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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지는 시대, 유재석의 재석노트가 준 슬픔

by 박평 2014. 10. 5.
유재석의 라디오는 정신없었다. 그는 입은 멈출 줄 몰랐고 웃음은 끊이질 않았다. <무한도전 라디오데이>에서 보여준 그 모습은 우리가 유재석에게 흔하게 요구하며 바라는, 유재석 스스로 항상 원하는 웃음 가득한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재석 노트를 시작했을 때, 앞선 웃음은 정적이 되었고 울림은 커졌다. 굳게 닫힌 그의 입은 그래서 더 진실되어 보였고 아파 보였다. 꽃 같은 이들을 떠나 보내야 하는 아픔은 그전의 방정 마저도 슬프게 만들어버렸다.

누군가는 재석 노트를 들으며 레이디스 코드의 리세와 은비를 떠올렸을 것이며, 누군가는 세월호의 아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유재석이 누구를 추모하여 이런 글을 썼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이 노트를 들으며, 울먹이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결국 몸을 던졌던 그 아이가 떠올랐으며, 누군가는 무너진 건물에서 죽어간 아이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재석 노트의 울림은 그것이 누구를 지칭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로 인해 떠올릴 수 있는 너무나 많은 꽃들이 있기 때문에 더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프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꽃들을 꽃처럼 아름다운 시절에 떠나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손을 놓아버린 것은 아닐까? 꽃잎처럼 흩날려 사라져 버리는 그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만큼은 쉽게 사라지질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 아름다운 꽃들을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인지 아니면 그저 손을 놓고 잊어버리려 하는 세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재석 노트는 우리에게 전한다. 꽃을 잊지 말자고, 꽃들을 놓지 말자고, 아름다운 그들을 아름다운 시절에 보내지는 말자고. 그가 던졌던 그 메시지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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