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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을 완생으로 만들다, 임시완의 완벽한 연기

by 박평 2014.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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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미생>이 제작된다고 했을 때, 가장 우려가 됐던 부분은 '장그래'를 누가 어떻게 연기할 것이냐는 문제였다. <미생>은 현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현란한 CG나 엄청난 상상력이 필요한 작품은 아니었다. 따라서 드라마로 제작하는 데 큰 걸림돌은 없었다. 그러나 재미를 보장하기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만화 자체가 지니고 있는 정적인 분위기와 매우 현실적이어서 강한 충격을 주기 힘든 내용은 자극이 필요한 드라마에 있어서는 극복해야만 하는 과제였다. 특히 이 같은 만화의 특징이 주인공의 성격에 상당히 연관되어 있다면 이는 더 큰 문제였다.


<미생>에서 장그래는 여리지만, 단단하고, 차분하지만, 열정을 지니고 있다. 독기도 있다. 이 양면적인 모습들은 만화에서 꽤 차분하게 묘사된다. 캐릭터의 성격 자체가 복합적인데, 이것이 막 드러나기보다는 내면에 잘 숨겨져서 단단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장그래를 연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강한 특징이 있거나, 뚜렷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의 연기를 쉬운 편이다. 가장 평범하면서, 가장 일반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엄청난 내공이 없으면 하기 쉽지 않다. 하물며, 평범이라는 탈을 쓰고 있는 매우 복잡한 성격의 캐릭터라면? 정말 어려울 것이다.


임시완의 대단함은, 이미 방송된 미생을 통해, 그가 이 평범한 장그래의 모습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동시에 그 안에 담겨 있는 복합적인 모습들을 훌륭히 구현해 냈다는 것에 있다. 그는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만큼 여리지만 동시에 독기가 서려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오 과장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느냐고 말할 때는 눈과 안영이에게 '끝을 보러 가자'고 말할 때의 눈에는 확실한 단단함이 서려 있다. 장그래의 모습이다.


<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장그래이다. 그리고 장그래를 연기하고 있는 임시완은 훌륭하게 자기의 몫을 해내고 있다. 만화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느낌을 준다고 여기기에도 무리가 없다. 특히 눈과 동작을 사용한 연기는 발군이다. 그는 필요할 때, 몸을 수그리기도 하고, 눈빛을 내비치기도 한다. 만화를 실제화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 연기는 드라마 미생에 드라마가 지닐 수 있는 맛을 더해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미생>이 호평을 받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앞으로 장그래는 자신 안의 내면을 더욱 밖으로 드러낼 것이다. 그때 임시완이 보여줄 장그래의 모습은 어떨지, 지금처럼 그가 장그래를 더욱 현실감 있고 풍성한 캐릭터로 그려 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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