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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과거로의 회귀, 본모습으로의 복귀 007 스카이폴

by 박평 2012. 10. 29.

[스포일러 있습니다]



대니얼 크레이그가 만들어 낸 제임스 본드는 기존에 대중이 인지했던 제임스 본드와는 확연히 달랐다. 매력이 넘치고, 제대로 수트를 갖춰 입은, 최첨단 무기를 사용하며 당연하게 적들을 물리쳤던, 그리고 본드걸을 매번 침대에 눕혔던 그런 제임스 본드는 대니얼 크레이그라는 배우를 만나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기존의 제임스 본드가 보여준 것 처럼 슈퍼히어로가 아닌, 그저 한명의 고뇌하는 애쓰는, 몸으로 때우는 스파이였다. 그리고 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007 원작의 분위기와 가장 흡사하다. 그렇게 시작된 007시리즈의 리부트는 '스카이폴'로 마무리 된다.


대니얼 크레이그의 007은 어쩌면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에 익숙해진 대중에겐 낯설고 이질적일 수 있지만, 오히려 원작과는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다. 사실 영국 신사라는 것도 그렇다. 영국 신사가 젠틀하고 멋진 피어스 브로스넌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실제 영국신사는 '예의범절과 전통' 고수하는 꼰대의 이미지가 더욱 강하다. 거기에 추가되는 '격렬한'습성은 보너스다. 영국의 훌리건을 생각해 보자. 영국의 신사는 매너있고, 전통을 지키지만 동시에 보수적이며 매우 남성적이다. 영국의 스파이라면 피어스 브로스넌보다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더욱 어울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007은 철저하게 원작의 분위기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그래서 '스카이폴'이 하고자 했던 것은 결국 '제임스 본드'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이 시대에 제임스 본드는 필요한가? 그것은 M에 대한 복수와 MI6에 대한 질문을 통해 '스카이폴'에서 드러나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영화는 결국 모두를 무장해제 시킨다. 초반부터 총 맞는 제임스 본드는 결국 알콜에 빠져서 체력 테스트도 통과 못하는 퇴물로 전락해 버리고, MI6의 멋진 본부도 테러 덕분에 처칠시대의 지하 벙커로 이동하게 된다. 제임스 본드가 타게 되는 차는 1960년대 본드카로 명성이 자자했던 애스틴 마틴DB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전지는 제임스 본드의 역사가 시작된 '스카이폴'이다.


'스카이폴'은 이렇게 제임스 본드를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다. 덕분에 스카이폴은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만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래서 지루하다. 원래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라면 이야기는 점점 확장되어야 하고, 규모는 점점 커져야 하고 액션은 점점 강해져야 한다. 그러나 스카이폴은 시작부터 점점 수렴해간다. 그리고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고작 '나이프'이다. 제임스 본드가 나이프라니! 그러니 관객은 점점 지루함을 느낄 것이고, 점점 맥이 끊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도 덕분에 제임스 본드는 다시 한 번 날아오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스카이폴은 냉전시대 이후에 '제임스 본드'가 왜 싸우는지 어째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그 해답을 찾아 주었고, 덕분에 대중은 제임스 본드의 활약을 다시 한 번 즐길 수 있는 정서적 바탕을 얻게 되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007이 더이상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지 못한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풀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기대되는 것은 다음에 나올 007이다.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제임스 본드의 내적 탐구기는 '스카이폴'로 충분했다. 동시에 기존 올드팬들을 위한 배려와 서비스도 충분했다. '스카이폴'은 이제 올드팬들을 안고 그리고 새로운 팬들과 함께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그려야 할 순간이 되었다는 신호를 쏘아 올렸다. 스카이폴의 미덕은 바로 여기에 있다. 


Ps) 스카이폴의 최고는 오프닝 시퀸스다. 아델의 스카이폴과 함께 어우러지는 오프닝은 그 자체 만으로 완벽한 한편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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