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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도가니성공, 그 안의 불편한 진실.

by 박평 2011. 9. 29.


도가니 열풍이 거세다. 영화는 성공했고, 인화학교 문제에 대해서 너도나도 떠들기 시작했다. 전면 재수사를 위한 청원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고, 인화학교는 모든 주목을 받으며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영화한편이 마침내 세상을 바꿨다. 너무 다행이고 아름다운 일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가니 열풍을 고운 시선으로만 볼 수는 없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은 2000년부터 발생한 일이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1년전에 발생한 일이다. 그때 당시 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진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이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은 당연했다. 이 사건은 2005년에 성폭행 사실이 장애인 성폭력 상담소에 제보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 하게 된다.이때에도 일반 대중은 이 사건에 대해 무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인 것은 2005년 11월 1일 PD수첩에서 이 사건을 보도한 것이다. 마침내 이 끔직한 사건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이다.

물론 그때 당시 이 사건은 분명히 일정 수준의 논란을 불러 일으키긴 했다. 그러나 2007년에 어이 없는 판결로 이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만약 국민들이 지금 처럼 공분 했었더라면 이렇게 가벼운 판결로 끝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후 2009년에 공지영씨의 소설 도가니가 출판 된다. 물론 수십만권의 판매량을 기록한다. 하지만 큰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다. 그리고 나서 2011년에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야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크게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경험을 안겨 줄 수 있는 영화까지 그 전달매체가 바뀌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이미 PD수첩만으로도 충분히 이 사건의 끔찍함을 알았을 것이다. 그때 지금처럼 분노가 더 거세게 일어났더라면 어쩌면 죄인들이 버젓이 다시 학교로 돌아와 일을 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지금처럼 분노했다면 이 영화는 지금과는 다른 내용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그때 참여정부는 '사회복지법인'에 공익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하려 했다. 공익 이사가 있으면 적어도 친인척 족벌경영을 감시할 수 있는 외부 감독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개신교계,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그해 3월에 신경하 감리회 감독회장과 만나 '사학법의 개방형 이사제와 유사한 개념의 '공익 이사제'도입 문제를 두고 기독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국민일보' 2007년 3월 9일자가 보도했다. 

결국 핵심은 너무나 늦어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되어버린 얘기가 이번에 다시 화제가 된 것은 딱 하나 뿐이다. 영화라는 가장 친근한 대중매체까지 이 이야기가 흘러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장 깊은 관심사이자 가장 주요한 관심사인 연예계로 이야기가 흘러들어온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즉,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너무 많은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비약적인 결론일 수 있긴 하지만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은 쉽게 잊어 버리고 쉽게 관심을 접는 반면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너무나 집요하게 파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왜 대한민국에 큰 일이 터질때마다 연예인들의 큰 사건이 타져나오는지, 직접적인 증거는 결코 존재하지 않지만 언제나 너무나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방식의 일이 지속되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지를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반성해야 한다. 비록 스스로도 문화에 대한 글을 쓰는 글쟁이이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연예인들에 대한 이야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바로 도가니에 관한 내용이 이와 같은 것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위키리크스에 나오고 있는 수많은 문서들, 그리고 도가니 사건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비록 어렵겠지만 일일이 찾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도가니와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도가니의 가장 불편한 진실은 우리가 뒷북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 불편한 진실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기회로 삼지 않는다면 우린 앞으로 또 너무 늦게 분노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는 것이, 이 사건의 피해자분들과 이 사건을 어떻게든 알리려 노력해오신 분들과 공지영씨와 영화제작진 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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