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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못친소 특집, 유재석은 진행의 신이다.

by 박평 2012. 12. 1.


버라이어티는 전쟁이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순간 순간의 상황에 반응해야 하고, 누군가의 말에 빠르고 강하게 리액션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것을 하지 못하면 버라이어티에선 존재감 자체가 사라지기 쉽상이다.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릴수도 없다. 자신이 앞으로 나가고,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면 다른 출연자에게 묻히게 되고, 결국 버라이어티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버라이어티에 맞는 예능인과 그렇지 못한 예능인이 나눠진다. 김제동은 '토크'가 대세였던 시기에는 그 누구보다 승승장구 했지만, 버라이어티로 예능의 대세가 넘어오자 상당한 부침을 겪었다. 그가 버라이어티의 이런 환경에 적응하기 힘들어 했다는 것은 이미 스스로 밝힌바 있다.


무한도전 못친소 특집은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아이템이었다. 일단 참여자가 너무 많았다. 총 18명의 참가자가 이 특집을 위해 모였다. 문제는 이 18명 중에서 전체적인 진행을 맡은 유재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출연진들이 예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살아남은 예능 전문가와 전혀 그렇지 못한 연예인들로 뒤섞여 있다는 점이었다.


무도 맴버들이나 윤종신, 데프콘등은 이미 예능에서 활약을 해온 예능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득달같이 달려 들어서 멘트를 하고 누군가의 액션에 크게 반응을 한다. 데프콘이나 하하 박명수 등이 자꾸 치고 들어와서 말을 하는 모습이나 이적의 노래에 제일 먼저 일어나 결국 한 줄의 인원이 모두 일어나 뛰게 만든 정형돈의 모습들을 보면 이같은 점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예능의 전문가며, 따라서 수없이 끼어 들어야 하고,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는 것을 안다.


그 외에 예능에 조금 특화되지 않은 집단도 있었다. 김C, 조정치, 고창석과 같은 분들은 예능에 특화되어 있는 분들은 아니었다. 예능에 잘 나오지 않는 연예인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틈을 파고 들어 멘트를 치고 조금은 과하게 보일 수 있는 리액션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예능 전문가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당연히 그 판은 예능 전문가들이 다 가져가게 된다. 자칫하면 예능에 전문적이지 않은 '게스트'들은 아예 묻힐 수도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많은 참가자가 존재하고, 참가자들의 예능 능력에 차이가 나는 것은 진행자에게 있어서 가장 진행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진행을 하기 위해서는 예능 전문가들의 멘트를 적당히 짜르고 끊으면서 단계 단계의 진도를 나갈 수 있어야 하며, 동시에 예능에 익숙하지 않은 출연자와의 비중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예능을 잘하는 연예인과 그렇지 않은 연예인 사이에서 적절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글로 써 놓으면 간단하지만 이는 정말 엄청난 능력이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유재석은 이렇게 극한의 진행 상황에서 '완벽한 진행'을 선보였다. 예능 전문가들을 적절하게 자르고, 예능감이 없는 참가자들을 부각시키고, 필요한 경우에는 자신이 중심에 서서 프로그램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나갔다. 18명이라는 출연진의 숫자는 자칫하면 프로그램 자체를 그냥 난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았는데, 못친소 페스티발은 전혀 난잡하지 않으면서 큰 웃음을 주는 매우 정돈된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는 바로 유재석의 탁월한 진행능력 덕분이었다. 


예를 들어, 유재석은 조정치에게서 웃음을 이끌어 낼만한 모습을 발견 하자마자 조정치를 중심으로 끌어들여 계속해서 웃음을 이끌어 냈다. 림보를 바로 하지 못하도록 앞에서 강남 스타일 춤으로 막고, 한번 '숨을 돌릴 타이밍'을 만든 것은 그런 진행의 백미였다. 그 잠깐의 공백이 바로 다음에 조정치가 림보를 떨어트렸을 때, 큰 웃음을 선사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C의 멘트를 김제동이 옮길 때, 자꾸 대리로 말을 전한다며 항의하는 정형돈, 김영철과 같은 예능 전문가들에게 그래도 그렇게 좀 해줘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이들의 멘트를 적절하게 차단했다. 김C의 멘트가 주는 웃음을 살리고, 예능감있는 연예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과잉의 반응을 제어한 탁월한 진행이었다. 이런 것들만 봐도 유재석의 진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알 수 있다. 


못친소 페스티발은 조정치, 김C, 고창석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해준 하나의 큰 장이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는 이 산만할 수 있고, 편향될 수 있는 에피소드를 탁월한 진행 능력으로 잘 정돈되고 큰 웃음을 줄 수 있는 에피소드로 만든 유재석이 있었다. 그가 왜 최고라고 불리는지를 알고 싶다면, 못친소 페스티발을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유재석의 진행 능력은 과히 진행의 신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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