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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나는 가수다, 제작진이 모든걸 망쳤다.

by 박평 2011. 5. 30.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그렇다. 방송이 되기 전부터 엄청나게 논란을 불러일으키다가 방송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찬사가 쏟아진다. 그리고 나서 또 논란이 생기고 비난과 비판과 욕설과 스포일러등이 난무하다 방송이 되고 나면 찬양하게 된다. 첫방송 때부터 나는 가수다는 이런 추이를 그대로 끌고 왔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스포는 가짜였고, 가수들은 최고의 공연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가 거의 가짜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실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스포일러가 맞았던 것은 청중 평가단이라면 누구든지 알 수 있는 내용인 가수들의 선곡, 상태, 순서까지였고, 그 외에 청중 평가단이 알수 없는 순위나 그 외의 기타 상황은 맞은 적이 없거나 확인 된적이 없었다. 따라서 일부 시청자들이 '선곡, 가수상태, 순서'의 스포일러가 맞았기 때문에 그 외에 무대 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대한 스포일러 까지 다 맞는 말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분명히 잘 못 된 것이다. 그러므로 방송이 끝나면 논란은 줄고, 다시 새로운 논란이 솟아 오르고 했다.

옥주현이 방송에 참가하기로 했을 때부터, 수많은 스포일러와 수많은 반대 여론등이 생겨났다. 옥주현의 출연에 반대하는 이들은 '급이다른, 히트곡 없는, 뮤지컬가수인'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그녀를 거부했지만 실제로 그런 주장은 타당성을 잃은 면이 있었다. 오히려 옥주현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지였으며, 그녀의 이 안좋은 이미지는 사실 핑클 때 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근 십년간 계속된 아주 뿌리 깊은 것이다.

그런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실은 나는 가수다 였다. 가수로서의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그녀의 실력에 대한 의문도 사라질 것이고,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만 같이 보여준다면 그녀에 쏟아졌던 비호감은 충분히 바뀔 수 있을 것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제대로 된 공연을 보이고 나서 '감사와 사과'를 건네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분명 그녀에 대한 비호감은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최고의 공연을 했다. 누군가는 별로 감흥이 없었다고 했겠지만 누군가는 감짝 놀랐을 지도 모른다. 특히 그녀가노래할 때, 가사의 끝 부분을 처리하는 기술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한 마디 끝날 때마다 여운을 주는 표현법은 후에 클라이 막스 부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 있었다. 그녀의 가수로서의 역량은 입증됐다.

그녀는 노래 못하는 가수도 아니었고, 아이돌 출신이라 폄하 받을 필요도 없었다.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도 보였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 왔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나는 옥주현의 최고를 봤다고 생각한다. 이 이상 나올 것이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니 옥주현은 이제 사과만 하면 될 것이었다. 7개월 전의 사진이 논란이 되건 10년전의 일이 논란이 되건 사과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아름답게 끝날 수 있었다. 

그것을 제작진이 망쳐 버렸다. 

'나는 가수다'에서 가장 큰 사건을 고르라면 '재도전'이었다. 다른 모든 논란들은 기자들과 루머들이 양산해낸 뿌리 없는, 근본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방송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그라지는 성질의 것이었다. 그러나 '재도전'은 분명히 '나는 가수다'가 던진 패착이었다. 잘못된 것이었고, 불합리한 것이었다. 비록 처음부터 계획에 있었던 일일 지라도 그것을 미리 시청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은 확실한 제작진의 실수였다. 그래서 '재도전'논란은 논란의 중심이 됐던 '김건모'와 '김영희PD'가 자진하차하고 경질됨으로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방송 자체의 실수였기 때문에 이렇게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행동이 뒷받침 되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제작진이 '옥주현'을 위한다고 한 일인지, 아니면 옥주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새로운 가수들을 위한 다고 한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아무런 설명 없이 규칙을 바꿨다. 사실 '김연우'가 떨어진 마당에, 그리고 BMK가 또 7위한 마당에 '새로 들어온 가수'에 대해서 약간의 유리한점을 제공하지 않으면 '새로온 가수들'만 계속 탈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 그러면 더이상 새로운 가수를 섭외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나는 제작진이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설마 단지 옥주현만을 위해서 룰을 개정하진 않았을 것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잘못 됐다. 왜 갑자기 아무런 얘기 없이 '룰'을 바꾸는 것인가? 새로운 가수들이 6,7번을 자연스레 할당 받는 다는 룰 개정은 룰 자체가 좋냐 나쁘냐를 떠나서 개정하는 과정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재도전'사태 처럼 갑작스럽게 바뀐 룰은 시청자를 짜증나게 할 수 있다. 서바이벌은 공정해야 한다. 공정이라는 것은 룰 안에서의 공정이다. 따라서 룰은 절대적이다. 이 룰을 만들고 수정하는 것은 당연히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제작진은 '재도전'사태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그냥 아무런 설명없이 룰을 바꾸어 버렸다.

덕분에 노래 잘한 옥주현씨는 '특혜'받은 사람이 되어버렸고, 호감도 상승의 기회는 날아갔다. 더불어 '나는 가수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도 떨어지게 되었다. '임재범, 김연우'가 나간 마당이라 시청자들의 공연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이소라만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박정현숭배'를 하고 있는 시청자도 있을 것이다. 이 시청자들은 공연에 대한 기대를 안고 나는 가수다를 꾸준히 사랑할 사람들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가수다'자체가 공정성을 잃는다면 무대 자체에 대한 회의가 생기지 않겠는가? 

'나는 가수다'가 대단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난 다시 이 프로그램을 볼 것이라는 것도 안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김범수'가 이렇게 열심히 노래해주는,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은 없다. 하지만 제작진이 뭐에 그리 안달났는지 자꾸 무언가를 만들려 하고 무언가를 포장하려 하고 무언가를 재단하려 하는 모습만큼은 이제 보기 싫다. 

현재 제작진은 분명 정신없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한 방향과는 많이 다르게 진행 됐을 테니까. 그러나 모든 일이 복잡하고 정신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나는 가수다'가 취할 수 있는 해결책도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기본은 가수들의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제작진은 서바이벌 방식이고 나발이고 어떻게 하면 가수들을 위해 더 좋은 연출을 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가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노래 부를 수 있게 할 것이며,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 줄 수 있을 것인지만 고민하면 된다. 제발 기본으로 돌아가도록 하자.

물론 일단 그전에 바뀐 규칙에 대한 설명 혹은 사과는 있어야 할 것이다.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이 무엇인지, 왜 급작스럽게 규칙을 바꾸게 되었는지 말이다. 그리고 나서는 제발 편안히 볼 수 있게 쓸데없이 이것저것 하려하지 말고 저 위에 있는 것만 지키면 된다.

'나는 가수다'가 이렇게 많은 논쟁과 뉴스를 양산해 내는 것은 그만큼 애정을 많이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내가 똑같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대한 칼럼은 쓴다한들 리플 하나 달리기도 힘들다. 악플이라도 하나 있으면 기분이라도 좋을 텐데, 아예 관심밖 무플의 세상이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에 관한 칼럼은 일단 쓰면 많은 분들이 읽어준다. 그 만큼 '나는 가수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각별하다. 이 수많은 시청자들이 다시한번 아무생각 없이 음악에 빠져들 수 있게 제작진이 다시 한번 심기일전 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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