열풍을 일으키고, '놀러와'의 중흥기를 만들어낸 신정수pd를 '나는 가수다'로 빼낸 것도 결국은 윗선에서 이루어진 결정이기 때문에, '놀러와'의 시청률이 낮아 진 것에는 경영진의 책임도 있다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더 황당한 것은, 다시 신정수pd를 불러와 '놀러와'를 맡겼음에도 4개월만에 다시 신정수pd를 내쳤다는 점이다. 신정수pd는 '방바닥 콘서트', '트루맨쇼'등을 통해 '놀러와'에 대한 관심을 다시 살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시청률이 오르진 않았지만, 트루맨쇼는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내며 시청률 상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중이었다. 그런데도 MBC는 눈 앞의 시청률만 보고 신정수pd를 잘라 버렸다. 


신정수pd를 쫓아낸 후, 새로 부임한 정윤정pd는 '수상한 산장'을 런칭시켰다. 방송 후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착하기만 한 놀러와가 요즘의 추세대로 조금 더 나빠지기 시작했으며, 새로 투입 된 은혁에 대한 평가도 좋았다. 처음이라 산만하긴 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MBC는 갑자기 '놀러와'를 폐지시켜 버렸다. 


정리 해보면, '놀러와'는 '파업'과 '경연진'의 판단 착오가 결합 되어 낮은 시청률을 극복할 만한 변화의 시기를 놓치게 됐고, 따라서 한동안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다시 한 번 사랑 받을 수 있도록 서서히 변화를 시작하고 있었고, 그 변화에 대한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코너'를 런칭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놀러와'는 갑작스럽게 폐지되어 버렸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놀러와'의 낮은 시청률은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그 외의 것에 영향을 더 많은 받았다. 그리고 그렇다면, 경영진도 분명히 책임이 있고 이에 대한 문책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이 역대 최저로 나오고 있는 것, 다른 예능들이 모두 죽쑤고 있는 것, 오랫동안 파업을 해결하지 못한 것등 MBC 경영진의 무능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다 용서 되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오랜 시간 즐거운 웃음을 선사 했던 프로그램은 사전 공지도 없이 없애 버리는 작금의 상황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놀러와'는 돌아와야 한다. 아마 바로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MBC가 정상화 된다면 그때 '놀러와'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9년 동안 방송을 시청했던 시청자에 대한 예의고, 어떻게든 다시 재밌는 방송을 만들어 보려 했던 출연진과 제작진들에 대한 예의이다. 폐지 된 이유 자체가 확실하지 않기에, '놀러와'는 복귀에 정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회사 전체가 흔들리면 경영인을 바꾼다. 그런데 한국은 회사 전체가 흔들리면 노동자를 바꾼다. MBC 는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맞는 것일까? 우리 모두 도대체 무엇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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