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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진부함의 악덕과 재난영화의 미덕의 짬뽕, 타워

by 박평 2012. 12. 30.


타워의 흥행세가 만만치 않다. 개봉 5일만에 130만을 동원하며 2012년 마지막 흥행작이자 동시에 2013년 최초의 흥행작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7광구의 실패를 안고 다시 돌아온 김지훈감독의 신작 타워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갈길을 보여주며 흥행을 이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타워는 영화 '타워링'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재난영화'라는 장르 자체의 진부함을 더 떠올리게 한다. 재난 영화가 가져야 하는 전형적인 진부함이 거의 모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캐릭터가 그렇다. 타워는 철저하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캐릭터를 배치해 놓는다. 나이도 다르고 사정도 다르다. 그러나 특별하진 않다. 관객은 이 캐릭터들중 누군가에게 반드시 감정이입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이후의 재난 상황을 영화 이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고, 마지막에 감동, 아쉬움, 슬픔등의 감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워는 처음에 이 캐릭터들을 잘 배치하기 시작한다. 


재난이 시작하기 전에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매우 당연한 공식이다. 그래야 그 이후에 벌어진 재난이 더욱 끔찍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재난영화에서 재난 상황이 강렬하게 다가오지 않는 다면 영화는 망할 수밖에 없다. 타워 역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배치 함으로서 재난 상황을 더욱 강하게 주입시킨다. 


끝나지 않는 위기 상황도 전형적인 공식이다. 하나가 해결되면 다른 하나의 문제점이 튀어 나오는 것, 그것을 통해 긴장감을 계속 이어 나가는 것은 재난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 방식이다. 타워도 마찬가지다. 발화점만 잡으면 해결 될 것 같았던 문제는 점점 더 확대되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희생이 있는 것도 그렇다. 재난 영화에서는 반드시 희생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뒤에 여운을 크게 남겨주기 때문이다. 자기가 살기 위해 남들을 위기로 몰아 넣은 자는 재난의 희생양이 되고,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스스로가 희생양이 되는 인물은 누가 봐도 좋은 인물이어야 한다. 타워도 마찬가지이다.


이 외에도 영화 곳곳에 포진 되어 있는 여러 진부함들을 무조건 욕할 생각은 없다. 재난 영화란 의례 그럴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재난 영화들은 이 진부함을 가리기 위해서 매우 독특한 소재를 발견해내려 애쓴다. 헐리우드는 그 영역을 건물과 바다에서 운석, 폭풍우, 화산등으로 확장해왔다. 


타워는 재난 영화가 가져야 할 진부함을 충실히 가져왔다. 그 말은 즉, 재난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를 충실히 주고 있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고층건물과 '불'이라는 소재를 가져와서 구성한다. 80년대 타워링의 재판이다. 결국 타워는 타워링의 반복이지만, 그래도 재난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이행했다는 점에서는 미덕이 있는 것이다. 


한가지 재밌는 것은 영화 '타워링'이 대한민국에서 1971년 발생했던 대연각 호텔 화재를 모티프로 삼았던 작품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국에서 영화화 되었고, 2012년 한국의 영화가 다시 그 소재를 가져와 영화로 만들었으니 참으로 재밌는 사연이 아닐 수 없다. 단, 진부함을 넘어선 '타워'만의 무언가를 이뤄내지 못한 점에 있어서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타워는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을 만들어 내진 못한 좀 싱거운 영화다. 그리스예술이 수학적으로 정확한 비례에서 약간 벗어남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시기를 열었던 것처럼, 이 진부한 영화가 조금만 다른 길을 걸었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 다는 아쉬움은 피할길이 없어 보인다. 


어쨌든, 재미는 있다. 연말에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며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는 영화임엔 분명하다. 끝 부분에 가선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으니, 적당한 카타르시스는 확실히 주는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도  눈물을 살짝 흘렸을 정도다. 그럼 점에서 타워는 연말에 부담없이 선택하기 좋은 영화라고 보면 딱 맞을 것이다. 


아... 그런데 본인은 혼자봐서 눈물이 났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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