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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믹스앤매치, winner b팀을 위한 최고의 데뷔플랜

by 박평 2014. 10. 3.



양현석 사장이 <WIN>을 통해 새로운 데뷔 팀을 정한다고 했을 때, 그는 이미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했었던 것 같다. 그는 처음부터 탈락팀에게 굉장히 불이익이 있는 것처럼, 마치 데뷔가 불가능하고 YG에서 쫓겨날 수도 있을 것 같은 뉘앙스로 말하면서 정작 말 자체에서는 탈락팀에 대한 배려를 충분해 하고 있었다. 나갈 수도 있고, 데뷔를 못 할 수도 있고, 하여간 지금 모습 그대로는 데뷔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말은 가혹해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데뷔할 수 있다는 말과 같았다. 그는 <WIN> 때부터 이 의도를 은근히 깔아놓고 있었다.


그래서 이미 <WIN> 프로그램이 끝났을 때, 나는 [박평의 TV보기] - Winner B팀은 데뷔할 수 있을까? 글에서, 이 같은 방식의 데뷔를 예견했었다. 연습시간을 더 가진 후에 맴버 한 명 정도를 더 충원해서 데뷔하는 것이 그 당시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방법이었다. 


문제는 그 한 명을 어떻게 충원할 것인지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6명의 팀워크이 분명한 상황에서 맴버 한 명을 충원했을 때, 새로 들어온 맴버에게 팬들이 가질 반감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6명의 구성원이 <WIN> 프로그램을 통해 겪은 아픔과 좌절 위에 새로 들어온 한 명이 무임승차하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팬덤이 중요한 아이돌로서는 시작부터 팬덤이 갈라질 요소를 지니고 간다는 것이 썩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이미 6명이 공고하게 묶여 있는 상황에서 한 명의 추가는 자칫 팀 내 불화의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하면서 그대로 데뷔시키지 않겠다는 <WIN>에서의 시청자들과의 약속도 지키는 방법, 그것이 바로 <믹스 앤 매치>다.


<믹스 앤 매치>는 이미 서바이벌을 겪은 맴버들에게 다시 한 번 서바이벌을 겪게 한다는 점에서 잔혹한 경쟁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사실 프로그램의 구성은 기존의 맴버들을 최대한 배려한 장치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서바이벌 방식 자체가 김진환, 바비, 비아이는 데뷔를 확정하고, 이들 외 송윤형, 김동혁, 구준회와 새로운 3명의 신입 후보를 합해 총 6명이 경쟁하는 형식이다. 그중에 4명을 선발하여 총 7명으로 이뤄진 '아이콘'으로 데뷔하게 되는데 이는 처음부터 'winner B팀+1'을 의도했다고 추정하기에 어색함이 없다. 


YG 입장에서는 이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게 할 순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실력적으로 확실한 바비, 비아이, 김진환을 제외한 나머지 맴버들간의 겨루기를 통해 '서바이벌'의 느낌을 주되, 동시에 그 선택권을 오롯이 대중이 판단하는 것으로 정하면서 이미 팬덤이 공고한 B팀 모두가 데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만약 팬들에 의해 이중 한명이라도 빠지고 신규 맴버가 2명 이상 참여하게 된다면, 이 또한 YG로서는 기분 나쁠 일이 없다. 팬들이 직접 뽑았기 때문에 이후 분쟁의 싹을 자를 수 있다. YG로서는 B팀에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구성원을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도움이 된다. (물론 공고한 팀웍 덕분에 그런 의외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3명의 기존 참가자가 3개의 팀을 구성해 서로 대결하도록 한 점도 훌륭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중은 어떤 신규맴버가 기존 B팀과 가장 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처럼 사람의 본 모습이 잘 드러나는 방송은 없다. 이들이 아무리 대형 기획사 소속이어도, 이들 안에 있는 성향을 다 감추기는 무리일 것이다. 결국 방송에서 보여지는 모습들을 통해 대중은 기존의 팀과 가장 잘 어울릴만한 1인을 찾아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는 팬들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B팀 자체의 선택이기도 하다. 개인 서바이벌이 아닌 팀으로 이루어진 서바이벌이라는 점에서, 팀내 협력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계속 해서 같이 작업을 해 나갈 수 있는 맴버가 누구인지를 맴버들 스스로가 느끼게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방송에 그대로 노출 될 것이며, 이 모습은 팬에게 그대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팀제를 통해 자신의 팀을 제대로 만들어 가기 위한 비아이, 바비, 김진환의 노력이 있을 것이고, 이는 팀원에 대한 애착을 증가시켜 줄 것이다. 팀 내의 불화를 최대한 줄일 수 있으면서 새로운 팀을 구성하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보인다.


결국 <믹스 앤 매치>는 잔혹한 서바이벌의 탈을 썼지만, YG의 '우리 애들 우쭈쭈'의 방송이나 다름없다. 잘 커준 아이들을 최대한 무리 없이, 그리고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안전하게 데뷔시키려는 의도가 방송 안에서 꾸준히 비치고 있다. 이래서 'SM은 돈이 최고, JYP는 내가 최고, YG는 우리 애들 최고'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가 보다.


최근 YG의 행보는 사실 불편한 점이 꽤 많다. 구설수가 많으며, 사건·사고도 이어진다. 그에 대해선 분명 우려되는 바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YG가 자기 소속사 가수들을 위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애들 제대로 데뷔시키기 프로젝트 <믹스 앤 매치>는 그러한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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