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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전지현 연기력의 진화, <별에서 온 그대>

by 박평 2014. 1. 11.



천송이 역할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돌아온 전지현에 대한 찬사가 폭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줄을 잇는다. <별에서 온 그대>로 전지현은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전지현은 확실히 한 단계 더 진화했다.


엄밀히 말해서, 전지현은 데뷔 초기 때부터 꽤 괜찮은 연기를 했던 배우였다. <해피투게더>에서 차태현의 상대역으로 나올 때도, 영화 데뷔작인 <화이트 발렌타인>에서 박신양의 상대역으로 나왔을 때도, 전지현은 연기 못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녀의 연기는 그 당시에도 안정되어 있었다. 


단지, 그녀의 연기에 대한 인상이 강하지 않았던 것은 그녀의 이미지를 구축했던 아주 강렬했던 2개의 작품 때문이다. 하나는 <프린터 CF>이고 하나는 <엽기적인 그녀>이다. <프린터 CF>를 통해서 그녀는 섹시한 이미지를 굳혔고, <엽기적인 그녀>로 통통 튀는 여자의 이미지를 갖게 되며 탑에 올라갈 수 있었다. 이 두 개의 작품이 만들어 낸 전지현의 이미지는 너무나 강렬해서 쉽게 벗겨지지 않았다. 그녀는 <4인용 식탁>이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에 참여했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그 이미지는 그녀를 여전히 어떤 스타의 틀 안에 가둬 놓았다.


그런 점에서 전지현이 <도둑들>을 선택한 것은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엽기적인 그녀>가 나이를 먹어서 능청을 갖게 되었을 때, 즉 전지현이 기존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표현의 폭을 넓혔을 때, 대중은 거부감 없이 더 넓어진 전지현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이후에 선택한 <베를린>에서는 조금씩 약해졌던 이미지를 더 희석하고, 새로운 전지현의 연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실 이 같은 과정은 전지현이 과거에 보여주었던 방식과 유사하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에 <4인용 식탁>과 같은 작품으로 완전히 다른 연기를 선보였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 다른 점이 있다면 전지현에게 박혀있던 뿌리 깊은 고정된 이미지는 약해졌고, 전지현 자신도 나이를 먹으면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그렇게 전지현은 <베를린>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해피투게더> 이후 십여 년 만에 복귀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은 전지현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 작품의 연기가 <엽기적인 그녀>와 다를 바 없다고 평하기도 한다. <도둑들>의 예니콜과 흡사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가 <도둑들>에 와서 능청을 더한 것처럼, <별에서 온 그대>에서는 전지현이 보여준 '엽기적인 그녀'같은 연기에 그녀가 꽤 오랫동안 해 왔던 진지한 연기가 더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똑같은 연기의 재판이라고 보긴 힘들다. <도둑들>과 <베를린>에서 보여준 연기가 <별에서 온 그대>에서 잘 조화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평일 것이다.


덕분에 천송이는 가볍지만, 때때로 진심을 얘기할 때, 그 설득력이 크다. 사람들은 천송이를 보며 재밌어하고 웃지만, 천송이의 슬픔에는 확실히 공감한다. 그 가볍고 발랄한 연기와 순간적으로 진지해지는 연기 사이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이 연기가 자연스레 전환되지 않는다면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는 붕 뜬 캐릭터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 간격을 무리 없이 전환 시키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전지현'의 연기가 훌륭하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물론 파트너로 나온 '김수현'과의 연기 색이 상당히 잘 맞는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 둘이 꽤 괜찮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도둑들>에서 확인된 바 있다. <도둑들>에서 그런 것처럼 '김수현'은 전지현이 내뿜는 에너지를 잘 받아 내 준다. 덕분에 '전지현'이 오버해도 안정되고, '전지현'이 슬퍼해도 진정이 된다. 이는 확실히 '김수현'이 상대와 합을 잘 맞추는 배우라는 증거이다.


그러나 결국 '김수현'이 합을 맞춘다는 것은 '전지현'이 그만큼의 힘을 내 뿜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지현의 연기가 이미 십여 년의 내공이 쌓여 있는 만큼, 그녀는 혼자서 하나의 극을 책임질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연기적인 힘을 보여주고 있다.


2001년 <엽기적인 그녀> 이후로 12년이 지난 후인 2013년 <별에서 온 그대>가 시작됐다. 그리고 그 동안 대한민국의 최고의 스타였던 전지현은 확실히 발전해왔다. 그리고 그 발전된 모습을 <별에서 온 그대>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처음부터 연기력이 나쁘지 않았던 배우였지만, 이제는 확실히 연기력도 훌륭한 배우가 됐다. 오랫동안 그녀를 사랑해왔던 대중들에게는 참으로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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