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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불후의 명곡2의 위험요소들

by 박평 2011. 5. 17.

'나는 가수다'가 처음 방송되었을 때, 많은 분들께서 '2부리그'를 개최하자고 말을 했다. '너도 가수냐?'라는 제목으로 아이돌들을 데려다가 노래 경합을 시키자는 것이었는데, 많은 이들이 재밌겠다고는 했지만 정말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프로그램이 만들어 졌다.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이 주축이 되어서 전설의 명곡들을 불러보는 포멧의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편집에 따라 그 분위기는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현재 가장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나는 가수다'와 거의 흡사한 포멧을 가지고 있음에는 분명하다. '나는 가수다'의 '아이돌판'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

이 프로그램이 과연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일단 포멧 자체가 '나는 가수다'에서 확실하게 입증된 포멧이고, 거기다가 아이유를 비롯한 팬층 두꺼운 '아이돌'들이 나오니 시청자들 충성도도 높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아이돌 가수의 팬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가창력도 나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주목 받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져왔었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은 더욱 뜨거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을 확률은 높다.

그러나 그에 반해 이 프로그램이 수많은 대중의 비난을 얻을 수 있는 확률도 너무나 높다. '나는 가수다'에서 처럼 한번의 실수가 프로그램의 존폐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강력하고 폭발력 있는 여론의 힘을 생각하면 불후의 명곡2가 잘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기 불후의 명곡2가 가진 위험 요소를 한번 검토해 본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수들을 보면 그래도 노래 좀 한다는 아이돌 가수들이 포진 되어 있다. 노래를 잘하는 수준을 넘어 한때 보컬을 가르치기도 했었던 2AM의 '창민'이나, 이미 여러 선배들로부터 인정받고, 대중들로 부터도 아이돌 수준은 넘는다는 평을 듣는 '아이유'등, 일단 아이돌 최상위의 가창 실력을 가진 가수들이 모였음에는 확실하다. 

이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나는 가수다'이후 비교대상이 되면서 급격하게 그 가치를 잃고 있는 '아이돌'집단의 고육지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는 가수다'이후 대중은 왠만한 가수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가수들의 수준을 평가하고 있는데, 당연히 맨 밑에는 '아이돌'이라는 집단이 싸잡아 들어가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아이돌'측에서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한 노래 한다는 아이돌들이 모이는 '불후의 명곡2'는 '아이돌'입장에서는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나는 가수다'이다. 프로그램을 떠나서 그냥 가수들만 비교해 보아도 불후의 명곡2 출연진들은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에 비해서 그 무게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경력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무게감은 불후의 명곡2 의 출연진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므로 '아이돌'의 이미지 쇄신은 커녕 '역시 아이돌 수준'이라며 오히려 이미지를 폄하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이 무대를 대하는 자세이다. 김건모가 손을 떨고 노래하고, 임재범이 병원에 실려가고, 김연우가 십여년간 구축해온 자신의 스타일을 버릴 정도로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무대에 바치고 있다. 거기에서 오는 감동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엄청난 경력을 가진 우리나라 최고의 가수들이 자신의 건강을 헤칠정도로 스트레스 받아가며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불후의 명곡2 의 가수들이 아무리 노래를 잘하고 아무리 좋은 무대를 만들어도 이미 그런 '분위기'에서 압도당할 것이 명백해 보인다.  

편곡의 문제도 있다. 윤도현이 보여준 극적인 편곡의 구성이라던지, 국악을 접목시켜 대중가요의 틀 자체를 단번에 넓혀버린 임재범의 빈잔, 그리고 한국에서 이런 노래를 들을 줄은 몰랐다는 찬사를 이끌어낸 기괴하고 우울한 편곡을 선보인 이소라의 No.1 까지, '나는 가수다'의 편곡을 보면 이들이 가진 음악적 깊이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장르를 초월하고 다양한 시도와 구상을 하는 가수들의 모습은 이들이 음악적 깊이를 가진 '가수'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불후의 명곡2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서 과연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자뭇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노래' 자체를 떠나 불후의 명곡2는 '나는 가수다'의 '학예회'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나는 가수다'의 진행을 '이소라'씨가 함으로서 무대의 진지함과 깊이, 무게감을 더하는 것에 비해 '불후의명곡2'는 '김구라, 신동엽'이 진행자로 나서 다소 가볍게 진행 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나는 가수다' 처럼 진지하게 가봐야 '나는 가수다'와 비교 대상이 되어 욕만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청춘드라마'처럼 좀 가볍게 가자는 것은 더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 '노래는 방송 활동을 위한 디딤돌일 뿐, 노래를 취미로 하고 있어요.'와 같은 현재 아이돌의 이미지를 더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불후의 명곡2'가 향해햐 할 방향은 오히려 '진지함'이다.

일단 시청자들 또한 '불후의 명곡2'의 가수들이 여러 면에서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아무리 구자철이 날고 기어도 '박지성'앞에 서면 아직은 '아이'처럼 보이는 것은 '박지성'이라는 선수가 가진 역사 때문이다. 이건 어떤 식의 노력을 해도 '불후의 명곡2'의 가수들이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이다. 시청자들은 이 부분을 뻔히 알고 있다. 오히려 시청자들은 너무나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고 어떻게든 좋은 노래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아이돌들의 진솔하고 진지한 고민에 더 찬사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덜 잘하더라도 진지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격려를 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당연한 반응이기 때문이다. 

'불후의 명곡2'가 어떤 무대를 선사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리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도 미지수이다. '나는 가수다'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가수들을 감히 평가하려 한다'는 엄청난 비난을 들었었으나 방송을 통해 그 모든 비난을 찬사로 바꾸어 놓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그냥 '아이돌 팬'들 사이의 게시판 전쟁만 유발하다 끝이 날수도 있고, 예상외로 호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불후의 명곡2'에 보내는 우려가 과연 찬사로 바뀔지 아니면 방송 자체의 위기가 올만큼의 비난으로 바뀔지는 방송이 된 후에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현재 시청자들은 진짜 '가수'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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