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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아이유 소격동 뮤직비디오 공개, 서태지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나.

by 박평 2014. 10. 6.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를 일일이 따져가며 문화생활을 하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머리 아픈 일이다. 구태여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라는 것은 느껴지는 대로 즐겨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태지의 <소격동> 프로젝트는 그 자신이 '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배경을 설명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그리고자 했던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무엇일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개된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의 가장 중심은 사라진 여자아이다. 이 여자아이는 상처를 입고, 어울리는 친구가 없다. 그런 그녀가 한 소년에게 마음을 연다. 그리고 그 소녀는 불빛이 없을 때 만나자고 소년에게 쪽지를 건넨다. 그리고 소녀는 사라진다. 소녀가 살던 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고, 소녀는 없었다. 등화관제가 이뤄지고 있던 그 순간, 소녀는 사라졌다.


어째서 이 소녀는 상처를 입어야 했는지, 왜 어울리는 친구가 없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 소녀가 남자아이에게 쪽지를 건넬 때, 왜 교련복을 입고 있는 남자들은 여자가 건네는 쪽지를 무시하고 지나쳤는지, 왜 소년은 다시 돌아와서 쪽지를 받아가야 했는지도 아직은 알 수가 없다. 확실한 건 이 소녀가 등화관제가 일어나던 그 순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가족과 함께. 


어쩌면, 그녀의 가족은 80년대였기 때문에, 그 시절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 동네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등화관제 동안에 사라져야만 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볼 수만 있다. 단지, 그 당시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징집해 정신교육을 하는 '녹화사업'이 진행되던 곳이 소격동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뮤직비디오 중간에 '녹화사업'이라는 내용이 들어간 것을 보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괜히 과장되게 의미부여를 해보고 싶어진다. 서태지 측은 특별한 의도 없이, 그 시절 뉴스가 삽입됐을 뿐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이런 의미 부여는 과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어쨌든, 우리는 아직도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다. 이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특히 소년이 바라보던 소녀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서태지 버전의 소격동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서태지가 그리고 있는 1980년대 이야기는 진행형이며, 그 시절의 슬픈 얘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마 서태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다 공개되고 난 이후에서야 우리는 이에 대한 이야기를 더욱 깊이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꺼지고 어둠이 찾아오는 등화관제가 현재에 다시 시행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 소녀에게, 그리고 소년에게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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