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김수현 연기의 근간은 합을 맞추는 능력

by 박평 2014. 1. 17.





합을 맞춘다는 것. 연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독백으로 극을 끌어가는 모노드라마가 아닌 이상, 작품의 질은 여러 출연자의 연기가 만들어 내는 화학작용에 의해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연기자 사이에 합이 맞는지는 작품이 성공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김수현이라는 배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이 '합'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김수현이 지니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이자 김수현 연기의 근간에 있는 것이 바로 이 합을 맞추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아직 나이가 어린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배우와 기가 막힌 합을 이루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김수현이 본격적으로 시선을 끌기 시작했던 <드림하이>에서도 김수현은 수지와 함께 합을 맞추며 꽤 괜찮은 장면들을 만들어 낸 바 있다. 아이돌들이 대거 출연했던 이 드라마에서 이상하게도 거의 모든 배우가 김수현과 합을 맞출 때는 연기가 자연스러워진다. 이때부터 김수현은 상대의 연기를 살려주고, 느낌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준다.


<해를 품은 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기억에 강렬히 남아 있는 '김영애'씨와 독대하는 장면에서 그는 왕의 위엄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함께 내비치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처음에 나는 이 장면을 통해 '김영애'라는 대배우가 얼마나 합을 잘 맞춰주는지를 생각했었으나, 김수현의 연기로 '김영애'의 권위와 표독스러움이 더욱 강조된 것을 보면 '김수현'이 하늘 같은 연기자와도 합을 잘 맞춘다는 판단도 함께하게 된다. 그는 합을 맞춰 장면을 살리는 데 있어서 제한의 폭이 거의 없다.


[박평의 TV보기] - 해품달 성공분석 3 - 김수현이 최고다


<도둑들>에서는 영화 안에서 톡톡 튀어 다니는 '전지현'을 극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며, 말도 안 되는 합을 이뤄낸다. 전에 글에서도 적은 바 있지만, <도둑들>의 전지현은 '김수현'이 없었다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김수현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전지현을 받쳐줬고, 덕분에 전지현은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었다.


[박평의 영화보기] - 도둑들, 김수현이 큰 역할을 해내다.


심지어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도 '이현우'와 합을 이뤄낸다. 그 합이 너무 잘 맞는 바람에 일부 사람들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동성애 영화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만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김수현은 합을 맞춘다.


말하면 입이 아프겠지만, 최근에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김수현은 기가 막히게 합을 맞춘다. 물론 전지현의 연기는 정말 훌륭하다. 하지만 그 연기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분명히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통통 튀는 전지현을 딱 잡아줌으로써 극에 사실성을 부여하고, 감정의 폭을 끌어 올린다. 


김수현이 합을 맞추는 방식을 보면 한결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김수현은 언제나 상대의 감정을 더 크게 만들고, 자신은 그 감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방식으로 연기한다. 보통 더 강하고, 더 직접적이며, 더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려는 경향이 많은 것에 비해, 김수현은 자기를 확 드러내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상대의 감정을 극대화 시킨다. 사실 이 정도로 합을 잘 맞추는 배우는 차태현 이후에 처음이라고 여길 정도이다. 


김수현의 또 하나의 장점은 항상 상대와의 합을 맞추면서도 동시에 필요할 때는 자신이 시선을 확 끌어오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러니까 상대의 감정을 극대화 시키고, 상대의 호흡에 철저하게 맞추다가도, 극의 흐름에 따라 필요할 때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며 감정선을 끌어 올린다. <도둑들>에서 '예니콜'을 구하기 위해 자신이 나서서 시선을 뺐던 장면이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최종 결투씬, <별에서 온 그대>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당황하고 있는 천송이를 구해주는 장면들을 통해 그런 김수현의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이 젊은 배우는 상대의 감정을 극대화 시켜줄 수 있도록 상대의 호흡에 따라 합을 맞추는 데 선수다. 그러다가 필요하면 자기가 전면으로 나설 수 있는 연기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나는 김수현이라는 배우가 무섭다.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상상이 안 되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이를 먹고 '장고:분노의 추격자'에서 캘빈 캔디로 분했을 때 느끼게 되는 희열감을 어쩌면 '김수현'으로부터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래서인지 이 젊은 배우의 지금보다 10년 뒤가 더욱 궁금해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