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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강대성,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by 박평 2011. 8. 30.


They are innocent until proven guilty, but am i guilty until proven innocent?
그들은 유죄로 증명되기 전까지는 무죄이다, 하지만 나는 무죄로 증명되기 전까지 유죄인가?

위 말은 타이거JK가 마약혐의에 대해서 조사를 받을 때 한 말로 전해지고 있는 문구이다. 그 때 당시 타이거 JK는 마약혐의로 조사를 받던 업타운의 주장에 따라 마약 상습복용자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물론 그는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러나 당시 모두는 그를 마약복용자로 몰고 갔었다. 힙합을 하는 그와 '힙합하는 애들이 그렇지'라는 편견을 결합시키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다. 조사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사람들은 자기의 편견에 따라 '충분히 개연성 있다'고 판단했고 결국 그는 마약을 하지도 않았지만 마약 상습 복용자로 인식되었다. 

강대성군이 사람을 치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사람들은 머리속에 다른 사건 사고를 낸 연예인을 떠올렸을 것이다. 실제로 연예인들의 운전 사고는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에 대중은 분명히 그런 사례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례들은 강대성군과 오버랩 되었다. 결국 사건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 당일 밤에 '강대성군이 뺑소니로 사람을 죽이고 도망가다 사고로 잡혔다'는 루머와 '강대성이 음주운전을 해서 사람을 치여 죽었다'는 루머들이 나돌아 다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그를 '살인자'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사고와 연관이 있었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이 보도 되기도 전에 사람들은 이미 스스로 가지고 있던 어떤 '편견'를 가지고 그를 살인자로 만들었고 조롱했다. 정확한 상황이 알려지기도 전에 그들에게 있어서 강대성군은 살인자로 낙인 찍혀 버린 것이다. 이후에 사건의 개요가 공개되면서 강대성의 혐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으나, 일부의 사람들은 계속 그를 살인자로 몰아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무혐의가 확정된 지금도 그를 살인자라고 조롱하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일단 사람이 어떤 내용을 접하게 되면 이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그 내용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다. 강대성군이 살인한 것으로 인식하고 그를 욕했던 자들은 그 순간부터 자신의 인식과 행동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들은 판결이 나기도 전에 비난하고 욕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섣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하면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다양한 의혹을 제시하거나 나름의 논리를 펼치며, 심지어는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논리를 만들어내면서 강대성을 지속적으로 나쁘게 말할 수 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일이 너무나 당연한 현상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사례는 지속적으로 생길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미 전에도 이런 일들은 숱하게 발생해 왔다. 예를 들어 타블로 사건만 해도 그렇다. 그들은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에, 심지어는 학교에서 확인을 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거두지 않고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래야 의혹을 제시하고 여러가지 추적을 했었던 자신들의 노력을 헛된 일로 만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타블로에게 집착한 시간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 시간을 헛된 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심리는 더욱 강해지고 따라서 처음에는 작았던 이들의 의혹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해지며 심지어는 증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더욱 강하게 제기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는 것을 인지하면 결국 수많은 미디어가 존재하고 수많은 루머가 돌아다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다리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만약 혐의가 입증되기도 전에 누군가를 죄인 취급하게 되면 그에 따른 반작용으로 무혐의가 됐을 때에도 의혹을 쉽게 못 버리거나 계속 비난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약 혐의가 나온 이후로 판단을 늦춘다면 이런 폐단을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은 타이거JK가 말한 것처럼 혐의가 입증되기 전에 이미 유죄로 판단을 해버린다. 무혐의가 입증되면 그때는 유죄로 취급했던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혐의'자체를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만들거나 혹은 무혐의 사실에 대해서 '입을 다문다.' 

그러므로 이제는 조금 더 영리해질 필요가 있다. 확실히 혐의가 입증되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기다리는 것 만으로도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으며, 동시에 이런 일을 통해 대중을 조종하려는 많은 시도를 무마 시킬 수 있다. 이런 일은 연예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일에, 그리고 혐의가 확정되기 전에 일단 '비난'부터 하고 보자는 지금의 행태는 분명히 고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성급함이 때로는 더욱 중요한 가치를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이득을 위해서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억울하게 누명을 썼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모두가 죄인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니까. 물론 정당한 의문에 대해서 그리고 증거가 있는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집고 넘어갈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 또한 확실하게 혐의/무혐의가 밝혀진 후에 해야하는 일이지 그전에 할 일은 아닌 것이다.

앞으로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 다양한 공인들의 사건 사고가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나가려고 하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그래야 이 수많은 정보와 루머의 홍수에서 제대로 된 가치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억울하게 비난을 받게 될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고 잘못한 사람들을 확실하게 비난할 수 있을 것이며, 헛된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을 고립시킬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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