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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지루한 영화인가? 진정한 걸작인가? 레미제라블

by 박평 2012. 12. 19.


참 어렵다.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너무나 지루한 영화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걸작이다. 레미제라블은 참으로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작품이다.


즉석에서 녹음 했다는 넘버는 확실히 생동감이 있다. 클로즈업으로 부각시킨 얼굴에서는 뮤지컬에서는 제대로 볼 수 없을 배우의 감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래서인지 따로 녹음을 한 다른 뮤지컬 영화보다, 이 영화의 넘버들이 주는 감동은 더욱 크다.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넘어, 넘버 하나가 지니고 있는 감동이 극대화 되어서 전달되는 것이다. 뮤지컬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영화가 주는 클로즈업을 통해서 느껴지는 감동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분명한 건, 영화가 주는 그 감동이 절대로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의 진행으로 보자면, 조금 지루하다. 각 넘버가 지니고 있는 톤은 일정하며 넘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노래만 주구장창 반복되는 것 같은 지루함을 느끼게 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극장에서 지루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오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지루함은 사실 어쩔 수 없는 면이 있기도 하다. 넘버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뮤지컬과 영화의 장르적 차이일 것이다. 마지막의 군중씬에서 뮤지컬의 생목이 주는 라이브의 감동은 영화가 어떻게 해도 따라갈 수가 없다. 영화의 화면은 더욱 거대해졌지만, 그 소리의 힘 만큼은 재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레코딩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루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걸작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스토리를 부각하기 보다는 인물을 부각함으로서 원작이 지닌 성찰과 깊이를 이어 나갔고, 넘버를 동시녹음하여 소리가 주는 힘과 연기가 주는 감동을 극대화 시켰다. 레미제라블이라는 뮤지컬이 영화라는 장르로 재탄생될 때 보여줄 수 있는 궁극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는 박수를 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감질났다. 하나의 넘버가 끝날 때마다 신나게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극장에서 그럴 수는 없지 않은가? 바로 이 점 때문에 영화를 즐겁게 봐 놓고도 뮤지컬이 계속 생각난다. 뮤지컬이 오픈하면 가서 넘버가 끝날 때마다 크게 환호하고 싶은 마음, 그 욕구를 좀 풀고 싶다. 


이 영화, 분명히 지루하다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추천하자면, 뮤지컬 넘버를 미리 듣고 가는 것이다. 뮤지컬 넘버에 익숙해지기만 해도 이 영화 훨씬 덜 지루할 것이다. 한 가지만 더 하자면 역사 공부다. 이 시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간다면, 이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삶에 더욱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레미제라블은 그냥 보기 보다는 준비하고 보는 것이 필요한 영화다. 약간의 준비만 하면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국내외 시사회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 이유는 분명히 있다. 그 감동을 같이 느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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