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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짝, 애정촌의 비밀과 재밌게 보는 법

by 박평 2012. 1. 5.

짝은 참으로 이상한 프로그램이다. 연예인 한 명 나오지 않는 이 프로그램은 특별한 사건, 사고 없이도 감정의 폭을 매우 크게 만들어 주며 나온 이들의 본성을 드러나게 한다. 그 본성에 일부는 비난을 보내고 일부는 재미를 느낀다. 계속되는 논란에도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예인처럼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할 수 있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이들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자신의 본성을 감추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바로 거기에 '짝'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원천이 있다.

사실 짝은 유래가 깊은 프로그램이다. SBS 다큐멘터리 - 나는 한국인이다 <출세만세>편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송에서 완장촌에 모인 남자들은 완장을 차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이들은 1호, 2호, 3호 식으로 불리며 오직 완장을 차기 위해 집중한다. 이를 위해 상대를 강하게 징벌하고 지렁이를 먹기도 한다. 누가 봐도 방송인 줄 알고 누가 봐도 실험인 줄 아는 촬영인데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그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호평 받았던 다큐멘터리가 이어져서 다큐멘터리 '짝'이 나온 것이고 그것이 예능으로 진화한 것이 바로 '짝'인 것이다. 사실 '나도 완장을 차고 싶다'에서 방송된 모습은 끔찍했다. 남자 7명이 있는 집단 안에서 완장을 차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이들을 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짝'은 주제를 사랑 얘기로 바뀌었기 때문에 조금은 편하게 볼 수 있을 뿐,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우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방송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까? 왜 멀쩡한 사람들이 완장을 차기 위해 '지렁이'를 먹고, 왜 만난 지 일주일도 안 된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를 드러내 버리게 되는 걸까?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펼쳐졌던 모의감옥 실험이 있다. 동대학교의 필립짐바르도 심리학 교수가 1971년에 한 실험으로서 24명의 대학생이 죄수와 교도관 역할을 각각 맡아 스탠포드 대학 심리학과 건물 지하에 있는 가짜 감옥에서 생활하는 것이 실험의 주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험은 6일 만에 종료되었다. 교도관들은 권위적인 행동을 하고 가혹행위까지 했고, 죄수들은 반란을 일으켰다. 이 실험에 대한 판단과 의의는 지식인들에게 맡겨야 하겠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놀랍도록 빠르게 그리고 극단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애정촌에 들어간 사람들은 그 순간 놀랍도록 빠르게 오직 '연애'만 생각해야 하는 '애정촌'의 규율에 적응되는 것이다. 이것이 모의실험인 줄 알면서도 가혹행위를 하는 교도관과 반란을 일으켰던 죄수처럼, 촬영인 줄 알면서도 그 규칙 안에서 그들은 본성을 드러내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대놓고 하지 못하는 말들, 예를 들어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독특한 취향을 말하거나, 혹은 배경을 중요시하는 것들이 툭툭 튀어나오게 되는 것이다. 연애에 있어 자신의 본성이 드러나는 곳이 애정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을 무조건 욕하는 것은 사실 조금 과하다. 그 상황이 되면 우리 안에 있던 도덕적 관념, 혹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막아 놓았던, 우리가 욕을 하는 바로 그 모습이 자신에게서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애정촌에 마련된 몇 가지 게임들과 설정들은 출연진들이 너무 과하게 환경에 매몰되지 않게 하려는 방어막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정말 아무런 개입이 없이 그들끼리 놔두면, 얼마 되지 않아 이 프로그램은 폐지당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짝'이 처음 시작됐을 때는 '싸이'를 출연시키면서 이런 방어막이 더 강했다. 그러나 '싸이'가 빠지면서 '짝'은 좀 더 재밌어졌다. 방어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는 매우 적절한 수준의 방어막을 구축했다고 보인다. 

그런 점에서 '짝'은 예능이다. 그러나 더 강하고 자극적인 것을 추가하려는 예능이기보다는 현실의 적나라함을 오히려 살짝 줄이려 하는 예능이다. 완전한 다큐멘터리가 되면 사달이 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애정촌은 확실히 특별한 곳이다.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이 방송을 재밌게 볼 수 있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이 방송은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불쾌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환경에 얼마나 쉽게 함락되는 존재인지 안다면 이들의 눈물과 웃음과 설렘이 적어도 감정 자체로서는 진실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본다면 아마 짝은 더욱 재밌는 프로그램으로 느껴질 것이 분명하다.

매 회, 출연진에 따라 재미가 달라지는 '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다양한 사람들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짝'이 갖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가치, 그리고 꾸준한 재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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