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터테인먼트

정형돈, 무한도전의 에이스가 되다.

by 박평 2011. 8. 7.

무한도전의 중심에는 유재석이 있다. 그리고 그는 에이스라는 칭호보다는 그저 무한도전의 기둥이자 무한도전의 뿌리, 혹은 그냥 무한도전의 핵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그에 대한 분석은 신물나게 했으니 오늘은 유재석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으려 한다.

1인자 유재석을 중심으로 무한도전의 많은 맴버들이 그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혈투를 벌여 왔다. 쩜오로서 유재석의 위치를 넘봤던 박명수가 그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어느 순간에 유재석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위치로 격상되면서 맴버들이 유재석의 위치를 넘보는 일은 없어졌고, 누가 유재석 다음인지에 대한 맴버들 끼리의 드러나지 않는 분량 싸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거성 박명수는 그 자리에서 확실한 두각을 보이며 쩜오로서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정형돈'이 대세로 떠오르게 됐다. 박명수를 넘어 무한도전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그는 어떤 식으로 지금과 같은 위치로 올라 선 걸까?

한때 그는 '웃기는 것만 빼곤 다 잘하는'맴버였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부침도 겪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가 '웃기는 것을 빼면 정말 뭐든지 잘 했다는 점'이다. 비록 웃기는 재능이 좀 약했지만 다른 모든 것을 잘했기에, 그리고 유재석님께서 '웃기는 것을 빼면 다 잘하는' 정형돈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해 줌으로서 그는 무한도전에서 존재감을 명확하게 했다.

그러나 개그맨 출신의 정형돈이 정작 웃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큰 심적인 부담이었을 것이다. 개그맨은 웃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웃음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그가 웃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스스로를 주눅들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주눅들어 버리면 어떤 사람도 예능을 특히 버라이어티를 잘할 수 없다. 버라이어티는 달려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메라의 시선을 뺐기 위한 전쟁이 펼쳐지는 곳이 버라이어티이다. 이는 같은 개그콘서트 출신으로 똑같은 부침을 경험했던 이수근에게도 해당됐다. 그도 초반에 예능에 적응하지 못했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흘러 '공식 운전자'로서 입지를 명확하게 한 후에 즉, 스스로의 주눅이 사라진 후에야 그의 개능감을 뽑내기 시작했다. 정형돈에게는 이런 주눅의 시간이 더 길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부담감에서 해방된 계기를 찾으라면 '프로레슬링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프로레슬링을 하면서 맴버들이 수행하는 모든 강력한 기술들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당일날은 구역질을 하면서도 자기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고 유재석과 부둥켜 안는 무한도전 역사에 길이 빛날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 이후에 그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쩌면 그가 주눅들어 있었던 이유가 '웃기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고 함께했던 팀원들에게 '짐'이 되는 것만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장 고되고 가장 힘든 일을 맡아서 했던, 그리고 그것을 자신이 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그는 마음의 짐으로 부터 해방된 것으로 보였다.

그 이후 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그는 개화동오렌지족으로서 패션리더의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웃기기까지한' 정형돈이 되었다. 말그대로 대세가 된 것이다. 마음이 편해져 그런지 그의 멘트 하나하나에는 힘이 있었다. 캐릭터는 계속해서 만들어 졌고, 그 캐릭터는 스스로 진화했다. 결국 GD에게 패션리더란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정도로 그는 컸다.

또한 대한민국 3대 요정 중의 하나인 정재형과 짝을 이루면서 그는 확실한 웃음을 책임지는 위치로 격상되었다. 무한도전 재미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정재형을 누가 키웠는가? 정재형을 누가 국민 요정으로 만들었는가? 물론 정재형 본인의 힘이 가장 컸겠지만 뒷받쳐 주는 정형돈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폭발을 일으키진 못했을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이 웃긴 걸 넘어서 남까지 키워줄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쯤 되면 누가 뭐래도 정형돈이 쩜오, 즉 1.5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무한도전의 진정한 대세가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멈출줄 알았던 정형돈은 다시 한단계 진화한다. '조정'을 통해서 모든 팀원들을 통솔하는 리더십을 보이며 격정의 드라마를 썼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렇다. 유재석이 이끌어 간다. 유재석의 리더십이 모두를 아우른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인자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조정이라는 경기는 한명의 리더십이 있을 수 없다. 그저 모두가 하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로잉을 하는 맴버들 사이에서는 강하게 누군가를 이끌기가 벅차다. 자신의 역할 만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도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맴버 모두를 통솔하고 이끌어왔던 유재석의 리더십은 솔선수범의 리더십으로서, 능력의 리더십으로서만 발휘가 되었다. 

그런데 정형돈이 콕스를 맡으면서 유재석이 해줄 수 없었던 그 리더십을 대신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유재석의 짐을 덜어주었다. 그는 진정으로 자신이 고통스러운 로잉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안해했고, 그만큼 더욱 강하고 멋지게 모두를 조율해냈다. 무한도전의 리더는 유재석이지만 조정경기의 리더는 누가 뭐래도 정형돈이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정형돈은 1.5인자를 넘어 거의 1.2인자의 면모를 보이며 명실상부한 무한도전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의 멋진 리더십은 조정경기를 더욱 열정적이고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모든 시청자를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실례로 정형돈의 이런 투혼은 박명수가 김태호PD에게 문자를 보내 '유재석과 정형돈'만 주목을 받았다며 '죽도록 열심히 할께야....'라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거성 박명수까지도 전의를 불태우게 만드는 사람이 바로 정형돈인 것이다.

정형돈은 이번 조정을 통해 자신의 가진 모든 능력을 최고로 발휘해 냈다. 그리고 앞으로 그는 무한도전의 에이스로서 한동안 그 지위를 확고히 할 것이다. 그의 다음은 무한도전이 아닌 그 외의 프로그램에서도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무한도전의 다른 맴버들이 번번히 성공하지 못한 일이기도 하다. 만약 무한도전 외의 프로그램에서 중심축이 될 수 있다면 정형돈은 유재석, 강호동을 잇는 또 하나의 거물 MC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잘 되건, 혹은 무한도전 안에서만 에이스의 모습을 보이건 어쨌거나 시청자는 한동안 정형돈이 주는 웃음에 즐거울 것만은 분명하다. 그는 이제 '웃기기 까지 한 에이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그가 얼마나 많은 웃음을 시청자에게 전달해 줄지, 얼마나 멋진 모습으로 시청자를 감동의 도가니로 빠트릴지 눈여겨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