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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동상이몽 아빠의 과도한 스킵십. 웃고 넘길 수 없는 이유.

by 박평 2015. 7. 19.




스킨십이 심한 아빠가 출연한 <동상이몽>이 방송됐다. 스킨쉽이라는 예민한 문제가 다뤄졌기 때문에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선의를 바탕으로 한 폭력이 있다. 방송을 보면, 허지웅이 살짝 언급했는데, 한국에서는 이 선의를 바탕으로 한 폭력이 무분별하게 행해지는 경향이 있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님이나, '건강에 좋은 거야!'라고 말하며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가족이 선의를 바탕으로 한 폭력 행위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동상이몽>에 출연한 아빠는 사랑이라는 선의로 스킨십을 정당화했다. 자신이 폭력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다.


선의를 바탕으로 한 폭력을 개인적으로는 천사의 폭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 천사의 폭력이 지니고 있는 끔찍한 특성은 가해자가 스스로 가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에 있다. 그 바탕에 선의가 있으므로 자신의 폭력 행위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오히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냐?'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천사의 폭력의 피해자는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눈치를 살피게 된다. 선의를 몰라주는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 해결 자체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방송에서도 아이는 자꾸 '애처럼 대한다'고 돌려 말하는 데, 사실은 그냥 '만지는 것이 불쾌'하고 '싫은'것이다. 하지만 아빠가 받을 상처를 걱정하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아빠의 선의 때문에 냉정하게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피해자가 착한 사람일수록 천사의 폭력은 더욱 심한 것으로 변하기 쉽다. 


천사의 폭력의 바탕에는 극한의 이기주의가 심어져 있다. 천사의 폭력은 선의를 바탕으로 하지만 결국 자신의 즐거움과 만족,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타인의 고통과 아픔 여부에 상관없이 타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즉, 자기만을 위한 것이다.


진정으로 상대를 위하는 것이고, 진정으로 선의를 지니고 있다면, 상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순간, 선의는 자신의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천사로부터 훔쳐온 것이 된다. 따라서 아버지와 딸의 스킨쉽에 대한 문제는< 동상이몽>의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화목하지 않은 가족이 아니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라고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SBS <열린 TV 시청자세상>과의 인터뷰에서 <동상이몽>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서 말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전문가의 부재다. 가정 내의 갈등은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그냥 비전문가들이 나와서 웃고 떠들면서 넘어갈 소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이다.


두 번째는 패널의 문제다. 특히 패널의 문제는 심각하다. 아이와 어른의 이야기를 다루는 프로그램에 오직 어른의 입장만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그나마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은 서장훈과 허지웅뿐이었다.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를 다룰 때, 대부분의 가해자는 어른이 될 수밖에 없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속에서 자식이 갑인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약자인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이 프로그램은 방송 종료 후에도 아이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고, 폭력을 행사하게 될 수도 있다. 방송의 끝에는 보통 좋게좋게 마무리 짓자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가기 때문이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정리하고, 그 안에서 착한 아이의 모습을 은근슬쩍 강요한다면, 아이는 다시 한 번 피해자임에도 자신 또한 가해자 일 수 있다는 어긋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경우 문제는 더 악화되기 쉽다.


선의를 지닌 <동상이몽>이라는 프로그램 역시도 천사의 폭력을 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상이몽>의 관계자가 했다는 '가족이 화목하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오해'라는 해명은 이러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동상이몽>을 보면서 느끼는 건, 아이를 보듬고 이해해줘야 할 어른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것에 반해, 아이들은 자신들이 아파하면서도 부모의 마음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방송에 출연한 아이들에게선 부모님의 마음까지 생각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반면에 어른들은 끝까지 자기중심적인 경우들이 있었다. 아이가 사고를 치고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어른이 감싸 주는 것이 도리일 텐데,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이 보인다는 점은 안타깝다. 


부모와 자식의 문제를 다루는 한, <동상이몽>은 무조건 아이를 더욱 신경 써야 하고, 아이의 생각과 의견과 아픔을 더욱 돌봐야 한다. 이것은 어른과 아이의 힘의 평형이나 균형적인 시각 같은 것과는 다른 문제다. 아이는 어른에 의해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간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투입과 방송 이후의 관리에 대해서 분명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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