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취업 안되서 사라지는 청주대 회화학과, 부끄러운 문화강국의 꿈

by 박평 2013. 5. 28.


김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 하셨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인류가 현재 불행한 근본 이유는,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은 오직 문화이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처럼 현재 전 세계에 인류의 정신을 배양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문화'이다. 미국의 문화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일본의 문화, 중국의 문화 역시 세계에 널리 퍼져있다. 갖은 미디어들이 이 문화를 빠르게 전달하고 있고, '싸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문화가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주대학교의 회화학과가 사라진다. 이유는 단순하다. '취업이 되지 않아서'이다. 순수예술을 하려는 친구들에게 '취업'을 가지고 잣대로 삼으려 한다는 것 부터가 참으로 조악한 문화적 인식을 보여준다. 회화학과의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피카소'가 취업했냐고 반문한다. 정확한 지적이다. 예술은 취업이라는 잣대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만약 김구 선생님께서 말한 '문화'가 '예술'적인 부분에 국한 된다고 가정하면, 우리가 '문화'를 대하는 인식이 얼마나 부끄러운 수준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 하신 '문화'가 사회적인 특성, 보편적인 인식을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보유한 문화가 얼마나 졸렬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가진 문화라는 것이 '대학은 취업훈련소'이고 '학문의 목적은 취업'인 아주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가 지닌 범주를 어느 수준으로 정의하더라도 부끄러운건 사실이다.


김구 선생님께서는 '재력도 무력도 아닌' '문화'를 원하셨다. 그런데 막상 우리가 지니고 있는 '문화'가 '돈이 최고!'라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아이러니인가?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성의 요람'인 '대학'에서 말이다.


물론 이것을 '청주대학교'만의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2011년에 정부가 '재정지원제한 대학'을 발표하면서 '취업률'을 매우 중요한 지표로 삼았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 '취업률'항목을 '학과'마다 따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대학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해 버렸다는 점이다.


이렇게 지표가 가지고 있는 불완전성은 원광대를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취업률이 90%에 육박하는 의료계열 학과를 취업률 지표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의료계열 학과'가 있는 학교가 소수이기 때문이란다. '예술학과'위주의 상명대는 '예술학과'들이 취업률 지표에 포함되는 바람에 재정지원제한 대학이 되었다. 추계예대등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대학들은 '취업률'에 도움 안되는 과들을 통폐합 하거나 폐지하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 몰렸다. '재정지원대학'이 되어 버리면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맥락 안에서 '청주대학교'의 '회화학과 폐지'가 결정된 것이다.


결국 '청주대학교'의 '회화학과폐지'는 나라가 앞장서서 아주 수준 낮은 '문화적 인식, 혹은 문화 그 자체'를 보여준 사례이다. 이것이 세계적인 경제 대국 한국이 현재 지니고 있는 문화다. 이런 문화가 비단 '대학'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참 많은 부분에서 우리가 지닌 문화의 불편함이 드러나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하나의 '문화'라고 여겨지는 '게임'을 마치 사회악처럼 규정한다던지, 외국에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일하러 간 사람이 타국민의 엉덩이를 그랩한다던지 하는 것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그것 또한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취업의 전당'이 되어가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하게 자랑스럽지 못한 우리의 문화가 도처에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느새 참 잘 사는 나라가 되었고, 다른 몇몇 나라들을 비아냥 거리며 돈만 잘 번다고 선진국이 아니라, 기본적인 소양을 갖춰야 선진국이라고 얘기한다. 그 인식에 따르면 과연 한국은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가? 아마 편하게 대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드라마를 잘 만든다고, 노래를 잘 부른다고 문화강국은 아니다. 우리가 독일인들에게 존경을 보내는 것이 그들이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어서는 아닐 것이다. 문화란 그런 것이다. 


'순수 예술'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젊은 대학생들과, '취업'이 안되니 학과를 없애 버리자는 사회의 기득권층. 과연 누구의 문화가 대한민국의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젊은 대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은 것은 그들의 문화가 훨씬 더 가치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힘내주길 간절히 바라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