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정은지, 아이돌 연기의 궁극을 보여주다.

by 박평 2012. 9. 19.

'응답하라 1997'의 최대 장점은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펼치는 연기는 캐릭터와 정확하게 일치했고, 덕분에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정은지이다.


정은지는 아이돌이다. 연기 경력도 전무한 상태였다. 보통 연기 경력이 없는 아이돌이 드라마에 나올 때, 시청자들은 아이돌을 신나게 비판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연기 못하는 아이돌 만큼 비판하기에 좋은 대상은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정은지는 시청자들에게 비판할 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감탄만을 자아내게 했다.


정은지가 연기를 잘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쉽게 '그렇다'라고 내리기는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스스로 성시원의 80%가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정은지의 캐스팅은 상당 부분 이미지 캐스팅이었다고 볼 수 있고, 이미지 캐스팅이 제대로 이루진 경우, 연기력에 비해 언제나 더 좋은 결과를 내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지 캐스팅을 감안하더라도 정은지의 연기는 확실히 훌륭했다. 순간적으로 나오는 그녀의 표정 연기, 그리고 대사의 강약 조절은 단순히 이미지 캐스팅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양하고도 적절했다. 정은지는 성동일과 푸닥거리를 하면서도 나쁜 딸이어서는 안됐고, 윤태웅과 헤어질 때도 비호감이어선 안됐다. 과격하지만 사랑스러워야 했고, 과하지만 매력적이어야 했다. 이렇게 미묘한 캐릭터를 정은지는 다양한 표정과 대사의 강약을 통해서 제대로 표현해 냈다.


물론 작품을 보면서, 캐릭터를 이렇게 연기 하기 쉽게 구축해 준 작가과 제작진에게 가장 큰 공로를 돌리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정은지가 보여준 연기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는 없다. 특히 여자 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슈가 되는 연기인 '배드신'과 '출산신'중의 하나인 출산신에서 그녀가 보여준 연기 또한 나무랄 데 없었다. 전형적인 출산장면이라기 보다는 성시원에게 최적화된 출산장면은 정은지가 지닌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한껏 발산해 주었다.


그녀는 아이돌이다. 그러나 응답하라 1997을 통해 정은지는 매우 훌륭한 여자 연기자 재목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아이돌 연기자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고 거기에 연기자로서의 다음 모습까지 기대하게 만든 것을 보면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참으로 훌륭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응답하라 1997은 끝났다. 그러나 성시원이라는 캐릭터는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정은지가 지닐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필로그래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응답하라 1997은 연기자 정은지를 만들어 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