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써니, 흥행성공의 3가지 요소

by 박평 2011. 5. 17.

써니의 흥행돌풍이 무섭다. 그 흔한 인기 스타 한명 없는 이 작품은 '토르', '소스코드'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을 당당하게 제압하고 독보적 1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간이 갈 수록 흥행에 탄력이 붙는 모습이 이 영화를 연출한 강형철 감독의 전작 '과속스캔들'의 흥행 추이와 자뭇 흡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흥행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갈 것인지에 더욱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가 어찌하여 이렇게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그 흥행 요소들을 한번 분석해 본다. 


1. 완벽한 배우의 연기, 그리고 싱크로율.

이 작품은 7명 소녀들의 학창 시절을 바탕으로 한다. 좋게 말하면 친목 모임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량써클'에 속해 있던 이 7명의 소녀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다시 만나고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아역'과 '성인역'이 얼마나 잘 조화되느냐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써니는 완벽하다. 7명의 어린 소녀들의 '성인'배역이 공개 될 때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은 단박에 누가 누구의 성인인지를 쉽게 알아차린다. 이렇게 완벽한 배역의 조화는 감독이 무려 4개월 동안 배역 오디션을 봤다는 말로 증명되듯이 이 작품의 가장 핵심 포인트며, 가장 중요한 밑받침이 된다. 이 덕분에 이들의 이야기는 더욱 더 현실성을 얻고 관객들은 작품에 더욱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또한 단순한 조화를 넘어서 배우 한명한명의 완벽한 캐릭터와 훌륭한 연기는 이 작품의 질을 한단계 높인다. 이 작품의 2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심은경(임나미)과 강소라(하춘화)'는 입이 딱 벌어질 만큼 멋진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외 욕쟁이(박진주),  미스코리아(김보미), 수지(민효린)등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성인 버젼인 '유호정, 진희경, 고수희, 이연경'등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심은경의 연기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한데,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빙의'연기를 비롯하여 '막춤'연기 그리고 군데군데 등장하는 '어색한 얼굴연기(연기가 어색한 것이 아닌, 어색함을 표현한 연기)'는 이 배우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 작품이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할 만큼 완벽했다.


2. 복고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이야기.

복고는 먹히는 소재이다. 지금까지 꾸준히 활용되어 왔고 앞으로도 활용될 것으로 보이는 복고는 '중장년층'을 스크린으로 불러모으는 힘이 있다. 그래서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같은 '복고'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이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 성공의 바탕에는 '중장년층'이 있었다.

'써니'는 이런 복고를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너무나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나머지 이 시대를 겪은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이시기를 전혀 모르는 어린 학생들도 쉽게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더 쉽게 웃음을 터트리게 된다. 예를 들어 '짝사랑하는 여학생에게 음악을 선물하는 멋진 오빠'의 모습은 청중에게 큰 웃음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가슴 설레는 감정도 준다. 오히려 세련되지 않고 담담하게 복고를 풀어낸 시나리오는 특정 연령층을 넘어 전 연령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점에서 이 작품은 '복고'라는 배경에 의존하지만 실은 사람들의 아주 기본적 가치에 집중하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 '아름다웠던 추억', '희망찬 미래', 그리고 '꿈'과 같은 너무나 뻔하지만 결코 없이는 살 수 없는 이 기본적 가치들을 써니는 스크린위에 풀어 놓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써니'를 보고 극장을 나갈때 미소를 지으며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기본적 가치에 대한 집착은 감독의 특성이라고도 보여진다. 전작 '과속스캔들'에서도 수많은 설정과 웃음의 밑바탕에 기초한 가치는 '가족애'였다. 결국 다양한 에피소드가 들어있지만 '아버지와 딸', '아버지와 손자', '딸과 그 아들', '딸과 딸의 남자'등의 관계는 결국 가족애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써니라는 작품이 일부 내용상 과다한 부분(가방으로 머리를 깨는 설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정부분 감안하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로 탄생 된 것이다.


3. 감독의 연출력.

강형철 감독의 연출은 정말 색다르다. 기본적으로 스릴러에서 볼 수 있는 호흡을 코메디로 가져오는 특성을 많이 보이는 데, 이러한 연출로 인해서 비록 가벼운 코메디임에도 기본적인 긴장감이 없어지지 않는 효과를 이끌어 낸다. 또한 감독은 이 스릴러 스타일의 연출을 통해 '웃음'을 이끌어 내는 데도 능숙하다. 이 때 터지는 한방의 웃음은 극과는 살짝 동떨어짐에도 그 극과 잘 연결되게 되는데, 그 것이 바로 이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속스캔들에서 '석현'이가 밤에 달려오는 씬이라던가 닭인형을 밟는 씬의 연출은 상당부분 공포영화의 문법과 흡싸하다. 써니에서도 이런 장면들은 많이 있다. 진희경이 유호정을 갑작스럽게 놀래키는 부분도 있고, 초반에 병원의 TV장면, 유호정과 딸의 '서재'장면도 이 스릴러적 연출이 잘 활용된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그 시절에 있었던 '민주화 운동'의 장면을 써니와 다른 학교 불량써클과의 싸움에 적절히 대비 시킴으로서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이 두 집단의 싸움이 굉장히 스펙터클하고 긴박감 있게 진행되게 한 것은 써니 연출의 백미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 두 써클의 싸움 자체가 강했어야 하는 데, 그렇게 되면 자칫 극의 분위기 자체가 '말죽거리 잔혹사'와 같은 분위기로 바뀌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또한 집단의 싸움을 강하게 묘사 했다면 맨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의 긴박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수 도 있다. 그렇다고 그냥 약하게만 만들었다면 이 모임이 가진 끈끈함을 설명하는데 애 먹었을 것이다. 따라서 '데모'를 적절하게 연결시켜 극의 흐름상 적절한 크기의 강조를 준 감독의 연출력은 두 손가락을 치켜 들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마지막으로 '수지'를 포스터에서 조차 제외하고 철저히 감춘 점은, 감독이 얼마나 똑똑하게 이 작품을 구상하고 연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써니'의 흥행요소를 살펴 보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요소인 '뛰어난 연출,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훌륭한 연기'가 다 들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스타를 보유하지 않고서도 뛰어난 흥행 실적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에 개봉한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 중의 하나라고 이 작품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약간의 폭력적 묘사만 제외하면 전 연령층이 함께 즐겁게 감상 할 수 있는 좋은 영화 한편이 나왔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