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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서브가 살면 드라마가 산다. 드라마 서브 전성시대.

by 박평 2013. 11. 16.






예전 드라마는 '주연과 조연'으로 나누어졌다. 드라마가 주인공들에게 집중하는 비중이 상당히 컸고, 조연은 말 그대로 조연으로서 극에 재미나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는 일종의 양념 같은 역할을 했었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아주 충실히 훌륭하게 수행해낸 이들을 우리는 '명품조연'이라고 불렀고, '명품조연'들이 큰 활약을 펼치던 시기를 맞이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과한, 그렇다고 주연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덜 한 어정쩡한 비중의 배역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들을 '서브 주연'이라는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서브 주연'은 보통 '조연'이지만 존재감이나 비중이 '조연'보다는 큰 배역이거나 반대로 '주연'이지만 존재감이나 비중이 다른 주연에 비해 떨어지는 배역을 말한다. 또한, 서브 주연의 특징은 자기 나름의 스토리 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서브 주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작품으로 '신사의 품격'을 들 수 있다. 누가 뭐래도 장동건과 김하늘이 주연인 작품이었지만, 동시에 김수로-오세아, 김민종-윤진이, 이종혁-김정난 커플 또한 주연이었다. 즉, 이들은 서브 주연이었고, 이들의 인기는 '신사의 품격'이 큰 사랑을 받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엄밀히 말해서 '서브 주연'은 상당히 위험한 설정이기도 하다. 주연급의 비중을 지녀야 하하므로, 서브 주연들이 너무 나서게 되면 작품의 주인공들이 죽어 버리고, 그렇다고 너무 존재감이 없어져 버리면 서브 주연의 의미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극의 메인 주인공을 적당히 살리면서도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지녀야 하는 서브 주연은 결국, 많은 주연에게 적절히 분량을 할당하고 적절히 임팩트를 분산할 수 있는 작가의 역량이 그대로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최근 서브 주연들의 활약이 눈부신 드라마를 보면 모두 작가의 역량이 훌륭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상속자들'과 '응답하라 1994'이다. 


'상속자들'은 확실히 이민호-박신혜-김우빈을 주연으로 하는 작품이지만,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수많은 서브가 존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선배로 나오는 강하늘과 형으로 나오는 최진혁,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임주은도 의미 있는 서브 주연이고, 크리스탈과 강민혁 등도 조연이라고 말하기에는 비중과 임팩트가 확실하다. 유라헬 역의 김지원도 마찬가지고, 유라헬의 어머니인 윤손하도, 최진혁의 비서이자 강민혁의 아버지로 나오는 최원영 또한 자기만의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 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상속자들'은 오히려 조연이 극히 드문, 거의 서브 주연으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 되어 버렸으며, 이 때문에 이 뻔하디뻔한 신데렐라 이야기는 '풍성한'내용이 가득 담긴 동화전집 같은 이야기로 변할 수 있었다. '상속자들'이 '신사의 품격'을 썼던 김은숙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김은숙 작가는 단순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장인을 넘어서 엄청나게 많은 배역을 한꺼번에 몰아넣으면서 그 배역을 다 살려 버리는, 배역 살리기의 장인이다. 


'응답하라 1994' 또한 서브 주연들의 힘이 아주 강력해서 큰 사랑을 받는 드라마이다. 기본적인 구성은 정우-고아라-유연석이지만, 김성균-도희-손호준 사이의 이야기를 통해 더 큰 사랑을 받게 되었고, 이 관계가 김성균-도희로 정리된 이후에도 여전히 이들의 비중은 줄지 않고 있고, 각자의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물론 성동일-이일화 부부 또한 비중이 절대 적지 않은 서브 주연으로서 충분한 활약을 하고 있다. 신사의 품격에 나왔던 김수로가 '멀티캐스팅이 다 살아 있는 경우는 '신사의 품격'이후 처음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모든 캐릭터가 다 살아있고, 덕분에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 역시 더 풍성한 이야기를 지닌 작품이 되었다. 각화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는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정우-고아라-유연석의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은 역시 이우정작가의 능력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이처럼 다수의 주연(일부를 서브 주연이라고 칭하더라도)이 골고루 자신의 캐릭터를 살리고, 그 안에서 더욱 다양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최근 드라마가 가진 성공 공식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이야기보다는 조금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가 얽히면서 모든 배역이 각자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는, 즉, 풍성한 캐릭터와 풍성한 이야기가 함께 있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는 자기의 취향에 맞고, 자신이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대상을 쉽게 찾아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드라마를 더욱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의 드라마 트렌드는 역시 풍성한 배역을 통해 풍성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 있다. 성공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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