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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귀환, 가문의 약발이 다했음을 보는 아쉬움.

by 박평 2012. 12. 21.


나는 가급적 영화에 대해서는 악평을 하지 않는다. 악평 해야 할 상황이면 글을 안쓴다. 직무유기임을 알지만, 나 아니어도 욕 해줄 사람이 넘치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문의 영광 4 - 가문의 수난'을 보고는 정말 많은 비난을 했었다. 이유는 딱 한가지이다. 누구보다 '가문의 영광'시리즈가 이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영화산업은 참으로 많이 성장했다. 작품의 수준도, 제작의 효율성도, 다양한 부대적인 것들까지 다 발전했다. 아직 스태프에 대한 처우 개선이나 촬영 환경의 개선등 부족한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나, 대한민국 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영화가 성공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영화로만 따지면, 이제는 헐리우드가 하는 거의 모든 장르는 거의 다 섭렵했고 수준까지 훌륭해 졌다. 멜로부터 액션, 재난 영화까지 한국의 영화는 그 다양성이 헐리우드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19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기때부터 한국영화의 발전을 계속 봐왔던 나에게 이건 크나큰 자랑거리이다.


그런데 한가지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 개인적인 아쉬움일 수는 있지만, 한국을 대표할 만한 '시리즈'가 없다는 점은 항상 마음에 걸렸다. 007이 있고, 인디아나 존스가 있었고, 스타워즈가 있고, 아이언맨이 있는 등, 헐리우드는 영화는 시리즈물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진다. 내가 한국 영화에 바라는 것 하나는 바로 이 시리즈 물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한국의 시리즈물은 살아남은 것이 거의 없다. 여고괴담은 지속적인 흥행 실패로 제작이 불투명하고, 강철중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막연하다. 한창 조폭영화 붐일 때 만들어진 달마야 놀자, 두사부일체, 조폭마누라 등의 시리즈는 이미 수명이 끝났다. 생각해보면 남아있는 시리즈물은 '가문의 영광'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가문의 영광'에 애착을 갖는 유일한 이유다. 그런데 이 영화의 4편은 완전한 재앙이었다. 영화라고 볼 수 없을 만큼의 수준낮은 영화가 나왔던 것이다. 그러니 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2012년 다시 5편이 개봉했다. 


가문의 영광 1편에 나왔던 원래 가문이 돌아왔다는 점, 그리고 원래의 주역들이 돌아왔다는 점에서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을 접을 수는 없었다. 가문의 영광 1편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고 나오고 나서는 역시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4편에 비하면 5편은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4편에서 거의 상실되었던 내러티브가 조금이지만 다시 생겨났다. 그러나 여전히 그 수준은 답답하다. 웃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웃음에 대해 박수를 쳐주기도 애매하다. 웃긴 하지만 정말 재밌다고 여겨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 하나, 웃음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 너무나 고루하고 진부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아버지에게 매를 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웃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매우 참혹한 일인지도 모른다. 음담패설을 이용한 웃음, 광희나 양세형, 김준현 같은 까메오를 통해 웃음을 주는 것도 당시는 웃을지 몰라도 그저 허무할 뿐이다. 재기 발랄함도 없고, 강도가 쌔지도 않으니 밋밋할 수밖에 없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언제나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강박관념을 환영한다. 그러나 그 웃음이 영화라는 장르와 만나고자 한다면 '내러티브'를 더 강화하던가, 아니면 웃음을 이끌어 내는 방식 자체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웃음을 만들어 내는 방식 자체가 고리타분 하다면 과연 이 영화를 돈주고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이 '가문의 영광'시리즈가 부디 없어지지 않길 바란다. 그런데 이 상황대로라면 없어질 것 같다. 이미 흥행은 4위권 수준으로 내려갔다. 레미제라블, 호빗등 대형 작품들과 맞붙은 이유도 있겠지만, 개봉 첫날인 수요일날만 해도 앞서고 있던 반창꼬에 바로 역전된 것은 이제 '가문의 영광'이라는 브랜드만 가지고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 브랜드는 그동안 관객들에게 실망을 계속 안겨 주었으니 이제야 말로 '가문의 영광'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때임은 분명하다.


1편 가문의 영광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의외의 곳에서 주는 웃음, 그리고 꽤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준호와 김정은이 바닥에 있는 물을 밟던 장면, 계란을 먹던 장면, 나항상 그대를을 부르던 장면등, 어떤 장면들이 어째서 관객을 웃게 했고 감동 받게 했는지를 기억해야 한다. 단지 캐릭터만 다시 가져온다고 될일이 아님을 생각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계속 억지 웃음만을 강요한다면 '가문의 영광'은 더이상 제작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다. 웃음은 그 안에서 나와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웃음, 진정한 웃음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부디 딱 한번만이라도 다시 진짜 '가문의 영광'이 돌아와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하나의 시리즈물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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